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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이여, 그대들 안에도 늙지 않는 짐승이 살기를...!
"젊은 작가들이여, 그대들 안에도 늙지 않는 짐승이 살기를...!" 내용보기
사실 이 책은 박범신 작가가 썼다고 볼 수는 없다. 그저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금요일의 문학이야기'에서 박범신 작가는 사회를 맡고, 9주 동안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 12명과 독자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뒤늦게 나마 읽을 생각을 했던, 박범신이라는 '브랜드 네임(?)'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 모출판사에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는데
"젊은 작가들이여, 그대들 안에도 늙지 않는 짐승이 살기를...!" 내용보기

사실 이 책은 박범신 작가가 썼다고 볼 수는 없다. 그저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금요일의 문학이야기'에서 박범신 작가는 사회를 맡고, 9주 동안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 12명과 독자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뒤늦게 나마 읽을 생각을 했던, 박범신이라는 '브랜드 네임(?)'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 모출판사에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는데 실패한 탓에도 있다. 어쩌면 그리도 안 읽혀지던지...! 그런데 그것을 예전엔 작가 탓으로 돌리거나, 나와는 안 맞는 책이라고 덮어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웬지모를 위기의식 같은 게 느껴진 것이다. 이를테면 아, 나도 이제 정말 기성세대에 편입되는 걸까? 하는,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자괴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됐던 건, 그 상의 심사를 맡았던 누구라면 알만한 대작가께서도 요즘 젊은 작가의 작품을 읽어내기가 힘들었다는 말씀을 남기셨단다.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가 오히려 위로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말을 하신 분이 또 있으니 그분은 바로, 박범신 작가다. 박범신 작가 역시 앞서 말한 그분과 같은 세대를 사시는 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로선 두 번 위로를 받는 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러면서 이 책을 읽으면 요즘 작가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읽었다. 

 

읽고나서의 느낌을 얘기하자면, 초대된 12명의 작가들의 하나 같은 공통점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7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그나마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박성원이란 작가는 69년 생으로 70년대 생에 가깝다고나 할까?)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선, 새마을 세대고 그래서일까? 소위 말하는 크게 '있는 집 자식'들은 아니어도 생활 하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는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 가난'을 체험해 보지 않았고, 책도 원하느만큼 읽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이다.  문학을 하게된 동기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하나 같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자족'하는 분위기에서 글을 쓴다고나 할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이 책의 어느 작가의 말처럼 다소의 불편을 감수하며 글 쓰는데만 집중하면 크게 불편할 것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왜 작가가 됐을까? 앞으로 글 써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정체감에서 오는 갈등 같은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게 과연 어떤 의밀까?  물론 안정적이고, 한번 정한 길을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다는 것도 되겠지만, 결핍을 모르고, 갈등하지 않으며,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세계가 전부인 양 살아 간다는 것도 되지 않는가? 또 그런 생각 속에 사는 건 금방 권태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내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거의 읽어낼 수 없었던 건, 내가 아는 작가들은 자기 체험이나 현실사회와 나를 연결시켜 글을 썼지만(대표적으로 참여문학), 젊은 작가들은  다분히 관념적이고 자기 상상에 매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관념과 상상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드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기존의 기성 작가는 피 같은 글을 썼지만, 상상력이 부재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때 나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왜 이리도 상상력이 없냐고 불평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나는 그들의 코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성 작가들은 나는 이런 삶을 살았다고 독자들에게 펼쳐 보이고 설득하려고 한다면, 요즘의 작가들은 새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하며, 독자더러 "따라 올 테면 따라와 봐." 하며 다소 거만하면서도 유혹의 손짓을 한다. 물론 그것에 동조하고 기꺼이 따라가 주는 독자도 있겠지만, 나는 도무지 그들의 불친절함이 마뜩치 않다. 

 

아쉽게도 난,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의 책중 유일하게 읽은 작가는 심윤경의 <달의 제단>이었다. 다른 작가와 그들의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고, 읽을 시간도 없으며, 앞으로도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심윤경의 <달의 제단>은 나 역시도 약간은 아쉽기도 했지만, 소재주의라고 비판을 받았다는 건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 문학은 한동안 사회를 비판하느라 주제는 있으나 소재는 거의 전무하지 않았나? 그래서 문학의 사대주의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모르긴 해도 몇몇 작가들을 빼놓고 자기 문학에서 사회를 비판하는 주제의 소설을 쓰는 작가는 이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재주의로 가야하지 않을까? 일본이나 미국 같은 나라는 얼마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많은가? 하긴, 그맘도 이 책은 4년 전의 책이다. 이젠 소재주의를 비판할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소재주의 비판한다면 그건 게으름을 은폐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만큼 세월이 흘렀으니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이제 30대 후반에서 40을 갓넘을 작가들이 되었다. 그들은 또 요즘 젊은 작가들을 뭐라고 얘기할까?         

 

이들 중엔 실제로 모출판사나, 신문사에서 주는 일명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 갑자기 그들이 부러워졌다. 그것은 그야말로 젊은 작가에게만 수여하는 상이다. 우리나라에 기라성 같은 영화상에서 '신인상'은 아무나 받을 수 없는 상처럼 그 상도 그런 것이다. 그러니 늦게 데뷔한 작가가 있다면 그런 상을 받아 보기야 하겠는가? 하기야, 엊그제 '무릎팍도사'에 나왔던 배우 김남길은 데뷔 7년차에 백상 예술상 '신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나이의 많고 적음, 활동의 연수와 상관없이 영화의 '신인상'에 해당하는 '젊은 작가상'도 소위 말하는 '유망주'에게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니 또 하나 드는 생각은, 고백하건데 내가 20대 때, 나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노년을 다루지만 당시는 중년을 다룬 작품이 많았다. 그런데 그의 작품이 이제야 이해가 가고, 정말 좋은 작품이란 생각을 새록새록 하는 것이다. 하긴, 20대 때 중년을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 나에게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건 꼭 그런 느낌이다. 분명 나도 젊은 날을 살아왔는데도 말이다. 문학은 그렇게 인간의 삶과 함께 발효의 과정을 거치며, 10년 20년 후에도 말할 수 있는 가치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과연 이들의 작품도 그럴 수 있을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이 책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해당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을 가졌다. 그러나 또 달리 말하면 그래서도 다이제스트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엔 사회를 맡은 박범신 작가의 유려한 말솜씨가 한몫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느 대담 프로그램이고 사회자는 딱 물어볼 것만을 물어봐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있는데, 선생은 그런 것을 깨고 특별히 사회 본다는 느낌없이 자연스럽게 그 시간을 이끌어 갔다. 아마 모르긴 해도 초대 작가들은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언젠가 박범신 작가는 그런 얘기를 했다. 자기 안에는 늙지 않은 짐승이 살고 있다고. 상당히 인상적인 말이라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바라기는 여기 등장한 12명의 작가도 자기안에 그런 짐승 한마리씩 키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문학계만큼은 늙지 않고, 마르지 않는 샘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또한 정말 바라기는, 이들이 문학의 중흥의 주역이 되기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작가는 언제까지 가난한 직업이어야 하는가?             

m****9 2010.08.13.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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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그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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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기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 몇 몇 인기 작가의 인기는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에 버금간다. 독자는 글을 통해 작가의 일상, 인간적인 모습을 궁금해한다. 그리하여 좋아하는 작가를 더 알고 싶어하며 더 가까운 관계를 맺기를 꿈꾼다. 이런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책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바로, 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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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기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 몇 몇 인기 작가의 인기는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에 버금간다. 독자는 글을 통해 작가의 일상, 인간적인 모습을 궁금해한다. 그리하여 좋아하는 작가를 더 알고 싶어하며 더 가까운 관계를 맺기를 꿈꾼다. 이런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책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바로, 박범신이라는 대작가가 신예 작가와 그들을 사랑하는 독자와의 만남을  엮은 책, <박범신이 읽는 젊은 작가들>이다.

 

 한국문학예술위원회가 주최한 ‘금요일의 문학이야기’에서 박범신은 10명의 젊은 작가들(이기호, 심윤경, 백가흠, 오현종, 손홍규, 이신조, 김도연, 김종광, 김종은, 김도언, 김 숨, 박성원)과의 만남의 시작을 이렇게 열었다.

 

 문학의 원천적인 힘이 그거예요. 우선 작가 자신을 견고하게 구원할 수 있고, 자신을 구원함으로써, 본인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독자의 구원에도 음으로 양으로 관계맺게 되는 힘이 바로 문학의 힘인 거예요. 그것이 꼭 양적으로 많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p18 박범신

 

 참여한 작가들 중에는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 생경한 이름의 작가, 이름은 익숙하지만 작품을 만나보지 못한 작가도 있었다. 지정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발표하고, 질의를 통해 작가의 답변을 듣는 형식으로 금요일 저녁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열기가 책을 뚫고 나올 정도로 책에서 그들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독자는 다양한 소설을 읽으면서 나 아닌 다른 삶을 발견하기도 하고, 허구라지만 소설에서 만난 캐릭터를 주변에서 만나기도 한다. 하여, 작가가 왜 그런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며 작가의 생각을 듣고 싶어한다. 실제 뉴스를 통해 이미 잘 아려진 사건을 소재로 쓴 백가흠의 <배꽃이 지고>에 대해 폭력에 길들여진 과수원댁이 소설속에서 도와달라고 청해야지 않냐고 묻자 백가흠 실제로 도움을 청하고 있지요. 그런데 누가 도와주고 있나요?  p97 시니컬하게 답한다. 백가흠은 자신의 문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문학을 가지고 뭘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또 문학을 통해서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저는 없습니다. 문학에 있어서 주인공이 되고 싶지도 않고요. 그냥 쓰는 거죠. 내가 써야 되니까. 독자들에게 어떤 글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아직은 별로 없고요, 아직까지는 나를 위해서 글을 쓰고 있어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작없을 계속할 거구요, 또 문학권력에 대해서는 그런게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 가지 않아요. 저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얘기처럼 들리기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p100 백가흠

 

 작가 김 숨은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색을 찾으라는 말을 남겼다.  내가 잘 쓸 수 있는 소설이 무엇인가, 나에게 맞는 소설이 무엇인가를 찾는 게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걸 찾기 위해서 남의 소설도 읽는 거고 끊임없이 습작을 하는 거고, 저도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여러분도 만약에 글을 쓰신다면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다른 작품 읽을 때도 그걸 모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남과 다르게, 남에게 맞는 나만의 글쓰기를 할 것인가 이 부분을 많이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p246 김 숨 선배 작가들의 말에 귀를 세우고 있을 소설가 지망생들의 반짝이는 눈이 그려진다.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은 소설가가 읽는 소설가를 만나는 것이다. 바로 박범신을 통해 듣는 작품 해설에 있다. 이제 소설가의 이름을 갖고 한 권, 두 권의 책을 낸 작가들에게 30년 이상 글을 써온 작가 박범신의 눈에 비친 작가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놀라운 소재, 대단한 필력을 가진 젊은 작가들을 칭찬하지고 했지만, 살짝 아쉬움도 비쳤다.

 

 내가 젊은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의 하나는,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절실한 상처들에 대해서 소설을 통해서 정직하게 진술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거예요. 나는 자기 삶에 대한 어떤 반응이 문학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떤 의미에서 볼 때에는, 지금 삼십대의 젊은 작가들은 그런 반응으로부터 좋게 보면 어떤 갭을 두는 것처럼 보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부정직하다, 이게 내 독후감 중의 하나였어요. p272 박범신

 

 출판기념회나, 낭독회를 통해 작가와의 만남이 활발해졌지만 여전하게 먼 이야기다. 하여, 내게 이 책은 무척 소중한 책이다. 문학이라는 길에 첫 발자국을 남긴 작가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생경한 이름의 작가들의 책이 점점 궁금해진다. 그들의 책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r*********s 2009.02.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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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한국 문학에 대한 진실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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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로그에도 소개한 적 있는 '책나누며읽기'에서 받은 책. 여러 사람이 눈독 들인 책인데 운 좋게 내가 걸렸다. 박범신씨가 사회자 겸 진행자를 맡아 이기호, 심윤경, 백가흠, 오현종, 손홍규, 이신조, 김도연, 김종광, 김종은, 김도언, 김숨, 박성원 12명의 작가를 좌담회 비슷한 자리에 초대해 나눈 이야기를 글로 정리한 것이다. 매주마다 한 사람 혹은 두 사람과 함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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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로그에도 소개한 적 있는 '책나누며읽기'에서 받은 책. 여러 사람이 눈독 들인 책인데 운 좋게 내가 걸렸다.

박범신씨가 사회자 겸 진행자를 맡아 이기호, 심윤경, 백가흠, 오현종, 손홍규, 이신조, 김도연, 김종광, 김종은, 김도언, 김숨, 박성원 12명의 작가를 좌담회 비슷한 자리에 초대해 나눈 이야기를 글로 정리한 것이다. 매주마다 한 사람 혹은 두 사람과 함께 작가의 데뷔작 혹은 최근작을 텍스트로 삼아 참가자들이나 사회자가 질문하고 작가가 대답하고 또 그러면서 자기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편안한 자리로 느껴졌다.

작가들은 한 사람은 제외하고는(아마 김종은씨) 거의 다 70년대 생이라고 한다. 요즘 이 작가들을 '젊은 작가들'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겠지. 이제 다들 30대 중반 혹은 후반이고, 이들은 거의 다 90년대에 등단한 작가들이다. 그보다는 80년 생인 김애란씨가 있고, 2008 민음사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84년생 고예나씨도 있고, 2007년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정한아씨도 생년은 모르지만 20대 중반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이들 12명의 작가보다 이제 마흔이 넘었을 박민규씨가 더 젊다고 생각한다. 박민규, 김애란, 고예나, 정한아 이런 작가들을 하나로 묶어 보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2000년대에 등단한 작가들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런 의미에서 김연수씨는 '젊은' 작가로 묶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박범신씨가 말한대로 열 번 가까운 만남을 통해서 이 시대 한국 문학의 현재와 분위기, 그리고 미래의 전망 등에 대해서 어렴풋한 증거들을 얻었던 것 같다. 이기호, 김종광, 김종은 이렇게 세 사람은 책을 읽고 난 뒤에 관심이 부쩍 생겨서 언젠가 책을 한 권 씩 사서 읽어보자고 다짐했다. 특히 김종은은 놀랐던 게 요즘 젊은 작가들 중에 스스로를 '카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백가흠, 오현종, 이신조, 김도언, 김숨 이 작가들은 나랑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물론 매번 자리가 파할 때마다 박범신씨가 "이 작가들을 만났으니까 여러분들이 이 분들의 책을 사서 읽어보시고 이들을 계속 지켜봐주셔야 된다"고 말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공감했고 당장 작가들의 아주 적은 말들만 접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기회가 닿는대로 일단 작가로서 성실하다 생각되는 사람의 작품은 읽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참, 참고로 김도언의 '기호태전'은 1학년 때 독후감 첫 텍스트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면서 어거지로 독후감을 썼던 기억이 난다. 알레고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그랬구나, 싶었지만 어쨌든 그 때 기억도 그렇고 아마 지금봐도 마찬가지일 거다.

책이 나온 것은 2007년 여름인데 행사는 2005년 즈음 열렸던 것 같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어떤 작가를 마음에 들어했는지는 어떤 구절을 접어 두었는지 지금 확인해보니 확연하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박범신씨가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평과 진단을 말하곤 하는데 정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김애란이 이들 작가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박민규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박범신 "그러니까 세속적으로 울타리를 뚫고 나가야 된다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밀 수 있는 내면적인 치열한 힘 같은 것이 혹시 부족한 것은 아닌가, 치열한 열망과 욕구를 향하여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미궁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약간 공격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박범신이 읽는 젊은 작가들'을 진행하면서 늘 안타깝게 느끼는 건데, 많은 젊은 작가들이 세상 속으로, 그야말로 이야기를 들고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어요. 물론 작가들 탓만은 아닙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오랫동안 얘기해봐야 할 문제라고 봐요." (164쪽)

 

김종광 "저는 지금 같은 경우에 사실 이 말 밖에는 할말이 없는데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에다가 결정적으로 성욕과도 같은 열정, 욕망, 집념,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없으면 안 되고 이것이 있어야 뭐가 돼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필사는 좋다니까 꼭 한번 해보세요. 소설을 써볼까 하는 후배님들은 만약에 작가가 되지 못하면 자살하겠다는 각오로 소설을 쓰시고 아니면 편하게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92쪽)

 

김종은 "그리고 주인공이 대부분 젊은 친구들인데요,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와 같이 데뷔한 사람들 중에서 제가 제일 실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소설 자체가 허구이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을 썼을 때 같은 허구라 할지라도 좀더 진짜 같고, 낯간지러운 말로 하자면 진실된 글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쓰는 이유는 아주 단순해요. 제가 그나마 그들과 가장 가까운 동년배이니까 제가 보았던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가슴속에 담고 있었던 것과 들었던 것들을 표현하기 때문에 주인공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어요." (198쪽)

 

박범신 "젊은 작가들 작품들을 쭉 읽으면서 큰 특성의 하나로 내가 느낀 것은, 우리 시대의 작가들은 지금의 젊은 작가들에 비해서, 좋은 뜻으로 얘기하면, 매우 정직했다고 봐요. 우리는 가난하고 배고프게 컸기 때문에 가난하고 배고픈 것에 대해서 문학으로 많이 말을 했어요. 지금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도 그것이 연애에서의 상처이든 배고픈 기억들이든 어떤 가족사의 비극이든, 이를테면 우리 어머니가 세컨드였기 대문에 가슴이 아팠든, 다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에 있겠어요. 다 상처가 있기 때문에 이 짓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젊은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의 하나는,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절실한 상처들에 대해서 소설을 통해서 정직하게 진술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거예요. 나는 자기 삶에 대한 어떤 반응이 문학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떤 의미에서 볼 때에는, 지금 삼십대의 젊은 작가들은 그런 반응으로부터 좋게 보면 어떤 갭을 두는 것처럼 보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부정적하다, 이게 내 독후감 중의 하나였어요." (272쪽)

 

박범신 "아무튼 여기에 모신 작가들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 문학의 미래입니다. ...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모국어를 버리고 살 수 없습니다. 독자 없이 작가는 본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이 한국문학을 키우고 그 그늘에서 크게 위로받고 깊어지길 바랍니다." (277쪽)

 

책을 읽는 도중에 들었던 생각인데. 특히 몇 몇 작가들의 말에서 이런 걸 느꼈는데.

'나는 작가들의 자립적인 세계에 대한 맹신 혹은 자부 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소설의 세계에 대한 침범을 허락하지 않는, 동시에 침범을 방관하기만 하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맹목적인 저부이면서 무책임한 유기의 태도를 여러 70년대 생 작가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소설의 '힘'을 바라면서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독서의 첫 시작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소설 자체에 적든 크든 '힘'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힘 있는 사람들이다. 소설을 구성할 재주가 있고 수상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사람들이다.

나 스스로 주의해야 할 것은 작품을 대함으로써 진정성을 획득한 말들을 기회주의적으로 훔치는 태도를 경계하는 것이다. 나의 문학의 당위의 영역으로 교묘히 거짓으로 말하지는 말자.'

 

좋은 책이다. 정리도 잘 되어 있고. 한 젊은 독자에게 한국 문학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만 봐도 정말 좋은 책이다.

 

a*****l 2008.10.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