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은 것 그 자체에 대해 인생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출판사야 모 그냥 그런 정도. 번역자라도 유명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는데.. 왜 마케팅도 없던 이 책에 눈이 갔고, 읽게 되었는 지 참 아리송하다. 이 책을 쓴 제레미 나비라는 젊은 인류학자도 한국 어디의 인류학과 전혀 관계 없는 평범한 독자가 자신의 글을 읽고 감명받았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지 않을까..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아주 쉽게 소설처럼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시절 남미의 어느 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 부족의 샤먼이 사용하던 ''아야우아스까''라는 환각 물질을 마시고 신기한 영상을 본 개인적인 체험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그 부족이 식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광범위하고 상세한 지식의 원천을 항상 궁금해하던 나비는, 아야우아스까가 그 지식의 원천이라 설명하는 부족원들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흘려 넘겼다. 그러나 몇 년 후 그는 다시 이 아야우아스까 라는 환각물질과, 지식의 획득 과정에 대해 정식으로 연구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엘리아데의 연구 등에 기대어 그가 발견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태초''와 ''뱀(꼬인 뱀)''에 대한 은유.. 그리고, 뱀이라던가 꼬인 선 형태 등 원시 벽화들에서 발견되는 형태들과 DNA의 형태적 유사성이다. 단적으로 말해 그의 가설은, DNA는 아주 미세하나 사람이 사물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포톤''이라는 입자를 배출하는데, ''아야우아스까''를 마신 상태에서 사람들은 생태계의 DNA들이 배출하는 이 입자를 인지하고 지식을 획득하여 일상에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주장일까? 생물학적으로 이 주장을 검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는 자신의 주장이 ''생물학''이란 것이 출발한 근본적인 뿌리를 뒤흔드는 주장이므로 학문의 범위를 벗어난 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어지는 ''다위니즘''에 대한 반박 부분도 재미있다. 즉, 과학이란 (포퍼에 따르면) 반증 가능성에 의해 성립하는 것인데 다위니즘은 근본적으로 반증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어 이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보다 선험적인 틀(창조론과 마찬가지) 또는 믿음이란 것이다. 아울러 그는 인류학자로서 여러가지 화두를 던진다. 보상받지 못하는 원주민들의 지식, 원주민들에 대한 인류학자의 역할, 그리고 지금까지 오도되었던 원주민들의 지식 - 합리성이란 이름으로 무화 되었던 원주민의 지혜 등등. 인류의 기원, 생태계, 생기론, 합리성에 대한 의문 등등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들을 총 망라한 듯한 이 책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인류와 생태계와 문명의 기원 및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