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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 논쟁은 교회사에 대해 털끝만큼이라도 알고 있다면 도저히 모를 수가 없는 주제이다. 워낙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었는데다가, 주제를 조금씩 달리해서 오랫동안 논의된 주제이니 말이다. 교리 논쟁은 늦어도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단일한 교리를 확립하려고 했을 때부터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교리 논쟁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논쟁이란 쌍방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상, 생산적면서 발전을 촉진하는 요소이니 말이다. 이 책은 교리 논쟁 자체의 공과나 평가에는 중립으로 일관하면서, 그저 교리 논쟁으로 인해 변화한 성화의 도상을 탐구하고 있다.
일전에 읽었던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에서는 당대 교회 인사들이 카라바조의 성화를 마뜩치 않게 여겼다는 이야기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너무나 인간적이로 현실적으로 묘사된 성화의 인물들이, 성화 자체의 성스러움을 저해하고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 책에서도 부분적으로 그런 면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점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따로 있다.
교리 논쟁의 쟁점에 대해 구명하는 데에서부터 본격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초반부에서 교리 논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에서 정말 놀랐는데, 쟁점이 되는 점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는데 그야말로술술 잘만 읽힌다. 갖가지 출처에서 인용한 전거들이 줄지어 나오는가 하면, 파급효과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더욱이 인용된 많은 원전은 저자가 직접 번역했다고 한다. 이토록 많은 자료를 섭렵한 것도 놀랍지만, 책의 내용에 필요한 부분만 추출한 점도 그에 못지 않게 놀랍다. 필요한 점만 가려내 요약한다는 것은,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안타까워서라도 제대로 하기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잔티움의 교리 논쟁도 상세하면서도 간명하게 서술하고 있다.
성화를 주문하는 것도 교회이고, 성화를 관장하는 것도 교회이다. 또한 성화를 '심사'하는 것은 교회와 교회인들이다. 때문에 교리 논쟁은 자연히 당대의 성화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저자는 바로 그 점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고, 훌륭한 교양 서적 한 권을 그 결과물로 내놓았다.
이 책에서는 유명한 미술가 두 명을 나란히 비교하는 구성을 많이 취하고 있다. 완전히 대조되는 미술가들인 것도 아니다. 미술 사조를 대략적으로 분류하면, 같은 사조로 분류되는 미술가들이다. 난 목차만 보았을 때는 각 미술가의 작품들을 비교하려는 게 아니라, 공통점을 추출하려는 모양이라고 넘겨짚었을 정도이다.
문외한이 보면 자칫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 전체적인 느낌은 상당히 유사하다. 개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완전히 딴판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차이에서 교리 논쟁의 흔적을 읽어낸다.
일종의 미시사라고나 할까, 아니면 테마 연구라는 표현이 더 맞을까. 이 책은 교리 논쟁의 측면에서 연구하고 정리한 성화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만 보아도 근대 교리 논쟁의 축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다. 덧붙이면 이탈리아 성화에만 집중하지 않고, 스페인 등 다른 유럽 지역의 성화도 많이 다룬 점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성화제작과 교리 논쟁의 주요 무대가 이탈리아였다고는 해도, 이탈리아에서만 존재한 것은 아니었지 않은가.
여담이지만, 예수회 소속의 학교가 워낙 수준이 높아 카톨릭교도 집안의 학생도 많이 다녔고, 그 중 적지 않은 수가 개종했다는 대목을 보고 많이 웃었다. 종교보다 공부를 우선하다니, 그것도 그 시대에! 공부 광풍은 이때, 이 곳에서도 다름없었다는 생각이 들자 어딘지 웃음이 나왔더랬다. 전혀 다른 곳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은 독서의 작은 재미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