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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몰랐는데 철이 들면서(사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얼마전까지 철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장 두려운 것이 혹시나 내가 잘못되면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점이다. 그래서 몸에 조금만 이상 징후가 보여도 괜히 지레 겁 먹고 두려워하곤 한다. 게다가 요근래 주위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기에 이 책이 더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얼만전에 있었던 딸 친구 엄마의 죽음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음에도 무척 안타까웠었다.
열 살 밖에 되지 않은 레베카의 친구 네이라의 엄마가 상을 당해서 그 소식을 듣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레베카는 네이라가 이제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갈까가 제일 걱정이다. 하긴 나도 딸 친구 소식을 들었을 때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 앞으로 사춘기도 겪을 테고 어려운 일도 겪을 텐데 그때마다 가장 든든한 방패막이인 엄마가 없으니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그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서 네이라 방으로 가서도 힘들게 자기 엄마를 양보할 마음까지 먹고 네이라에게 제안했는데 네이라는 오히려 화를 내며 밀어내고 만다. 서로의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네이라가 아직은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랬기에 집에 와서 전화를 했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비록 어린 나이에 힘든 일을 겪지만 모든 아이들은 꿋꿋하게 견뎌 내며 결국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성장을 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네이라의 아픔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친구를 바라보는 레베카의 아픔 또한 지금까지 겪은 것 중 가장 컸을 것이다. 거기다가 친구 엄마가 돌아가셨다는데도 좋아하는 남자 친구만을 생각하는 마리나는 본인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쩌질 못한다. 물론 친구들도 그런 마리나를 힐책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 그 상황에 동참한다. 그러면서 셋은 우정을 키워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이리라.
네이라가 쓴 일기를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심 놀라웠다. 엄마의 부재에 죄책감을 느끼다가 분노하고 결국은 그것을 받아들이며 성장해 가는 네이라를 보며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난번에 친척분의 문상을 갔을 때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간혹 웃기도 했는데, 웃으면서도 참 많이 미안했었다. 그리고 발인하는 날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맑은 날이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야속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본인들은 너무나 상심해서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슬픔에 빠져 있는데 주위의 모든 것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아마 네이라도 그런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레베카도 그런 것을 알기에 친구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고 끊임없이 걱정해 준 것이겠지. 그래서 결국 엄마가 돌아가신 후 네이라가 썼던 일기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인정하고 남에게 보여줄 용기까지 생겼던 것일 게다.
어떻게든 아이들은 자란다는 생각과 어른들의 우려처럼 아이들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음을 작가는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레베카가 자신의 모습이라고 했단다. 짧고 경쾌한 문장과 담담한 전개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분위기가 지나치게 가라앉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죽음이라는 슬픔에 둘러싸여 언제까지나 침울해하고만 있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아주 잘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책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임을 알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