|
인생에서 어디 울 것이 꽃 뿐이랴.. 그래도 맞다.. 꽃보고 우는 것이 개중 제일 낭만적이리..
10대 문학소년 시절 지역 문학동아리 모임에서 처음 만났던 순백의 하얀 꽃들.. 지지리도 궁상이라 미팅 한번 제대로 못해봤던 내게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을 가슴에 꼭 안고 싱그럽게 웃어주던 그 꽃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만개하였을까?
세상사 바람같다지만 소리내어 흐느껴 울어본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한 불혹의 나이에 진한 꽃향기에 휘감겨 쓰러지고 싶다. 꽃밭에 철푸덕 주저앉아 꺼이꺼이 목놓아 울어보고 싶다..
|
|
사랑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터놓고 할 수가 없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도 속으로 애간장만 끓게 하는 시절이 있었다.그 옛날 고려,조선조의 남녀 사이의 연정은 말그대로 속으로 삼키고 꿈에서나 만나야 하고 은유적으로 입으로 흥얼거리는, 처량하고도 애틋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는 읽는 가운데 당사자의 마음을 읽게 되고 그 입장이 되어 한 번쯤 뒤척이고 잠못들 때가 있으리라.
"닿을 수 없는 거리"와 "이룰 수 없는 거리" 때문에 그리움이 생기고,그 그리움이 우리 목숨을 솟구치게 만드는 삶의 동력으로 작동한다. - 본문에서 -
고려와 조선 시대에 불려지고 전해져 오는 구비문학은 실제로 만나 농탕하게 사랑을 나누고 자유스럽게 당사자끼리 혼인을 맺는 게 어려웠던 시절이기에 젊은 청춘남녀들이 불타오르고 끓어오르는 주체할 수 없는 애욕은 그리움과 상사(相思)의 병만 더해가고 이를 구비로서라도 그 마음을 전케하니 속이라도 시원했을까.
사랑은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한다.초보적인 형태는 열정,친밀감,책임감중 하나만 있으며,열정만 있는 매혹감,친밀감만 있는 상태는 호감,책임감만 있는 상태는 공허한 사랑이라고 할 수가 있다.나아가 친밀감과 책임감만 있는 사랑은 우애,열정과 책임감만 있으면 육체적 사랑,열정과 친밀감만 있으면 낭만적 사랑이라는 말이 새롭게 들린다.
사월을 아니 잊어 오는구나,꾀꼬리 새여
무슨 일로 우리 임은 나를 잊었는가 <동동> [고려가요]
SNS,문자,메일,전화 등 광속도와 같이 요즘 사랑의 속삭임은 빠르게 편리한 문명의 이기와 함께 사랑이 싹트고 성장하고 식어가기를 반복한다.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와 같은 요즘의 사랑은 그 옛날의 남녀사이의 은근하게 피어오르고 끓어오르는 사골육수와 같은 진한 국물과 같을까? 꿈 속에서라도 만나고 싶고 보고 싶어서 몸에 동이 트고 밥맛이 없어 시름시름해져는 상황을 말로나도 글이라도 표현하고 싶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애틋한 마음의 상황을 구구절절하게 풀어 놓고 있다.
만나지 못하니 마음의 병이 생기고 황홀한 고통이라는 역리가 그리움으로 번지며 과장과 웃음이 듬뿍 배어나는 옛 사람들의 사랑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가 없지만 사후에서만이라도 꼭 만나 진실한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고 싶다는 애틋한 연가가 잘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짧은 인생 속에서 진실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행복한 여정을 함께 해줄 열정과 친밀감,책임감이 어우러진 관계는 이상적이고 고귀한 사랑이 아닐까 한다.엄마의 양수(羊水)속에 평온하게 유영하는 태아와 같은 천진무구한 어린 사랑이 옛 사랑 노래에는 그윽하고 따사로운 봄날과 같이 전해져 온다.
|
|
고전에 관심이 있는 저를 위해,
친구가 좋은 책 하나 발견했다며 선물로 전해줘 읽게 되었습니다.
흔히 접해왔던 고전에 관한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어렵게..혹은..학문적인 내용을
학자의 입장에서 '나는 너희들보다 많이 안다'라고 전달하는 느낌이 없이,
말 그대로,
옛 사람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사소한 감정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
누군가가 조곤조곤 곁에서 말해주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고전에 작은 관심이라도 있는 분이시라면,
또한 감정이 메마른 분이 아니시라면,
부담없이 읽어 보십시오...
참으로 따뜻한 책이라 여기실겁니다...
|
|
옛 시가 얼마나 은근하고 끈끈하고 진득한 멋이 있는지 옛 사람들의 사랑 노래를 통해 새롭게 느끼게 된다. 더러는 지나다가 들은 것, 더러는 국어교과서에서 배운 것, 더러는 책에서 읽은 것이 있지만 익숙하고 생소한 것 모두 생생하게 살아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나는 이런 책을 기다렸다.
곧 우리나라를 떠나는 지인에게 한 권을 더 주문하여 보내고 그가 이 아름다운 말들을, 리듬을 오래 기억하기를 기도했다.
|
|
고전시가는 학생들이 어려워한다. 낯선 표기도 어렵지만, 노래를 즐기던 당시 시대도 낯설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들 한다. 시의 본질이 사랑이기 때문이리라. 근대의 사랑과, 고전의 사랑이 다르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 '사랑'의 본질은 다르지 않으리란 전제로, 고전시가를 풀어간다. 고전시가 작품들 중에서 사랑 노래들을 추려내고, 이 작품들을 쉬운 현대어로 풀어서 설명한다. 사랑에 빠지고, 기다리고, 이별하고 슬퍼하는 인간의 심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시는 '사랑' 속에 있다.
더불어, 고전시가를 배우면서 알아야 하는 객관적 상관물, 역설, 반어 등을 매우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고등학생에게 강력 추천한다.
사족. 이 책을 읽으며 류수열 교수의 스승인 김대행 교수의 책을 읽고 있단 착각이 들 정도로, 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