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불편한 영화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플레이어를 끄고 나서 멍~~~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통속적인 상업영화정도라 여기고 킬링타임용으로 고른 영화였건만, 결코 가볍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솔직히 다른이들에게도 조심스럽게 권하고픈 영화랄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소아성추행'전과를 가진 아저씨였다. 정말 기분 나쁜 인상에다, 데이트 나가서 하는 짓은 정말 변태 그 자체였건만, 어머니의 죽음에 비관하고,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GOOD BOY이가 되려 자해까지 하는 모습에서 약간 뭉클함을 느끼게 했다. 제목의 '리틀 칠드런'은 결국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어른들을 지칭한 것이란 해설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 보고 끄덕끄덕한 기억도 난다. 불륜에 빠진 남녀, 실직후 성추행전과범을 감시하는 것에 집착하는 전직 경찰 아저씨, 그리고 소아성추행전과 아저씨 모두 어른의 모습을 한 불안정한 아이로 이 영화는 비추는 것이란 해석에 상당한 설득력이 느껴졌던 것이다. 영화를 본지 시간이 꽤 흘러서도 거듭 곱씹게 되는 면이 있는 영화이다. 가볍기만한 블록버스터영화에 싫증이 나신 분이라며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이런 것이 숨은 걸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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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있었던 일이 앞날의 삶에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남의 마음이나 몸에 상처를 입혔거나, 몸을 잘못 굴려 손가락질을 받을 일을 했다면,
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얼굴을 돌리며 살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옛날을 뉘우치고 새롭게 삶을 살면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까?
지나간 일로 마음이 아프고 새 삶을 살기가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리틀 칠드런 Little Children>은 토드 필드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작품이다.
마음에 안 드는 짝을 벗어나 마음 맞는 짝을 찾아보려는 이의 이야기가 같이 어우러져 나온다.
사내와 계집의 감칠맛 나는 사랑과 사내들이 힘을 뽑내는 모임, 엇길로 사는 아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을 한 통에 넣고 잘 버무려 맛깔난 영화가 되었다. 어른들만 보는 것이라 아무 때나 못 보는 게 걸릴 뿐.
게다가 세상을 보는 감독의 따뜻한 눈길이 좋다.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마음 씀씀이도 따뜻하다.
"옛날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앞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럴려면 이 자리에서 바뀌어야 한다."
2.
영문학 박사과정을 마친 새라 피어스(케이트 윈슬렛)는 딸 루시를 돌보느라 일을 가지지 않는다.
루시와 마을 놀이터에 가서 놀다가 저녁 무렵이면 집에 들어간다.
저녁에 옆지기 리처드가 아이를 맡아주면 동무와 함께 마을 길을 걷는다.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쳤지만 두 해째 떨어진 브래드 애담슨(패트릭 윌슨)은 아들 애론과 같이 지낸다.
옆지기 캐시(제니퍼 코넬리)가 방송국에 다니므로 애론을 데리고 놀이터에 가고 마을 수영장에도 간다.
저녁이면 아내가 공부하라고 집에서 내쫓는데 도서관보다는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걸 구경한다.
마을의 아낙네들이 놀이터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온갖 수다를 떨면서 놀지만,
브래드가 애론을 데리고 와도 말 한 번 붙이지 않아 이름이나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고 그냥 '완소남'이라 하면서 뒤에서 키득키득 한다. 마을 아낙네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새라는 속으로 웃는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애론과 같이 있던 브래드한테 루시 때문에 새라가 다가가는데, 브래드의 전화번호를 받아오면 5달러를 내겠다는 다른 아줌마의 이야기에 새라는 한 술 더 뜬다.
"저 한 번 안아주세요...지켜보는 저들이 놀라게..." 브래드는 새라의 말에 장단을 맞춘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얼떨결에 입맞춤까지 하고 만다. 이를 지켜보던 아줌마들은 놀라 새라한테 나무라면서 아이들을 챙겨 달아나버린다. "딸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아..."
3. 얼떨결에 한 입맞춤이었지만, 브래드나 새라한테는 마음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같이 사는 옆지기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고, 외로운 마음에 찾아든 한 줄기 빛이어서 반길 수밖에.
캐시는 짠돌이라 휴대폰을 사달라는 브래드를 뿌리치고, 잠자리에서는 가운데 애론을 재우고... 리처드는 누리집에서 야한 모습으로 나오는 '밝히는 케이'한테 빠져 새라가 도와달라고 해도 딴청이다.
낮과 주중에만 만날 수 있어 밤과 주말이 아쉽지만, 브래드와 새라는 이미 넘을 수 없는 담을 넘어섰다. 마음에 들지 않는 옆지기를 떠나는 일만 남았다. 두 사람은 이제 같이 살고 싶어 하므로.
새라와 브래드가 같이 살도록 일들이 다 들어맞지만, 집을 박차고 나오는 일은 쉽지 않다. 루시와 애론이 같이 잘 어울리고, 헤어지는 게 밥 먹는 일보다 쉬운 나라에서도 새판을 짜는 일은 감독한테 힘이 드나 보다. 갖춰진 집을 조금 잘못이 있다고 부수는 일이 마음에 걸리는 걸까?
4. 영화 속의 어른들 가운데 어른답지 못한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어른이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들'로 남아 있는 이들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
어린 아이한테 제 거시기를 보여주다가 감옥에 갔던 로니 맥고비(재키 얼 헤일리)가 으뜸이고, 가게에서 노리개총을 겨누던 열세 살 아이를 총으로 쏜 경찰 래리 헤지스(노아 에머리히)가 버금이며, 브래드가 바라는 삶보다 제가 바라는 삶으로 몰아가는 옆지기 캐시나, 아내 새라보다 누리집에 나오는 야한 아낙네에 빠져 침을 흘리는 리처드도 다를 바가 없다.
꾸민 일과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 엮여 끝을 모르게 만드는 감독의 솜씨는 빼어난다. 섣불리 짐작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게 다 쫗은 쪽으로 끝이 나는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새라하고 노닥거리던 브래드한테서 사법시험을 떼어놓고, 브래드와 경찰들이 모여 '가디언'이라 이름을 짓고 풋볼을 하는데 다른 모둠한테 져도 깨끗이 받아들인다.
게다가 어머니 메이를 내세워 로니를 나쁜 쪽으로 몰아가지 않고 뉘우치며 살아가도록 하고, 피붙이와도 잘 지내지 못하는 래리한테도 마음을 잡는 길을 열어주어 추운 겨울에도 훈훈하게 만든다.
5. 끝마무리가 다 좋긴 한데, 새라한테는 아니다. 다른 이들은 뒤에 뉘우치며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는데, 리처드는 그런 빛이 안 보인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 보았자 처음과 달라지는 게 아무 것도 없는 몸이다. 이제껏 브래드와 벌인 일들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겨야 하나.
웃기는 대목이 곳곳에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마을 수영장에 나타나 물에서 아이들과 같이 헤엄치던 로니를 본 엄마들은 놀라 어쩔 줄을 모른다. "이런...나 미쳐..." 경찰이 로니를 데려가는데, 저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낙네들한테 로니는 외친다. "하도 더워서 왔어요!" (그러니 나를 나쁜 놈으로 보지 말란 말이오...)
새라의 옆지기 리처드가 밝히는 케이에 빠져 혼자 즐기고 있을 때 방문을 연 새라는 어이가 없다. "거의 다 되어가? 나, 걸으러 나가야 해..." (마누라는 어디다 써먹으려고 혼자 무슨 짓이람...)
디브이디는 깔끔하다. 소리나 화면이 좋다. 그런데 아쉽게도 보너스로는 예고편밖에 없다. 이렇게 잘 만든 영화를 두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디브이디를 만들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