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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맨'은 없다. 고양이와 '남자'는 교차-공유하는 심상이 그다지 없어서일까? 아니면 반려동물로서 여자에게 더 친한 것이 개보다는 고양이라서일지. 캣우먼은 물론 영화 이전에 지면만화로서 큰 인기를 얻은, 분명한 내력과 독자적인 지지기반이 있는 캐릭터였다. 영화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팀 버튼의 '배트맨2'가 아니었을까 하는데, 1편에서 조커의 첫 '입체적' 구현태(具顯態)였던 잭 니콜슨이 준 충격을 능가할 만큼, 해당 역을 맡은 미셸 파이퍼는 관객의 호응과 평단의 인정 모두를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했으며, 아직도 캣우먼하면 바로 미셸 파이퍼를 떠올리는 게 보통일 것 같다. 예쁘고 동안인데다 더 휼륭한 몸매를 지닌(가죽옷을 입고 나오므로 이 점은 중요하다) 할리 베리1)를 기용해서 21세기판 세 원형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는 참 좋았고,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가 흑인이라는 점에서 오는 부담을 중화2)하기 위해 (십여 년 전이라면 더 적역으로 뽑혔을 만한) 섹시 코드의 대명사 샤론 스톤을 악역으로 배치한 것도 (좀 과하다 생각되기까지 싶게) 캐스팅상의 배포 큰 투자행위였다. 머리 속에서 굴려 보기로 이미 전자 하나만으로도 큰 승산이 있는 기획인데, 배보다 큰 배꼽 격의 안전장치까지 덧대었으니 필승의 항해, 보장된 대박이 아니었을까. 결과를 다 아는 지금 리뷰해 봐도 난 그리 여겨지기만 한다. 내 생각에 패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슈퍼히어로물(일단)에서 그 당시 으레 기대되곤 하던 특수효과가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점. 양적으로도 빈약한 것이, 질적으로도 그나마 정작 필요한 요소요소에 쓰이질 못하고 의미 없이 낭비되었다는 게 누가 봐도 분명하다(결과론에 무분별하게 편승하는 게 교활한 대중의 심리라, 패자를 향한 속 편한 질타와 비아냥은 곳곳에 흔하다). 다음으로, 감독의 패기 없고 안이한 범작 뮤직비디오식 연출이겠는데, 흔히 이야기하듯 플롯이 크게 매력을 결한다든가 하는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하 스포일러)'커, 알고보니 진짜 악당은 따로 있었는데....' 뭐 이런 식, 나쁘지 않다. 나쁜 게 다 뭔가. 그 설정(안)만 두고 볼 때, 극중 흐름이나 배우 실물의 비중(ㅎㅎ)으로 따져서도, 보는 관객이 실망할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감독이, 평면적 내러티브나 영상의 텔링이나 모든 면에서 너무도 재미 없게, 미리 김까지 다 빼어 가면서 요령 없는 진행을 했으니 영화가 성공할 재간이 있겠는가? 1) 게다가 이미 '몬스터즈 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창 욱일승천 기세의 그녀였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