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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보물을 찾아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점령하고 있던 1940년대. 당시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의 이마에는 3천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다 하니 이름하야 미간백호상 혹은 동방의 빛이라 불리었답니다. 그런데 이 어머어마한 보물은 누군가에 의해 감추어졌고 이것을 찾기 위해서 조선과 일본의 선수(?)들이 총출동하여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이상은 최근에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줄거리지요.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fact과 작가의 상상력인 픽션fiction이 결합된 팩션faction에 해당하는 영화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런 문화상품들이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며 비난도 한다지만, 몰랐거나 잊혀졌던 역사와 기억들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반길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오래전에 본 한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보물찾기하면 퍼뜩 떠오르는 그 영화, ‘인디애나 존스(Indiana Jones)’입니다! 워낙에 많은 인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시리즈로 제작되는 이 영화는 그 첫 편이 1981년에 개봉되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레이더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는데요, 원래의 긴 제목은 이렇습니다. “Raiders of the Lost Ark.” 우리말로 굳이 옮기자면 ‘잃어버린 상자를 찾는 특공대들’쯤 되겠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상자에 해당하는 ark는 Ark of the Covenant, 즉 언약궤의 줄임말입니다. 언약궤라... 제목에서 스치는 포스가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그렇지요~ 언약궤란 모세의 십계명 돌판이 담겨있다는, 성경에 나오는 바로 그것입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때 요단강을 갈라지게 했던, 언약궤를 탈취한 블레셋에 역병이 돌게 만들고, 호기심에 열어보았던 벳세메스 주민들을 몰살시켰으며, 수 년 후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던 날 다윗을 덩실덩실 춤추게 만들었던, 구약시대 당시 하나님과 동일시되어 무소불위의 권위를 누리던 바로 그 언약궤입니다. 이 언약궤는 솔로몬이 성전을 완공한 후 지성소에 고이 모셔져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슬쩍 사라져 역사 속에서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동방의 빛을 찾기위해 분주하던 그 때에 저 멀리 중동 지방에서 역시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모험이 벌어집니다. 언약궤만 찾으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믿었던 독일군과 미국의 고고학자 인디애나 존스 사이에서 누가누가 먼저 찾나 시합이 벌어진 것이지요. 이 이야기가 영화 레이더스의 내용입니다.1) 그러니 우리나라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이 인디애나 존스의 카피영화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닮은 꼴이지요. 그렇다면 인디애나 존스 역시 어디에선가 모티브를 발견해서 만들어진 영화일텐데, 과연 그 모티브가 무엇이었을까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이스라엘 조선의 독립군이 동방의 빛을 찾아 헤매고 인디애나 존스가 언약궤를 찾아다니던 시절인 1940년대에 정말로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이 있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서사본인 사해사본(Dead Sea Scrolls)2)이 발견된 것이지요. 1947년 11월의 어느 날 히브리 대학의 고고학 교수였던 엘리에젤 수케닉Eleazer Sukenik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 아르메니아인 골동품 상인에게서 연락을 받습니다. 좋은 물건 하나가 들어왔는데 한 번 보겠느냐는 것이었지요. 수케닉은 유대인 지구와 아랍인 지구를 나누고 있던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골동품 상인이 건네준 양피지 조각 하나를 살펴보게 되었답니다. 작은 조각 하나에 숨겨진 커다란 가치를 눈치챈 수케닉은 이 조각의 전문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구입가격을 협상하기 위해 그는 두루마리가 있는 베들레헴으로 가기로 결심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영국이 팔레스타인의 위임통치를 끝내고 이스라엘의 독립이 선포되기 직전이라 중동 지역은 전운이 감돌던 때였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베들레헴은 아랍인 지구에 속해 있었고, 더구나 수케닉의 아들은 아랍인들과 독립전쟁을 벌이던 이스라엘 지하군대의 작전책임자였던 이가엘 야딘이었지요. 그런 그가 베들레헴의 아랍인 지구로 들어가는 건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훗날 이스라엘의 유명한 고고학자가 된 야딘은 아버지에게 “고고학자로서 그 문서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들이자 군인으로서 가시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케닉은 학자였습니다. 결국 생명을 걸고 베들레헴에 들어가 이 두루마리를 들고 당당히 나오지요. 그가 베들레헴에서 돌아오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국제연합(UN)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의 분할 결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랍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지요. 그렇다면 이 두루마리들은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발견되어 수케닉의 손에 들어가게 된 것일까요?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1947년 즈음에 이스라엘의 사해 북쪽 절벽들이 늘어서 있는 쿰란이라는 지역에서 유목민인 베두인 족에 의해 두루마리들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베두윈들은 잃어버린 양을 찾던 중 혹시 양이 들어갔을까 싶어 절벽 위에 있던 동굴 속으로 돌맹이를 던져보았는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들어가보니 길다란 도자기 안에 이 두루마리들이 온전히 보존된 형태로 있었다고 증언했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확실히 믿을만한 사실은 아니라고 하네요. 자신이 처음으로 두루마리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베두인 족들이 수 십명이나 등장했다는군요. 어쨌든 이들을 통해 골동품 시장으로 흘러들어온 두루마리가 중개상인을 거쳐 그 가치를 알아본 이스라엘 최고의 고고학자에게까지 들어온 것이지요. 결국 이 문서들은 오늘날 예루살렘의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두루마리들이 발견된 쿰란 지역은 이후에 발굴이 계속되어 숱한 고고학자들과 성경학자들, 그리고 도굴꾼들이 모여들게 만들었습니다.3) 그런데 이 두루마리가 정말 그렇게나 중요한 걸까요?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두루마리들은 기존의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성경사본4)보다도 무려 1천년이나 앞서는,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히브리어 성경사본이라는군요. 게다가 이 사본들이 씌여진 연대가 예수님이 살아계시던 1세기 전후라는 점이 가장 놀랍지요. 그러니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의 신앙과 문화, 사회적 상황을 비롯하여 쿰란공동체로 불리는 유대인 공동체, 오늘날의 랍비 유대교의 뿌리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 두루마리들의 가치를 말해줍니다. 사해 두루마리의 발견과 입수, 해독과 동시에 그 가치에 대한 이상의 이야기들은 언론사들을 통해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는 영화의 소재를 고민하던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나 영화 제작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지요.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모험담이 바로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입니다. 공교롭게도 영화의 감독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유대인이잖습니까? 땅 속에 감추인 보화 예수님의 땅 속에 감추인 보화 이야기는(마 13:44) 천국에 대한 비유일 뿐 아니라 오늘날에는 종종 실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발 밑에는 우리도 모르는 놀라운 보물들로 가득차 있으니까요. 고고학자들이 흙을 파내어 과거를 캐내는 작업은 비단 지나간 옛 일을 정확히 기술하기 위함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진실을 건져올리기 위한 일입니다. 땅 속에서는 유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땅 위로 올라와서는 역사가 됩니다. 그리고 이 역사는 진실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이 됩니다. 그러니 땅을 파는 행위는 고고학자 수케닉과 야딘 부자처럼, 영화 속의 인디애나 존스 부자처럼, 대를 이어할 수 있는 성스러운 일입니다. 비유로도 마찬가지이지요. 우리가 교육이라고 부르는, 아이들 마음 속에 감추인 달란트를 캐내어 발견하는 일 역시 우리 부모와 교사들의 성스러운 일이니까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사해사본과 그리스도교의 기원>이라는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 봄에 나들이 삼아 아이들과 함께 전시회장엘 다녀오면 좋겠다 싶네요. 그리고 그 후에 저는 극장으로 달려가려고 합니다. 곧 인디애나 존스 4편이 개봉된다고 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