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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윤리, '기술윤리'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버린지 오래다. 공대에서 공학교육을 받으며 이제껏 자칭 '공학윤리'나 '과학기술윤리'의 전문가니 입안자라는 사람이 내놓은 '윤리'들을 접해왔지만, 어느것 하나 피부로 와닿는 것은 없었다. 결국 대부분의 '공학윤리'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학윤리란 단지 기술시대에 있어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삼아라'는 칸트의 명제를 변형하거나 재인용하는 수준이었다.
도대체 그러한 윤리학이 현실에서 공학자와 사회가 부딪힌 윤리적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제시한 국내외 윤리학자들이 이야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학도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 한가지 의문점은 과연 현실의 공학이 접한 윤리적 고민과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자칭 '공학윤리학자'들에게 있기나 한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각종 사상가니 철학자들이 멀리서 구호만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공학윤리, 연구윤리가 공학도들로부터 외면당하도록 만들었다.
이 책은 무엇이 다른가. 첫째, 이 책은 현대의 생활 세계 아래서 획일적인 규범윤리를 거부하면서 공학 담론에서 논의되어야 할 윤리란 바로 상황윤리라고 강변한다. 이 과정에서 다뤄진 철학적 논의는 공학자로선 지적인 학습범위를 약간 벗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공학담론에서 규범윤리를 거부하는 중요한 논거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둘째, 상황윤리로서의 공학윤리가 어떻게 실천윤리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학이 현실세계에서 갖는 실천적 의미에 주목한다. '공학 자체가 생활양식의 능동적 변인이자 사회설계의 중요한 변수'라는 저자의 표현이 이러한 관점을 함축한다. 공학을 목적달성의 단순한 수단으로 보는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야지만 오늘날 현실세계의 공학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윤리학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공학자가 처한 제도와 조직, 직업적 공간의 특성들에 따른 분석들을 바탕으로 자율성과 자발성이 바탕된 공학자상을 제시한다. 공학직업의 특성표짜기와 같은 분석을 통해 공학자가 처한 환경적 요인을 공학담론을 위한 윤리학의 전면에 떠오르게 한 저자의 현실적 안목은 이 책을 읽는 공학도, 공학자로 하여금 침을 꼴깍 넘길정도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로부터 내부고발자의 문제를 건드리며 해결책을 강구하는 단계는 오늘날의 공학도와 공학자에게 감히 강력히 추천할만한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이책은 말미에서 과학기술의 지식을 계층간 문화적 통합에 사용하려고 하였고 이런 그의 이상을 위해 '아이소타입'을 개발하였던 노이라트의 사례를 발굴하며 '상식을 존중한 상황윤리'가 그 어떠한 정치적 이념이나 보편성을 가장한 이론이 전제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노이라트의 아이소타입은 애초에 사회주의적 이상의 실현을 위해 개발된 것이었지만 후에 히틀러, 스탈린 등에 의해 사회적 선동과 독재체제의 유지에 사용되게 된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공학자의 사회적 위치와 현실세계에서의 공학이 직면한 문제들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 규범적이고 선언적인 기존의 자칭 공학윤리학자들의 윤리학에 회의감을 느끼는 공학도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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