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결 같이 이렇게 청춘을 보낸 불행한 386들이 이젠 나라를 망치고 있다. 행복한게 뭔지 모르는, 낭만적인 사랑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사는 재미도 없는 처절한 젊은 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스스로 행복하지 못한 세대가 어찌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으랴. 국가적 불행이다. 지금은 모두들 피부로 느낀다. 이런 식은 아니라고. 그러나 어쩌랴. 우린들 그렇게 젊은 날을 보내고 싶었겠나. 와세다 대학의 교정, 가부키 의상이 전시되어있는 연극 박물관 문 앞에서 노란 은행잎을 보며 나는 하루키를 다시 기억한다. 아, 하루키, 아니 와타나베처럼 나도 연애만 했어야 했다. 돌이켜 보면 그게 내 진짜 체질이었다. 학생운동 언저리에서 끊이 없이 고민하며, 어정쩡한 대학시절을 보낸 나와는 전혀 달랐던 하루키가 다시금 너무 부러워진다. 그리고 내청춘은 형편없이 쓸쓸해지면 우울해진다."
- 98 페이지 -
그저 본인 주관으로 저렇게 한세대를 매도 수준이 아닌 거의 난도질 수준으로 모욕 할 수 있는 작자의 용기가 부럽다. 도대체 작자가 말한 국가적 불행이라고 느끼는 그 "모두"의 정체는 무엇인가. "학생운동 언저리"에서 끊이 없이 고민했을 그세대의 번민을 형편없이 쓸쓸하고 우울한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인가. 연애한번 제대로 못해본 것이 나라를 망친 원인이 될줄이야.
그리고 작자가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 이후"에나 나올 수 있을 일본 열광 속편을 기대해본다. (나올까 과연) |
|
이 책은 ‘일본은 있다, 없다’와 비슷한 종류의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그 밑에 깔려 있는 집단적인 정신세계에 대한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미없는 학술서나 교과서와 같은 책은 아니다.
저자는 제목 그대로 일본에 대해 ‘열광’하고 있다.
왜 일본 만화에 나오는 여자들이 항상 하얀 빤스를 살짝 보여주는지,
그 방식은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하얀 빤스의 밑바닥에는 남성불감증이 깔려 있고,
이와 같은 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저자는 일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런 탐구는 우리가 까닭을 알 수 없는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적개심’을 가지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코 쉽지는 않은 책이다. |
|
1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다소 불량한 제목의 책으로 작년 블로거 친구들 리뷰에서 자주 보았던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일본체류기이다. 이 책, 참 독특하다. 일본 여행지 소개하면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듯한 역사배경이나 감상 조금 버무리는 흔한 여행기는 아니다. 그러나, <국화와 칼>식의 본격 학술적 접근을 하지도 않으면서, 설렁설령 여담 늘어놓는 교수님처럼, 일본 대중문화의 러브 호텔, 불륜 영화, 만화, 온천 등의 키워드로 시작해 일본 근대화 시기의 문제점까지 일본인들의 집단문화심리 분석을 해 낸다.
살짝 변태적인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는 부분에서는 이 책의 정체가 뭔가, 싶다가도 (약간 심리학보다 소설에 가까운 한물간) 프로이트 이론부터 저자가 전공한 비고츠키 이론까지, 그외 쟁쟁한 사상가들의 이론을 자신의 일본집단심리론 주장의 근거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읽었거나 공부한 책의 내용과 비교하며 읽게 되고, 안 읽은 책은 충동구매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2
일본역사 쪽으로 관심을 갖고 조금 읽다보니 생기는 의문이 있었다. 왜 일본의 근대문물(서양문물) 수용과 모방은 이렇게 순순히 이루어졌는지, 왜 서양 전통 문화는 일본에서 더 숭배되고 소비되는지, 왜 2차대전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문화에 거부감이 없는지,,,. 이런 점들에 대해 다른 책에서는 일본인은 힘을 숭배하고 상부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며 그 결과에 대해 반성적 성찰을 하지 못하는 국민성이 있다,는 결론을 대개 내린다. 그러나 김정운 저자는 이 문제를 문화심리학적으로 접근하여 일본 근대 형성기를 주목한다.
집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주체적 자아는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하고, 불합리한 권력에 대해서는 혁명으로 저항한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을 계리로 성립된 일본의 모더니티는 이러한 주체적 자아의 형성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전개되었고, 그 핵심에는 천황이 있다. (48쪽, 이 정도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런데 아래를 보라)
일본적 가족 로망스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권위주의적 가부장제의 핵심인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려는 데 있다. 어머니, 누이에 대한 욕망, 아버지의 살해, 그리고 아들들의 뉘우침이라는 세 가지 가족 로망스의 플룻에서 '아버지의 살해'라는 가장 핵심적인 플룻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고는 뜬금없는 아들들의 뉘우침만 있을 뿐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은 그래서 오버인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며 뉘우치기만 하는 아주 특이한 드라마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274쪽. 재미있지 않은가?)
자, 그럼 '탈아입구'를 외치며 일본의 근대를 이끈 후쿠자와 유키치를 아버지로 둔 현대의 아들들은 미시마 유키오처럼 할복자살하거나, <실락원>의 남자 주인공처럼 불륜에 빠지거나 메이드 복장을 한 거유여인들과 라부호테루나 들락거릴 수 밖에 없는가,,, 흠흠,,, 현대 일본 남성 심리의 문제를 통해 일본 근대성의 문제까지 다루다니! 이 저자, 주목하리라.
3
리뷰 제목에 '살짝 변태적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성적 판타지라든가 아내와의 관계, 군대에서 꼴통짓한 경험 정도 늘어놓는다고 해서 이런 제목을 단 것이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세상을 더 깊이 느끼는 방식을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이안 보스트리지를 이 저자도 좋아한다. 저자는 나의 이안이 부르는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를 들으며 러브호텔 골목 산책을 한단다.
슈베르트는 지독한 성병으로 고생하다가 서른 한 살에 죽고 만다. 겨우 서른 한 살에. 그런 슈베르트의 노래와 도쿄의 밤거리는 참 많이 닮았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좌절이 처절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나는 자주 신주코 가부키초의 러브호텔 골목을 비추는 환한 네온사인 사이를 헤매며 슈베르트의 노래를 듣는다. 그래야 슈베르트의 절망에 함께 울 수 있는 까닭이다. 이 이야길 한참 듣던 이진일 사장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거 참,,,, 특이한 변태시네요." 난 이사장이 내 멜랑콜리에 감동한 줄 알았건만. (66쪽)
4 하지만, 곳곳에 보이는, 여성을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 여기는듯한 시선은 불편했다. 무례한 정도를 지나 성폭력 수준으로 보이는 진술, 에피소드가 꽤 있다. |
|
예전엔 책 좀 보더니 요즘엔 그런 꼴을 못 보겠다고, 이젠 책하고 담을 쌓았느냐고, 아내가 그렇게 빈정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말이지 요즘에는 어쩌다 책이라도 잡을라치면 없던 졸음도 바위채 쏟아진다. 그래서 심지어는, 불면에 시달릴 때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붙드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이런 책, 취향이시잖아요." 며칠 전, 같은 부서의 막내 여직원이 내게 불쑥 책을 내민다. 제목이 <일본열광>. 목차를 대략 후루룩 넘겨보니 일본문화의 체험담인듯 한데, 별로 신통해 보이진 않는다. 사실, 그런 류의 책은 너무 많으니까. 그래도 공짜로 생긴 책이니 우선 덥석 받아들고, 나른한 주말에야 심심풀이 삼아 열어본다. 부제를 보니,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도쿄 일기 & 읽기'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문화심리학 이론을 지렛대 삼아 일본문화의 구조를 들추며 구석 구석 유머러스한 장치도 잊지 않는다. 게다가 나와 동갑내기라니, 이 책에서 언급된 식이라면, 동급의 권력인 셈이다. 이 또한 우연한 즐거움이다. 하룻밤 사이에 마지막 장까지 훌쩍 넘긴 책! 쑥, 아리가도~ 기억할만한 구절들을 옮겨 둔다.
제목 : 일본열광 저자 : 김정운 출판 : 프로네시스 (2007)
(P33) 정신분석학자인 오코노기 게이고(小此木啓吾)는 일본 문화의 핵심을 바로 이 마조히즘으로 정의한다. 거기에 하나 더 붙여서 '도덕적 마조히즘'. 이거다. 내가 지금까지 일본에서 느끼던 그 부담스러움의 정체는 바로 이 '도덕적 마조히즘'에 있었다. 이는 타인의 면전에서 자신을 끝없이 괴롭힘으로써 상대방의 자발적 죄책감을 유도하는 고도의 심리적 전략이 되기도 한다.
(P37) (일본 만화에 자주 나오는) 하얀 빤스와 도덕적 마조히즘과의 관계는 몇 단계의 개념 체계를 거쳐야 분명해진다. (모리오카 마사히로 [森岡正傳]는) 이 하얀 빤스의 기호학적 소비에는 남성불감증이 깔려 있다고 진단한다. (...) 남성불감증이란 '성적 만족=정액 사정'이라는 남성의 성적 만족에 관한 아주 원시적인 사회통념에서 비롯된다. 현대사회에서 남자에겐 성적 욕구 충족의 심리적 차원과 관련한 섬세한 개념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자의 성행위에는 오직 동물적인 사정만 있을 따름이다. 섹슈얼리티를 오직 사정으로만 이해하는 남자들은 항상 허탈하다. 동물적 욕구만 존재할 뿐, 문화적, 미학적 차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욕구 불만을 다양한 상징적 소비를 통해 해소하려고 한다. 그 처절한 노력 가운데 하얀 빤스는 왜곡된 섹슈얼리티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얀 빤스에 흥분하는 남자들에게 하얀 빤스는 절대 벗겨지면 안된다고 모리오카는 주장한다. 하얀 빤스가 벗겨지는 순간 모든 성적 환상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P38) 하얀 빤스 속에는 여자의 성기가 없다. 남성 자신의 뿌리 깊은 정신적 상처가 있을 뿐이다.
(P39) 아무리 노력해도 확인되지 않는 성적 주체로서의 자아를 전투 소녀의 하얀 빤스에 투사하는 이 일본 오타쿠들의 허탈한 노력의 배후에는 집단과 제도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Trauma)가 숨어 있다.
(P48) 개인과 집단의 구조적 분리를 통한 주체적 자아 형성은 모더니티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집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주체적 자아는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하고 불합리한 권력에 대해서는 혁명으로 저항한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을 게기로 성립된 일본의 모더니티는 이러한 주체적 자아의 형성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그 핵심에는 천황이 있다.
(P49) 하얀 빤스의 도덕적 마조히즘은 바로 이 모더니티의 일본적 변종의 결과다. 신격화된 인간 천황으로부터,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유롭지 못한 정신적 종속 관계 때문인 것이다.
(P58) 바로 이 허전함, 채워지지 않는 결핍 때문에 일본 음식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그 참을 수 없는 약간의 부족함, 확인할 수 없는 채워지지 않는 그 어떤 것, 바로 그것이 일본 음식의 본질이다.
(P60) 바로 이렇게 구석구석 산재해 있는 심리적 결핍의 시스템이 일본 문화의 특징이다. 결핍의 체계적 생산, 바로 여기에 일본 문화의 동력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욕구는 채워지면 더 이상 욕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P81) 실제의 동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서양인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동양. 이를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는 '오리엔탈리즘'이라 정의한다. 오리엔탈리즘의 반대편에는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 있다. 이는 동양인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서양이다. 라부호테루와 음악감상실이 만들어내는 그 '결핍의 기호학적 매개'의 내용은 옥시덴탈리즘이다.
(P103-105) 기억은 항상 선택적이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실제 내 삶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내게 유리한 것들로만 구성되는 기억의 게슈탈트이다. (...) 집단적 기억도 마찬가지다. 선택적이다. 선택적으로 서술되는 과거 사건들이 바로 히스토리, 즉 역사다.
(P112-113) 비고츠키의 이론에 따르자면 인간의 사고가 문화마다 달라지는 이유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고란 언어가 내면화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언어가 다르면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P117) 대화의 상대, 처한 상황에 따라 상용하는 (언어의) 개념과 문형이 아예 달라진다는 것은 이에 상응하는 아주 일본적인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실체가 무엇일까? 그 실체를 나는 '절차적 권위주의'라 부른다. 내가 정의 하는 '절차적 권위주의'는 이렇다. 어떠한 상호작용의 맥락이든, 권위의 맥락이 먼저 결정된다. 그리고 그 권위의 맥락에 따라 언어의 사용 방식은 물론 생각의 방식까지도 결정된다. 더 나아가, 권위의 맥락에 따라 정서적 경험과 표현 방식까지도 통제된다. 이 모든 과정은 정형화된 문화적 절차, 즉 리추얼(ritual)에 따라 진행된다. 리추얼을 통해 지속적으로 내면화되는 정서 통제의 수단으로서의 절차적 권위주의는 아주 효과적인 집단 무의식의 통제 수단이 된다.
(P147) 아이들은 배변훈련을 하면서 처음으로 처벌을 경험한다. 아이는 처벌 때문에 더 이상 본능적 욕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현실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 에고(ego), 즉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우리 자의식은 회초리를 피하기 위한 잔머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P157) 원근법의 발견은 시선의 주체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시선의 주체와 대상 사이의 거리에 따라 사물이 달라 보인다는, 시선의 상대성에 대한 인식이다.
(P160) 일본 정원이 서영 정원, 특히 프랑스 정원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관점의 소재, 즉 정원을 바라보는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다. 서양 정원의 관점은 한 곳이다.
(P209-210) 문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여성의 가슴은 인간의 모든 의사소통 행위를 가능케 하는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출발점이다. (...) 상호주관성은 동일한 정서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 동일한 정서적 경험은 엄마의 가슴에서 시작된다. 아기는 엄마 품에서 젖을 빨면서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이때 어린 아이가 느끼는 정서적 경험은 엄마와 동일한 것이다. (...) 아기 발달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아기는 엄마와 동일한 정서적 경험을 하지만 몸은 서로 독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일한 정서적 내용을 엄마와 아기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즉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은 느낌을 갖는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엄마와 구별되는 존재로서의 자아의식이 아기에게 생기기 시작한다. 동시에 나와 다른 존재와의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서로 분리된 존재가 동일한 정서적 경험을 하는 것이 상호이해와 의사소통의 기원이다.
(P226)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분열에 대한 마르크스의 지적은 탁월하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또 하나의 가치가 있다. 심리적 가치다. 자본주의적 상품 사회에서 인간의 상품 구매 행동은 새로움과 감동의 구입이라는 또 다른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감동가치(感動價値)'의 구매다. (...) 의사소통 능력의 기원이 되는 엄마 가슴에서의 정서적 경험이 바로 이 감동과 감탄의 원형이다.
(P229) 오벤또나 이불 깔아주기와 같은 일방적 배려에 대한 일본인들의 집착은 '아마에(甘え)'라고 하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 때문이다. '아마에'란 원래 '달다', '달콤하다'라는 형용사가 명사화된 것으로, '응석 부리며 의존하는 태도'를 뜻한다.
(P274) 일본적 가족 로망스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권위주의적 가부장제의 핵심인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려는데 있다. 어머니·누이에 대한 욕망, 아버지의 살해, 그리고 아들들의 뉘우침이라는 이 세 가지 가족 로망스의 플롯에서 '아버지의 살해'라는 가장 핵심적인 플롯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고는 뜬금없는 아들들의 뉘우침만 있을 뿐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은 그래서 오버인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며 뉘우치기만 하는 아주 특이한 드라마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P299-300) 미메시스(mimesis-아리스토텔레스 미학의 모방행위)적 매체로서의 정원이 가지는 심리적 기능은 피아제의 심리학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변화와 발달의 과정을 피아제는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이라는 생물학적 개념을 동원하여 체계화한다. (...) 건축이란 동화, 즉 인간의 필요에 맞춰 자연을 바꾸는 과정이다. 이를 균형 잡기 위해서는 그 반대의 과정, 즉 자연을 모방하고 순응하는 조절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정원이 바로 그것이다. 한결같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동화의 과정만이 존재하는 서양의 정원에 비해, 일본의 정원은 유기체적 원리에 더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P300) 조절과 동화, 즉 자연의 지배와 자연에의 순응을 통해 평형을 유지하는 일본적 힘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아주 독특한 일어 체계에서 가장 확연히 드러난다.
(P317) 일본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 그래서 일본은 하나도 안 받아들인다. 일본은 그저 매번 다르게 편집할 따름이다. 그래서 일본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
|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한국 사회가 '못 놀아서 망한다'고 주장하며 '休테크'를 주장하는 심리학자이자 여가학자 입니다. 일본을 저자의 전공인 심리학을 통해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문의 도서추천에서 오래전에 '왜 일본인들은 하얀 빤스에 집착하는가?'... 뭐 기억은 잘 안되지만 비슷한 맥락의 책소개를 보고 꼭 읽어봐야지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내심 기대했던 에로틱한 부분은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라..단, 몇몇 사진자료는 지하철에서 내놓고 보기에 괜시리 민망할수도 있겠다.
#난 늙으면 일어책 한 권, 영어책 한 권, 독어책 한 권을 가방에 넣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꿈이다. 비행기 안에서는 아주 젊고 예쁜 아가씨 옆에 앉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우아한 몸짓으로 책을 꺼내 읽을 것이다. 영어, 독어, 일어 책을 순서대로. 혹시 그 아가씨가 영어와 독어를 구별 못할까 걱정되어 가끔은 소리도 내서 읽을 것이다. 혹시라도 안 예쁜 여자 옆에 앉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 같다. 나는 과감히 비행기 표를 다시 산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젊고 예쁜 아가씨 옆에 앉을 것이다. =>'나의 꿈'리스트에 추가하고 싶은 꿈이다. 단, 나는 일어, 영어와 함께 중국어를 넣으리. 물론 예쁜 여자는 반드시다.
#"현상은 개념이 있어야 이해된다."=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반복 주장했던 '아는 만큼 보인다.'
#일본식 정원은 몇 개의 작은 인공 연못을 중심으로 물길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자연을 축소한 형태의 나무와 섬들을 만들어 놓았다. 자연과 우주를 축소하여 간직하려는 의도이다. |
|
성적인 주제로만 한 책이 가득 차있어서. (그래서 구성에는 별 두개만 줬다)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몇몇 대목에선 사실 좀 불쾌해지기도 했고.
학술로써는 '프로이트적'일지 몰라도 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본이 깨끗한 이유를 명료하게 분석해놓은 것이었다. 이 부분의 설명만으로 나는 책값이 아깝지 않았다. (이 얘길 읽기까지 소녀의 팬티와 불륜이야기를 질리도록 읽어야 했지만)
청결에 대한 강박이 도를 넘어서다 -146p
「정신분석한 이론에 의하면 이런 종류의 강박증은 항문기 고착의 결과다. 구강기 고착은 어머니의 젖을 빠는 것과 같은, 입을 통한 만족이 충분치 못할때 생긴다. 그러나 항문기 고착은 처벌이 동반된다. 아이들은 배변훈련을 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처벌을 경험한다. 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에고(ego) 즉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우리의 장판 문화에서는 아이가 방바닥에 오줌을 싸거나 똥을 싸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바닥이 다다미일 경우에는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 오줌이 다다미 사이로 스며들게 되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똥은 더 큰 문제다. 지푸라기를 똥과 오줌으로 섞어놓은 것이 거름이다.」
거름 위에서 살기 싫은 일본인들이 아기의 배변 훈련을 확실히 하기 시작한데서 그들의 청결문화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저자.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오랜만에 재밌는 교수님 수업을 청강한 기분이었다. |
|
저자는 탈모를 걱정하는 귀여운 아저씨같다. 읽으면서 <공중그네>의 이라부를 떠올렸다.읽는 내내 키득키득 웃게 하는 부분이 많다.부인에게 하얀시트로 바꾸자고 조르는것, 위문공연 온 김수희에게 뛰어올라갔다가 헌병에게 맞고 질질 끌려내려왔다든지,(본인은 그녀의 향기에 취해 기절한거라 박박 우기지만) 요상하게 보이는 커플 사진을 찍다 도망가는 그들을 보고 신나한다든지.....
그동안 일본에 관해 나온 책은 많았지만 피상적으로 개인 적으로 끄저끄적한 글들이 많았다고 본다. 이 책은 심리학자가 본 일본문화라 신선하고 색다른 점이 있다. 왜 일본만화엔 하얀빤쓰가 등장하는지, 왜 일본엔 러브호텔이 많은지. 왜 목욕탕에서도 몸을 가리는지, 왜 전통여관에서 이불을 깔아주는지......문제제기들도 흥미롭다. 저자는 러브호텔에서 그들의 옥시덴탈리즘을 읽고, 목욕탕에서도 타인의 시선에 결코 자유롭지 못한 긴장을 읽고, 전통여관에서 '배려'를 소비하고모성의존을 재생산한다고 본다. 호오, 재미있네, 꽤 그럴듯 하군. 하지만 "하얀빤스"에서 도덕적 마조히즘을 끌어내는 건 알듯말듯하다.불륜영화의 남자들은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기차를 탄다는 분석 역시 글쎄요이다.내가 정신분석에 이해가 별로 깊지 않은 탓이겠지만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일본문화가 가부장제의 핵심인 아버지 살해 없이 새로운 가치를 세우려는데 문제가 있다는 이론엔 고개가 끄덕여진다.한번도 이전 질서를 거부한 적이 없었기에 자신의 오류룰 인정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 어쨌든 특유의 귀여움으로 글은 재미있게 썼다고 본다.
정통으로 일본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은 분들께는 김현구 저,<일본이야기>를 추천한다.출판사 소개대로 일본체험과 일본연구가 균형있게 결합된 책이다. |
|
개인적으로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지라 우연히 이 책을 알게되었고 큰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매를 해서 읽게되었다. 일본의 많은 문화현상을 심리학적 관점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러나 점점 책을 읽으면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심리학을 공부한 한 개인'이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혹여 일본문화에 대해서 획일적인 관점과 해석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저자의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개인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일본문화를 '해석'한다고 표현하기에는 충분히 문제가 있다. 물론 책 서두에서 저자도 한낱 개인의 의견이라고 밝히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큰 기대를 가지고 읽은 탓에 실망이 큰 것일지도 모르나,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책은 일본문화에 대해 풀어썼다기 보다는 일본에서 유학중인 저자가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기내에서 미인의 옆에 앉아 3개국어를 뽐내고 싶다, 미인이 좋다는 등 지극히 저자 개인적인 감정이 책 이곳저곳에서 심심치않게 드러난다는 점도 마이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