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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우애령이 부군이신 철학자 엄정식 교수의 이야기를 쓰고 딸 엄유진이 그림을 더한 귀한 책이다. 내용을 읽기도 전에 가족간의 따스한 사랑과 깊은 믿음이 느껴져 마음이 훈훈해졌다. 책장을 열자, 역시 작가 우애령의 감칠맛 나는 입담이 속사포처럼 쏘아대니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마지막 장까지 내쳐 달릴 수밖에 없었다.
세 마리의 불쌍한 오리를 아파트에 보호하기 위해 데리고 들어온 철학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제1장은 철학자가 몽상가라는 증좌를 여럿 대며 작가 특유의 맛깔스러운 문체로 즐거이 철학자의 삶을 소개한다. 집으로 데려와 구원해주려는 버려진 존재들의 이야기, 휘발유로 가는 카니발 자동차를 덜컥 들여놓고 행복한 철학자, 컴퓨터라는 거대한 풍차 앞에 선 돈키호테 철학자, 철학자와 거리의 여인 이야기 등....
제2장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철학자의 탄생이야기로부터 결혼, 유학, 첫아들, 딸, 막내인 꼬마 철학자에 이어 철학자의 모든 철학 이념과 원칙을 재구성하게 하는 절대적인 존재 손자의 이야기에 이르는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3장은, 독재자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고 작가가 주장하고 있는 철학자의 잔치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시인을 꿈꾸던 철학자의 젊은 시절을 지나 강아지 봉봉과의 만남, 스포츠 마니아인 철학자, 집에서 가장 크고 좋은 방을 철학자에게 서재로 내어주고 온갖 칭송을 받은 후에 은밀히(?) 응접실과 상담실로 점유하고 있다며 작가의 크나큰 배려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다음, 철학자의 제자들 이야기로 <즐거운 인생>편을 마무리한다.
제4장은 <은곡재에서>라는 제목 하에 정년을 앞둔 철학자의 당진으로의 귀향과 노년의 꿈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바치는 엄유진의 글과 그림으로 된 세 마리 오리와 철학자의 이야기로 책의 내용은 마무리된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청량한 문체를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작가는 남편의 삶과 철학과 인간관계와 꿈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묘사하는데, 객관적이되 객관적이지 않은 작가의 미묘한 태도와 시선은 오랜 세월 함께 살아 오면서 쌓아 온 깊은 존경과 신뢰를 느끼게 해준다. 설명하면 할수록 내가 느꼈던 감동과 즐거움이 감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 가을, 행복한 철학자와 조우하여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읽어보기 바란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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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어떠한 이유에서 나에게 특정 콘텐츠를 표출하는지 알 길은 없으나, 내가 이들 가족의 이야기에 한 발 다가서게 된 건 우연과도 같았다. 내 의지나 취향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눈앞에 등장하는 그림에 기꺼이 나는 굴복했는데, 처음엔 그림이 그저 좋았기 때문이었으나 이내 그 따스함에 빨려 들어갔다. 처음에는 나의 지독한 편견이 작동했다. 태국이라 했던가. 그 많고 많은 나라 중 그린 이의 나라에 살짝 당황했다. 부유함이라는 색안경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며 들여다보다가 나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기운, 이들 가족에게 깃들어 있는 유머를 발견했다. 아버지는 철학자요, 어머니는 작가다. 다소 엉뚱한 면모를 지닌 두 사람의 티카티카는 화두의 소소함과 별개로 수시로 나에게 웃음을 가져다주었다. 사랑이라는 콩깍지가 씌어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살짝 의심도 했지만, 끼리끼리라는 단어를 이내 떠올렸다. 보석을 알아보는 건 내 자신에게 보석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서다. 다른 듯했지만 이들은 닮아 있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닮아갈 예정이었다. 책은 내가 즐겨 보던 그림에 어머니로 등장한 인물의 것이었다. 하지만 특정인의 것으로 지칭해서는 아니 됐다. 왜냐하면 책을 가능하게 한 뼈대는 철학자, 즉 아버지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페이지마다 익숙한 그림이 들어찼으니, 이는 딸의 몫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듯,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 위해 온 가족의 손길이 필요했다. 내가 읽은 건 개정증보판이다. 책이 처음 쓰여졌을 때 어떠한 형태였는지 알지 못하는 나는 지금을 기준이라 여기기로 마음 먹었다. 약간의 낯 뜨거움과, 어쩌면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가 부분부분 깃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쳤기에 책은 비로소 완벽해졌다. 철학이란 무엇일까. 우리 세대에게 철학은 난해하면서도 생산성과는 하등 관계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는 했다. 현대인의 살아남기에서 궁극적인 목적지는 벌이 좋은 직장에 적을 두는 것이기에,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사람이 쏠렸다. 인문학의 위기라 일컫는 시기가 도래했으니, 철학에도 빙하기가 찾아왔다. 이와 같은 흐름이 마냥 새로운 건 아닌 모양이다. 그림 중 군대에서의 에피소드가 강렬하게 내 마음을 파고 들었다. 사회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이와 철학을 했다는 이가 서로 친하게 지내자며 어색한 가운데 말을 붙이는 장면을 바라보며, 난 모진 세상에서 순수한 영혼이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힘이 들지, 나도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을 품었더란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이른바 오지랖과도 같았다. 도시에서 오리 아빠가 되어 주변의 시선을 받으며 살았던 시기, 즉, 사람들이라면 시행착오라 불렀을 시기를 거치면서도 본질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철학은 시시때때로 쓰디쓴 삶에 오묘한 달콤함을 선사했는데, 엉뚱함을 재치 있게 받아들이는 존재가 있어 더욱 빛났다. 철학자의 행복은 일부는 내면의 단단함으로부터 비롯됐을 터이나, 가족도 일정 부분 이에 힘을 보탰으리라고 난 생각한다. 책에는 분량에 한계가 있다. 어느 시점에서 이야기는 멎을 수밖에 없었지만, SNS는 다르다. 저자의 의도 여부를 떠나 많은 이들은 저자의 그림을 통해 이들 가족의 현재를 접하고 있다. 노년에 접어든 부모의 작아지는 모습은 내 부모의 모습과 자꾸만 오버랩된다. 거대한 고목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시든 잎을 떨구는데 나는 그것을 자연스러운 노화로 받아들이지 못해 불안해한다. 때때로 기억을 잊고 공황 장애로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일도 잦고. 그 모습을 가장 곁에서 지켜보는 철학자의 모습이 오늘날 그림에 왕왕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복할까. 이 또한 인생을 구성하는 한 페이지임을 철학자라면 분명히 알고 있겠지?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 왠지 이들은 잘 해낼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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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쾌하게 문송한 책 문과대 출신으로서 자조적인 문송한 멘트는 많이 해봤는데 배우자의 입장에서 날리는 유쾌한 문송멘트는 재밌으면서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각 대학 철학과사는 바쁘겠다ㅋㅋㅋㅋ 그리고 이런 티키타카가 잘되는 노부부가 되길! 2. 나도 다정한 가족이 되어야지를 생각하게 한. 그냥 일상적으로 읽었어도 가족의 무-드를 생각해보게 되었을텐데, 마침 가족여행가는 비행기안에서 읽어서 더 찡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121쪽의 "쟤가 요새 나한테 다정하게 해 줘."라는 문구가 또 장녀인 나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던. 그리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싶은 나에게 또 아차싶은 순간을 주었던. 다정하고 다복한, 내가 만드는 가정은 그럴 수 있길! (근데 북클러버 리뷰 이렇게 쓰는거 맞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