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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탁월한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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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치버의 불릿파크를 읽는 동안 어쩐지 내내 미셸 우엘백이 떠올라서, 감히 프랑스엔 슬픈 허무주의 이야기꾼 미셸 우엘백이 있다면 미국엔 마음 약한 허무주의 이야기꾼 존 치버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허무하고 덤덤한 일상이 어쩐지 많이 닮았다. 다만, 마음 약한 사람들만이 걸린다는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에 고통 받았던 존 치버의 글이 훨씬 독자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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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치버의 불릿파크를 읽는 동안 어쩐지 내내 미셸 우엘백이 떠올라서, 감히 프랑스엔 슬픈 허무주의 이야기꾼 미셸 우엘백이 있다면 미국엔 마음 약한 허무주의 이야기꾼 존 치버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허무하고 덤덤한 일상이 어쩐지 많이 닮았다. 다만, 마음 약한 사람들만이 걸린다는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에 고통 받았던 존 치버의 글이 훨씬 독자를 배려하고 쓴 것처럼 지루하지 않게 적절하고 이해 가능할 정도로 친절하다. 그래서 호기심이 빠른 속도로 상승곡선을 탄다.

 

 

그 말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그 말 한마디가 나를 내동댕이쳐버렸던 거지. 그런 생각은 아예 해본 적조차 없었으니까. 내가 처음 떠올린 생각은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 분별 있게 참을성을 보이고 뭐 그래야 한다는. 그 애는 겨우 열일곱 살밖에 안 되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분별 있고 참을성 있는 역을 생각해냈지. 다음에는 실제로 그 역을 해보려 했고. 그런데 그 일이 정말로는 어떻게 느껴졌느냐 하면, 참을성이란 건 커다란 털 담요 같았고 나는 그걸로 몸을 두르고 있지만 그게 자꾸만 미끄러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p.172)

 

그의 빠른 단문은 결과까지 한달음에 달려가게 만들뿐만 아니라 함축되고 절약된 묘사에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그래서 조용하고 평화롭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마을 불릿파크(탄환 저장소)에서 네일즈(못)와 해머(망치)의 오묘한 이름의 만남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사실상 네일즈와 해머 각각의 이야기가 한 편씩 따로 진행되다 절정에 이르러서 만나게 되는데, 그때까지 각자에게 펼쳐지는 이야기가 상당히 지루하게 흥미진진하다. 이 아이러니한 감정은 존 치버의 계략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데, 온통 지뢰밭 한가운데 서 있어도 무감각하여 밟았는지 조차 의식하지 못했다가 긴장감이 바짝 조여드는 느낌이랄까! 무덤덤한 기분으로 짜릿한 지뢰 찾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의 흥미로운 이력-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했건만 작가로 데뷔하여 전미 도서상을 휩쓸고 문예창작 교수까지 맡았고, 세계적 명성까지 거머쥔-이 눈에 띌 정도로 존 치버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첫 장편인 '왑샷 가의 연대기'와 '왑샷 가의 몰락기'는 각각 500여 페이지나 되지만, 그가 끝없이 쏟아내는 독특한 유머와 놀라운 이야기들이 궁금하여 다음 목록으로 꼽아놨을 만큼 흥미로운 작가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엔 그의 작품들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지만 말이다. 

 

 

 

 

 



t****o 2013.01.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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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가치있는 삶을 사는가! (블릿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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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돌아간다면 내가 뭘한걸지 알고 있니?' 아뇨 어머니. '블릿파크 같은 곳에 정착할거야. 집을 한 채사서 아주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 거고 브리지게임을 할거야. 자선활동에도 참여할 거고. 그리고 내 목적을 숨기기 위해 접대를 할거야.' 어떤 식으로 말인가요? '본보기로 어떤 젊은 남자를 고를 거야.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두셋둔 광고회사 간부라면 더 좋겠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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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돌아간다면 내가 뭘한걸지 알고 있니?'
아뇨 어머니.
'블릿파크 같은 곳에 정착할거야.
집을 한 채사서 아주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 거고 브리지게임을 할거야.
자선활동에도 참여할 거고. 그리고 내 목적을 숨기기 위해 접대를 할거야.'
어떤 식으로 말인가요?
'본보기로 어떤 젊은 남자를 고를 거야.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두셋둔 광고회사 간부라면 더 좋겠지.
그 어떤 감동이나 가치도 없이 살아가는 삶의 좋은 예로 말이야.'
그 사람을 어떻게 할건데요?
'그리스도의 교회 문에다 십가가처형을 할 거야'
 
 
*이 대화는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다. 그리고 후일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아들은 어머니의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물론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도, 살인을 목적으로 한 삶도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일어나고 말았을 일이었다. 왜냐하면 인간의 가치보다는 돈이 우선되는 자본주의의 사회이고, 그 속에서 끼리끼리 모여 살아가는 가식적인 사람들의 모습에 누군가는 역겨움을 느낄테니까.. 그래서 아들은 블릿파크라는 교외에 집을 사고, 적당한 타깃을 정하고, 적당히 이웃을 맺어 취미모임에도 나가고 그 아들을 죽일 살인을 계획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가 정의감에 불타거나 이 사회를 걱정하는 타입은 전혀 아니며 이 글 또한 스릴러가 아니다. 네일즈와 해머(못과 망치)라는 두 주인공의 삶을 그린 각각의 단락들을 통해 별탈없이 부유하게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내면을 드려다본다.  얼마나 지루하고 위선적이며 지리멸렬하게 살아가는지,.  남편과 아내로서의 의무나 틀만이 존재하는 부부, 소통의 형태와 한계를 보여주는 아빠와 자식, 단편적인 이웃과 가족,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가족,.   위선의 가장이자 살인의 타겟이 되는 네일즈나 서자라는 출신성분으로 인해 상류사회로의 진출이 끊긴채 불안하게 살아가며 살인을 꿈꾸게 되는 해머도 흥미롭지만 더욱 대표적인 표상은 짧게 그려지는 아들의 이야기다. 네일즈에게는 토니라는 아들이 있는데,. 부유한 아버지 아래에서 아무 걱정없이 자라남에도 불구하고 이 아들이 사는 세계와 성장은 무척이나 위태위태하다. 어느날 불현듯 찾아온 병, 최고의 의사조차 병명도 모르는 심리적인 이상한 병, 히스테릭한 학교여선생님으로부터의 일방적인 범인취급, 기준과 판단없이 맺어지는 어느 타락한 여자와의 우연한 만남과 친분 등등... 집 밖을 나서서 아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부모는 알지 못한다.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예전의 가치와 룰이 사라진 세상이라 아버지는 알지 못한다. 각 집단의 주장과 이기심, 계급이 자리하는 사회는 수많은 돌출적인 불안으로 인해 위협적이고 아들도 나약하기만 하다. 어쩔수 없이 청교도적인 가치를 내세우는 그리스도 교회에 그 답을 구해야하는지 자문한다. 그러나 답은 없다. 그렇게 살아간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마냥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사회. 블릿파크. 이 땅도 곧 그러할 것이다. *
 
YES마니아 : 로얄 d******r 2008.10.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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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산층의 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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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치버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았는데 번역되어 판매되는 책은 이 책뿐이다. 아쉽다...   블릿파크. 첫장이 인상적이다. 한편의 시처럼.   내용은 두 개의 인물 장으로 구성된다. 신문평이나 책 내용 소개에는 중산층의 허위의식의 비판...으로 나오는데 실제 그러한 평이 틀리지 않은 것은 아니고, 작가가 직접 물질에 빠져 있는 현실의 인물들에 대한 풍자와 유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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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치버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았는데

번역되어 판매되는 책은 이 책뿐이다.

아쉽다...

 

블릿파크.

첫장이 인상적이다.

한편의 시처럼.

 

내용은 두 개의 인물 장으로 구성된다.

신문평이나 책 내용 소개에는

중산층의 허위의식의 비판...으로 나오는데

실제 그러한 평이 틀리지 않은 것은 아니고,

작가가 직접 물질에 빠져 있는 현실의 인물들에 대한 풍자와 유머.

그러한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인물들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가진 장점은 그러한 인물에 대한

안타깝고도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허위의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 비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별 다른 사건없이.

인물들이 생각하거나 말하는 부분,

작가가 오랫동안 말하는 부분에서는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다 읽고나면 그러한 부분은 사라지고 하나의 장면만 남을지도 모른다.

 

특히 이 소설의 백미는, 심령술사가 와서 아픈 아들을 치료하는 장면은 참 좋다.

YES마니아 : 로얄 k*****1 2008.09.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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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나의 내면을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나는 나의 내면을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내용보기
이 책 제목을 새로이 붙인다면 "불릿파크에서 일어날뻔 한 살인미수 사건?" 해머가 불릿파크로 이사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지만 앞에는 온통 네일즈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다음 장에는 해머의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에 네일즈와 해머가 어떻게 관계되게 되는지, 이사를 오면서 친구가 되지만 일상 생활을 담담히 말할 때 상대방에 대한 묘사는 몇 번
"과연 나는 나의 내면을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내용보기
 

이 책 제목을 새로이 붙인다면 "불릿파크에서 일어날뻔 한 살인미수 사건?" 해머가 불릿파크로 이사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지만 앞에는 온통 네일즈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다음 장에는 해머의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에 네일즈와 해머가 어떻게 관계되게 되는지, 이사를 오면서 친구가 되지만 일상 생활을 담담히 말할 때 상대방에 대한 묘사는 몇 번 등장하지 않기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이 자란 네일즈의 아들 토니가 "세상이 슬프다"고 말하며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고 우울증을 앓으며 네일즈의 집안에는 근심이 끊이질 않는다. 정신과 치료도 받아보고 별별 치료를 다 받다가 마지막으로 루투올라가 토니에게 용기를 심어줌으로써 더 이상 세상이 슬프지 않다고 떨쳐 일어나는 것을 보며 나 또한 안도하게 되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약한 사람들 뿐인 것 같다.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떨쳐버리지 못해 약이나 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며 나를 포함해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이는 것 같다. 타인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살아가지만 실상은 두려움을 잔뜩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보면 약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약과 술에 의지하는 모습에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가 있을까.

 

"불릿파크 같은 곳에 정착할 거야. 그 어떤 감동이나 가치도 없이 살아가는 삶의 좋은 예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둔 광고 회사 간부를 그리스도의 교회 문에다 십자가 처형을 할거야"라고 말하는 해머의 어머니로 인해 아들 해머조차도 부족한 것 없이 사는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해머도 마음속에 아픔을 지닌채 사생아로 태어난 자신의 출생을 증오하며 살아왔던 것일까. 노란색 벽으로 둘린 방에 들어가야 정신적인 안정을 얻는 해머, 이 집을 갖기 위해 도라 에미슨에게 술을 먹여 차를 몰게 해 죽게 만든 것은 아니겠지? 이 집에 방문하여 계속 있고 싶어 그녀가 외출할 수 없게 만드려고 함께 술을 마셨다고 생각하기엔 뭔가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왜 나는 이 집을 갖기 위한 의도적인 살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해머는 이미 위험한 경계를 넘어섰다. 결혼도 했고 이젠 가정을 꾸려나가며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그가 왜 굳이 네일즈의 아들 토니를 죽이려는 생각을 했을까. 어머니가 말한, 단지 그냥 하는 말("십자가처형을 하겠다")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 해머의 마음속엔 어떤 진실이 들어있을까. 마음속으로야 나도 무수히 많은 이들을 죽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진 않는다. 어설픈 살인사건 흉내만 낸 해머를 보면서 비틀린 그의 마음이 엿보여 마음이 아파온다.

 

사실 흡인력을 느낄 수 없어 이 책을 읽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네일즈와 해머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반어적인 풍자와 직설적으로 묘사하는 글의 유쾌함과 인간 내면을 나타내는 섬세하고 자세한 묘사에 가슴이 서늘해지지만 너무 우울한 단편적인 모습들만 보여준 것 같아 모두 공감하기는 어렵다. 유복한 가정의 네일즈와 출생부터 뒤틀린 해머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전혀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없어 쓸쓸한 마음이 든다. 아팠던 토니가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여 네일즈 가족이 안정을 찾고 있는데 해머가 손을 뻗쳐 그 행복을 깨부수려고 하는 것을 보며 인간의 욕심과 욕망에 대해 섬뜩한 느낌이 들게 된다. 나의 마음속에도 어떤 억눌린 자아가 있어 끔찍한 모습으로 깨어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나도 약하디 약한 인간인 것을.

y*****6 2008.01.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