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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동산을 향한 흰기러기들의 머나먼 여정
"에덴동산을 향한 흰기러기들의 머나먼 여정" 내용보기
어스름이 내려 앉는 해질녘, 산과 하늘의 경계선이 모호해 질 때쯤 V자형으로 정렬한 여러 무리의 새 떼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나란히 열을 맞추어 날아가는 그들의 비행은 어렸을 적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 보았던 그림책 속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러나 사랑의 덧없음에 아파하고 욕망의 부질없음에 허탈해 할 줄도 알게 될 즈음에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의 비행은
"에덴동산을 향한 흰기러기들의 머나먼 여정" 내용보기
어스름이 내려 앉는 해질녘, 산과 하늘의 경계선이 모호해 질 때쯤 V자형으로 정렬한 여러 무리의 새 떼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나란히 열을 맞추어 날아가는 그들의 비행은 어렸을 적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 보았던 그림책 속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러나 사랑의 덧없음에 아파하고 욕망의 부질없음에 허탈해 할 줄도 알게 될 즈음에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의 비행은 날개짓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종착지는 어디메인지 그들만의 여정을 함께하고픈 궁금증과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환경운동가로도 활동 중인 데보라 킹의 《흰기러기의 여행》은 나처럼 새들의 날개죽지에 앉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고마운 책이다. 북극지방의 추운 겨울 바람을 피해 따뜻한 남쪽지방으로 이동하는 흰기러기떼들의 5천 킬로미터에 가까운 대륙간 여행길을 담은 이 책은 데보라 킹의 장문의 서사시와도 같은 매혹적인 글과 수백만마리 새들의 경이로운 비행모습들이 어우러지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한 겸허한 느낌이 든다. 달 밝은 깊은 밤 구름을 뚫고 날아가는 모습과 농지와 평원 위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모습, 동 트는 호수 위로 기러기떼들이 눈송이처럼 하얗게 내려앉는 모습들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비행 중인 흰기러기들의 근접모습들은 카메라의 줌인기능이 적용된 사진을 보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충남 서산의 천수만 철새기행전이 조류 인플루엔자의 공포로 된서리를 맞았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매년 수 많은 탐조객들을 태운 차들로 혼잡을 빚었던 간월도의 주차장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고 철새 축제를 개최한 한 지자체는 끊어진 탐조객들의 발길로 난감해 했다고도 한다. 현재 AI의 발병 경로는 정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다. 단지 닭, 오리들과 같은 가금류를 키우는 사람에게만 발병되는 빈도수가 높을 뿐이고 농장에서 발새된 AI가 일부의 철새들에게 전파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추정만 있을 뿐인데도 철새를 쫒기 위해 엽총사용을 마다 않는 지자체도 있다고 하니 이는 막연한 두려움이 불러온 얼토당토 않는 방역 형태의 한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오랜 비행에 지치고 굶주린 흰기러기들이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은(데보라 킹은 이 가슴 아픈 현실을 허공에 나폴거리는 깃털 몇 개로 표현해냈다) 우리땅에서 쏘아올린 엽총의 탄환에 목숨을 잃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 그림책을 단순히 200백만 마리 흰기러기떼들의 대륙간 항로를 따라가는 종단서로만 읽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가는 세상은 지하도 속 얽히고 섥힌 복잡한 관들처럼 혼잡해지고 으례히 밟아져가는 수순처럼 오염은 자연생태계를 망치고 있다. 다른 種을 절멸시켜가면서까지 인간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편협한 사고방식이며 대단한 오만이고 착각이다. 우리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감히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쥐락펴락 하려 한단 말인가. 우리 인간들보다 먼저 지구에 발을 딛고 산 그들을 존중하고 자연계의 순환고리를 거스르지 않는다면 흰기러기떼들이 바라는 에덴동산은 늘어날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m******0 2005.12.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