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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책 같은 과학 책 책을 읽으면서 범인 색출하기에 바빴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야 궁금해서 읽고 또 읽었는데, 내가 공들인 시간보다 읽는 기간이 길었다. 모르는 용어와 잘 모르는 과학적 지식들이 많아서 찾아가며 읽었다. 따로 시간을 할애하여 관련 지식을 찾아서 읽을 만큼 궁금했다. 범인, 넌 대체 누구니? 심리학을 연구한 학자라고 하는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작가를 해도 성공했을 것 같다. 과학 책을 추리 소설의 넘나듦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은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녀의 다른 책 '양육 가설'을 꼭 올해 안으로 읽어보아야겠다.
2. 나는 왜 나인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나아져 가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훨씬 많다. 그 어느 때보다 나는 현재 나의 나이에 만족하고 있다. 나이가 선물하는 안정감 속에서 새삼 새로운 나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예컨대, 내가 원래 이러했었나,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고 놀라는 일. 다른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나의 한 부분에 대해 나는 그동안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 모습이 진짜 나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이 서술이 주디스가 말하는 '지위 체계'와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관계 속에서 나의 지위 성취를 위한 나만의 행동이지 않았을까. 20대부터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나만의 자연 선택, 나의 뇌 조직 하나가 선택했고, 그 행동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을 것이며 그 행동은 나의 습관이 되고 이는 나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노력으로 이루어낸 형질(발현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어느, 이 성격은 유전되지 않겠지. '지위 체계'에 관한 9장은 이해가 쏙쏙 되는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나같이 지극히 문과적인 사람이, 내가 나인 이유를 이 정도로 후련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대단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3. 다윈의 '종의 기원', 자연 선택 이론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어보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시기가 있었다. 지적 허영심으로 가득 찼던 대학생 때, 그때 독서 토론을 하며 어떻게든 읽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독서 토론에 어느 선배, 누가 참여했는가와 누구나 다 아는 비글호, 갈라파고스 제도, 핀치새의 부리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생명과학 책에 빠지게 되었고 진화사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다윈의 자연 선택이 인류가 설명할 수 없었던 것들 중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읽은 진화사와 생명과학 책에서 다윈의 자연 선택이 언급되지 않는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다윈을 알고 나서부터 윌슨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며 진화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서 최종적으로 성격을 형성하는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 선택 이론은 관계 체계, 사회화 체계, 지위 체계를 설명하기 위한 기본 바탕이 된다. 대단한 학자임은 분명하다.
4. 부모가 가지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다. 381쪽, 책의 막바지에 흥미로운 그림이 있다. 정신과를 찾은 어느 한 사람 앞에 병원의 안내도가 나온다. '1층 엄마 탓, 2층 아빠 탓, 3층 사회 탓'. 우리는 이러한 사회 통념 속에 얼마나 괴롭힘을 당해왔는가. 여전히 시중에는 엄마가 변해야 아이가 변한다는 슬로건 아래 쏟아지는 책들이 많다.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오은영 선생님을 존경한다. 오은영 선생님 책으로 수 봄이는 키웠다. 부모 양육에 관한 전문가의 견해들을 모두 부정하는 것을 절대 아니다. 앞으로도 육아에 답을 찾지 못할 때는 오은영 선생님의 책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정말 엄마만의 문제일까. 부모의 양육 방식이 아이의 성격(여기서 성격이라면 자존감, 자아존중감이라 하겠다.), 미래의 모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부모와의 상호 작용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늘날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혹은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성격 형성이 유아기 때 모두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이를 설명할 구체적 실험과 증거들의 오류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책 속에 관련 증거는 충분히 많다.)
내가 나인 이유가 부모의 양육 방식에 있다면, 일란성 쌍둥이는 왜 다른 것인가? 설마 부모가 한 아이는 예뻐하고, 한 아이는 학대, 방임해서일까.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나는 소봄이가 태어나고 육아를 하면서 이 사회가 엄마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참 많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태어나기 전부터 태교에 열중하게 하고, 자연 분만을 강요하며, 모유 수유에 집착하게 만든다. 3년 이상은 엄마 품에서 키워야 한다며,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력 단절을 부추긴다. 육아에 전념하면 육아에 전념하는 대로 집에서 노는 팔자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 그럴 때마다 부당하고 생각했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 대학에 입학하고 취업할 때까지 엄마의 육아, 양육 방식에 입방아에 오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책은 너무나 많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그러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책 내용 중 관련 내용을 정말 많다.(관련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축약이 많아졌다. 주디스의 주장을 왜곡하게 될 것 같아서 모두 지웠다.) 꼭 직접 읽어서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5. 인류 종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 과학자 지난번 감상글에서도 밝힌 적이 있는데 나는 과학자들이 참 멋있다. 여러 유명한 과학자들의 일화들을 듣고 있으면 그들은 이미 각각의 개별적인 개인이 아니라 우리 인류 종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과학자들의 잘못된 실험, 잘못된 변인 조건, 실험자 편파 등 오류들에 대하여 많은 예시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주디스가 성격 형성의 주범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는 실험들의 오류를 밝히는 작업은 꽤 흥미진진하다. 과학자들의 오류를 밝혀서 그 과학자에게 오명을 쓰게 하고, 그들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목적이 절대 아닌 것임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의 잘못된 생각으로 용의자가 된 학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하였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범인이 생기면 안되니까 말이다. 아주 명확한 범인을 찾기 위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근거 자료가 보장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렇게 때문에 나는 주디스가 과학계에 가지고 있는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각기 다 다른 우리를 설명하기 위해 지금도 애쓰고 있을 과학자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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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는가? 왜 성격과 행동은 제각각일까? 유전자가 성격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유전자가 비슷한 형제, 자매의 대부분이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대략 45%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55%는 무엇일까? 기존의 심리학은 부모의 육아 태도 등 가정환경의 차이가 성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는 증거들은 빈약하다. 게다가 가정환경의 차이는 같이 자란 일란성 쌍둥이가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는다. 심지어 샴쌍둥이조차 각자 개성이 있는 것을 볼 때 가정 환경 외의 어떤 요소가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 분명하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진화심리학과 생물학의 다양한 분야를 통해 또래 환경의 역할이 성격 형성에 결정 적임을 증명한다. 성격은 다음의 3가지 메커니즘에 의해 형성된다. <관계 체계> 우리 마음에는 타인의 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이 있는데 얼굴, 성별, 나이, 인종 등의 다양한 정보가 이력서처럼 별도의 페이지로 저장된다.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각 타자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존의 성격은 공격적이고 다혈질이다. 따라서 그의 성질을 긁는 건 좋지 않다는 식의 정보가 저장되고 그에 맞춰 존을 대하게 되는 것이다. 관리 체계는 아이 때부터 가동되고 평생 활성화 상태에 있다. "어른들도 아이들만큼이나 남의 뒷말하기를 좋아하고 듣기도 좋아한다. 사람들이 전기와 소설을 읽고 영화와 연극을 보는 것도 이 욕구이다. 누군가를 단체의 수장으로 뽑는 것도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여겼을 때다. 설사 평생 만날 일이 없더라도, 과연 그 사람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하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은 여전한다. 구석기시대라면, 여러분의 자식의 목숨은 이 물음에 달려 있었을 것이다." <사회화 체계> 아기가 한살이 되면 사회화 체계가 가동된다. 관계 체계를 통해 입수한 정보의 평균을 내고 범주화한다. 세 살이 되면 자신의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알게 된다. 자신이 어른이 아닌 아이이고, 남자이며 흑인이라는 것 등이다. 그리고 그 범주에 맞게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다른 성원들에게 용납되는 행동방식을 터득하는 것이다. 아시아인들이 수용적이고 서양인들이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이유가 이것이다. 우리가 고정 관념이라 부르는 것 역시 사회화 체계를 통해 습득된다. "고정관념의 형성은 일찍부터 시작된다. 어린아이들의 상상놀이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빠는 실제의 인물이 아니라 틀에 박힌 이미지다. 일례로 내과 의사를 엄마로 둔 네 살배기는 여자아이는 간호사가 되고 남자아이만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서 엄마와 아빠를 난처하게 만든다." <지위 체계> 사회화 체계가 같은 문화의 구성원 간 성격이 유사한 이유라면, 지위체계는 같은 문화에서도 성격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원인이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의 경쟁을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남들이 자기를 어떤 식으로 평가하는가를 바탕에 두고 자신의 행동 전략을 수정하기도 한다. 힘으로 경쟁자들을 제압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제일 웃기거나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제일 예쁠 수 없다고? 그럼 제일 착한 사람이 될 수는 있다. 이도 저도 안 통하면 차라리 제일 비열해지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사회에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자기 인식, 그리고 그 인식에 바탕한 자신의 행동, 또 그 행동에 대한 피드백의 상호 과정을 통해 성격의 차이가 결정된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라 할지라도 우연이나 기회의 의해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 개성을 결정 짓는 것은 지위체계를 통한 것이다. 그리고 지위체계는 가정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같은 집단 내에서 가장 낯선 사람에게 얻는 정보가 가장 객관적이기 때문이다. "미모는 짝짓기 게임에서 유리한 협상카드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여성은 자신의 가치를 이성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다가는 자신에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차버릴지도 모른다. 반대로 과소평가를 해서 자신에게 다가온 첫 번째 상대에게 성급하게 승낙을 해버릴 수도 있다. ....(중략).... 그러므로, 지위체계가 자료를 수집하고 통계를 낸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해주는 말(무조건 멋지다고 한다), 형제가 해주는 말(놀리기만 한다) 또는 가장 친한 친구가 해주는 말이 아니다. '일반화된 타자'가 당신을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하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타자의 시선이 더 정확하고, 그 때문에 어느 한 개인의 의견보다 더 큰 예언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이 일을 해주는 마음의 기관이 있다. 수천 세대를 거쳐 온 자연선택의 결과다." 성격이란 관계 체계, 사회화 체계, 지위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된다. 결국 성격의 목적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A라는 사람의 성격은 회사에서 순응적이지만 동호회에서 공격적일 수 있다. 또 같은 집단 내에서도 관계 체계에 의해 상대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 A는 B에게 사근 사근 하지만 C에게는 까칠할 수도 있다. 이 모두는 진화를 통해 자연선택된 생존 전략이다. 작가는 부모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최근의 심리학 기조에 대한 비판으로 지면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생후 몇 년간의 부모와의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가정은 진화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왜 부모들은 자녀의 인생에서 자신의 중요성을 그렇게나 확신하는 것일까? 사회심리학자들이 '이기적 편향'이라는 용어로 뭉뚱거리는, 밀접하게 관련된 허상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아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상황을 제어하는 자신의 능력과 중요성을 과대평가한다..... (중략)... 194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 내가 어린 꼬마였을 때는 문제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난다"라는 것이 주된 견해였다. 그로부터 불과 10년 후 죄책감은 육아를 묘사하는 일부가 되었다. 아이의 관심사에 충분한 관심을 쏟지 않았다고 책하는 양심의 가책은 사실 현대에 접어들어 나타난 아주 새로운, 그리고 비교적 독특한 감정이다." 맞벌이 부부들은 죄책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또래 집단이 형성되는 시기가 되면 부모는 정서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것보다 돈으로 해 줄 수 있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간의 개성에 대한 과학적인 통찰을 아주 꼼꼼하게 제공한다. 좋은 책이긴 한데 사족이 너무 많은 것이 단점이다. 지면의 절반을 지금까지의 이론이 왜 틀렸고 어떤 허점이 있고를 지적한다. 자신의 이론(양육 가설)을 비난하는 다른 심리학자 들에 대한 '논리적인 징징거림'은 덤이다. 추리소설을 표방한다고 하지만 거짓 용의자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지루할 뿐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초반 200페이지를 건너뛰고 읽어도 무방할 듯싶다. 최근 인간의 사회적 특성을 소개하는 진화심리학 계열 책들을 읽었다. 불현듯 사회와 무관하게 가지고 있는 개인 고유의 특성을 무엇일까? 라는 호기심에서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은 개성조차 사회적 위치 선정의 결과라고 말해준다. 사람은 정말 뼛속까지 사회적인 동물이다. "나는 인간이 사회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사회를 위해 살아가는데 적합한 성향을 천부적으로 타고난다고 여긴다" 토머스 제퍼슨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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