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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한 대낫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문정희 시, <"응"> 전문(P.72)
작년 가을, 문장에서 보낸 '나희덕의 시 배달'을 되풀이 음독했다. 음독(音讀)할수록 음독(飮毒)한 듯한 머릿속. 문정희의 시 <"응">은 내게 달콤한 독이 되었다.
가요 '총 맞은 것처럼' 내 가슴을 뻥 뚤리게 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낱말에서도 이와 흡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새롭고도 행복했다. 입 안 가득 고이는 과즙이 혀에 감길 때처럼 '응'이란 말에서 신선함과 동시에 전율을 맛봤다. 흔하게 쓰이는 이 한마디가 내 몸에 깊이 스미는 순간, 찌릿!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 문정희 시, <나의 아내> 부분(P.28)
문정희 시인에게도 아내가 있다. '시'라고 이름붙인 아내. 내 속의 씨를 품어 주는 아내. 이렇게 잘생긴 책을 낳아준 아내. 그 아내의 남편은? 글창녀.
나를 시인이라고 알지 마라 나는 글창녀니라
- 문정희 시, <초대받은 시인> 부분(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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