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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에 1권을 들고, 토요일 새벽까지 밤새 읽어서 1,2,3권을 마쳤다. 하룻밤에 이 정도 분량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얼마만인가 싶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에 이어, 세번째로 만나는 위화였고, 역시 날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1,2,3권 총 10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인데,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입담이라니!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중국 현대사 40년이다. 즉, 1960년대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시기와 문화대혁명, 그리고 덩샤오핑 집권과 개혁개방 추진 시기를 거쳐 2000년대까지의 40년이다. 소설은 재혼부부 이란의 아들 이광두와 송범평의 아들 송강이 피 한 방울 안 섞인 형제가 되어 이 시기를 사는 이야기인데, 위화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독자를 웃기다가 울리며, 결국은 역사와 개인의 운명을 보여준다.
두 형제의 삶의 차이를 보면, 처음에는 1권에서 이란의 말 그대로 '그 아버지에 그 자식'답게 개인적인 인성의 차이로 보인다.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1권 내내 서로 의지하여 60년대를 아프게 겪어내는 두 주인공을 보면 콧등이 시큰해진다. 그러나 임홍을 사이에 둔 애정대결 위주인 2권을 거쳐, 3권까지 읽어가면 이광두의 성공을 통해, 중국공산당이 그렇게도 타파하려 했던 '반동계급'이 더욱 견고하고 새롭게 발생하였음을 보게 되고, 결국 형제의 차이 - 중국 민중의 빈부차이 - 동부 해안 지역과 다른 지역과의 차이는 천양지차로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겨우 40년만에!
내 생각에, 이 소설은 중국민중이 어떻게 급격히 자본주의를 추구하며 가치관의 변동을 겪고 정신적, 물질적으로 혼란스러워 했는가를 다루는 것 같다. 소설 속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이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다.
주인공 이광두는, 원래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었다. 개혁개방 경제시대는 그의 욕망에 날개를 달아준 격. 그는 마음껏 돈과 여자를 추구한다. 그래, 그는 그런 잡놈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이란과 송강을 챙기는 면을 보면 꽤 입체적인 인물이다.
또 다른 주인공 송강은, 원래 순정하고 착하고 어리버리한 남자였다. 자본주의 시대에 어울리는 남자는 아니었다. 어쩌다 임홍과 결혼하기는 하지만, 그녀를 위해 돈을 벌고 싶어하지만 늘 실패한다. 중국 소설상 가장 멋진 남자라고 할 수 있는, 중국 민중의 사랑을 담뿍받는 <수호지>의 송강과 같은 이름이다. 이거, 작가가 염두에 두고 썼는지는 모르지만, 이 자본주의 중국에서 더이상 구시대의 중국인상은 아무리 인품과 외모가 훌륭해도 좌절하기 마련이라는 의미가 있는 듯 느껴진다.
형제의 연인, 임홍은 현대 중국인의 가치관을 구현하는 인물같다. 처음에 임홍은 이광두를 무시하고 싫어한다. 그의 천박한 인품 때문이다. 그러나 송강이 돈 벌러 떠난 후, 성공하는 이광두를 보면서, 점차 그에게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다. 소설에서, 임홍은 이광두와 육체관계 후 자기 내부의 성욕에 눈 뜨는 것으로 묘사된다. 송강 자살 후 잠시 근신하던 그녀는 미장원과 매매춘업소를 차려 성공한다. 즉, 그녀는 이광두를 통해 성욕 뿐만 아니라 물욕에도 눈뜨게 되어 자본주의적 인간인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임홍의 존재는, 처음에는 자신의 공산주의 경제 가치관을 지키다가, 뒤늦게 앞서 성공한 이들의 모습을 좆아 자본주의 경제에 눈뜨고 돈벌이에 나선 중국인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내가 보기에 임홍은 형제보다 더 흥미로운 인물형이다.
마음에 안 드는 점은, 3부에서 처녀미인선발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다. 급격한 개혁개방과 자본주의 도입으로 인한 인간 타락을 희화화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읽기 불쾌하다. 선데이 베이징(?)에 연재하던 소설인가?하는 상상도 들 정도이다. 그리고 처녀막, 순결 타령으로 한 사회의 순수함과 타락을 표현하려는 구닥다리 발상은 촌철살인격 유머의 소유자인 위화 작가에게 안 어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범평 사후 7년만에 머리감은 이란이 백발노파로 변하는 장면은 너무 슬프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도 이런 가슴아픈 장면이 얼마나 많았을까. 아니, 전 세계에도,,,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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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은 떼돈을 벌어 부자가 된 이광두가 처녀 미인대회를 연 이야기와 이광두, 임홍, 송강 세 사람의 얽힌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그 밖에 1편에서부터 꾸준히 나온 류작가, 조시인, 여뽑치 등의 얘기까지 그려낸다. 그 중 이야기의 전반적인 내용은 역시 세사람의 이야기인데, 이광두가 소년시절 화장실에서 임홍의 엉덩이를 본 후 임홍은 아가씨 시절까지 구애하던 이광두를 혐오 수준으로 싫어하고 그와 다르게 형제인 송강의 바르고 정직해보이는 잘생긴 외모에 빠져 그를 마음에 품게된다. 우여곡절 끝에 송강과 결혼을 하여 책의 초중반까지도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묘사되는데 송강이 돈을 벌기위해 류진을 떠난 후, 이광두가 임홍이 겪은 힘든일을 해결해주고 멋진 대접을 하자 점점 호감이 생긴다. 결국 둘은 몸을 섞게되고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임홍은 머리로는 송강을 그리워하면서도 몸은 이광두를 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송강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약속한 그 시각, 송강은 온갖 일을 다 겪고 고생한 끝에 1년여만에 다시 돌아오게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내와 형제 사이에 있었던 일을 짐작할 수 있는 말을 듣는다. 송강은 둘에게 편지를 쓰고 고생해서 번 돈 삼만원을 베개 밑에 넣고 철도로 가서 자살을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둘은 오열하며 그 후로는 서로 쳐다도 보지 않은 채 각자의 삶을 살게된다. 이번편을 읽으며 계속 드는 생각은 송강의 처지가 너무 딱하는 생각 뿐이다. 한눈 팔지 않고 항상 형제와 아내를 생각하고 위하며 살았는데 그 결과 그의 삶이 이렇게 끝난다는 것이 안타깝고 끝까지 아무도 원망 안한다는 말이 너무 착해서 바보같기까지 하다. 처음 책을 읽을때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라 놀라우면서도 왜 책 제목이 형제 인지 알 것 같다. 송강이 아프다는 말에 매달 십만원씩 통장에 넣어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한 송강을 오랜만에 만나도 형제처럼 변함없는 태도를 보여준 이광두를 보면서 말은 거칠어도 속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리고 한순간에 처지가 바뀐 두 형제를 보며 후회할 법도 한데 항상 남편을 생각하는 임홍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으나 끝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두 사람이 밉고 원망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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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최근작 '형제'는 전작에 비해 두 배 이상 두꺼워진 분량 속에, 소설이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재미를 골고루 담고 있다.
'형제'는 중국 근현대를 살았던 이광두와 송강 두 형제 이야기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힘겨운 시대를 함께 겪으며 우애를 키워나가는 두 형제의 모습 속에 중국의 다양한 문제를 담고 있다.
소설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분위기는 제법 다르지만, 위화식의 해학과 풍자는 전체를 일관되게 감싸 안는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명명법이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그들의 직업을 중심으로 명명되는데, 이는 '우리 류진의 명물 조시인과 류작가'같이 반어적으로 실속 없는 지식인의 허례허식을 풍자하는 수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 이광두의 첫 직장이었던 복지공장의 장애인들을 싸잡아 '열네 충신들'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이광두의 독특한 리더십과 수완을 보여주기도 한다. 동일한 인물이라도 그의 사회적 지위가 바뀔 때마다 이름이 바뀐다는 것도 재미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작품 속 시대 변화를 몸소 느낄 수도 있고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까지 읽을 수가 있다.
'형제'는 인물의 천태만상을 보여준다. 소설에는 이광두와 송강 같은 주인공 외에 실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중에는 사기꾼이나 약자를 억압하는 악인들이 나타나지만 그들은 명백한 반동인물이 아닌 시대의 조류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평범한 인간군상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근현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다양한 삶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다. 변화하는 시대의 조류를 잘 타 성공가도를 달리는 여뽑치와 왕케끼, 적절한 시기를 놓쳐 하층민으로 몰락해 가는 아들 관가새, 변화를 기회 삼아 날뛰기 시작하는 사기꾼 조유, 자본의 물결 속에서 꾸준히 사업을 키워 자수성가한 동철장 등 오늘날 중국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간 부류들을 보여준다. 특히 류작가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면 중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낸 중국인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지주 출신의 선량한 사람들을 폭압하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홍위병으로 시작하여, 평범한 노동자이자 거들먹거리는 지식인을 거쳐 대자본가의 비서, 기업체를 책임지는 CEO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조류에 편승해가는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 명칭 또한 변화하는 사회적 신분에 걸맞게 '류성공, 류작가, 류공보, 류부, 류C'로 다양하게 바뀌어간다.
소설은 본질적으로 허구이며, 그것이 사실처럼 여겨질수록 더 가치 있게 평가된다. 그런데 위화는 이번 작품에서 수위를 넘을 정도로 과장된 허구를 선보인다. 멈출 줄 모르고 번창하는 이광두의 사업이나, 송강의 몰락 과정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조금은 눈에 거슬린다. 그러나 이같은 과장법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부각시켜준다. 위화는 소설의 서문에서 두 형제를 통해 중국 내에서의 삶의 간극을 보여주겠노라고 말하고 있다. 같은 토양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두 형제를 통해 중국 사회의 극심한 간극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분명히 어느 정도의 과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허황된 거짓말이라고 느껴져도, 그 과정은 매우 유쾌하고 속도감 있게 그려지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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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읽다가 웃다가 울었다. 내가 읽었다기보다는 저절로 읽어진다는 것이 맞는 책이다. 내가 이 책이 읽어지는 동안, 이 책을 읽지 않은 우리 남편까지도 송강과 이광두가 어떻게 되었는지 다 알게 되었다.
고전부터 시작해 문학만 100권 읽자는 목표로 시장된 긴 여정에서 아직 20권밖에 읽지 못했지만 위화의 "형제" 같은 책은 없었다. 앞으로는 있을수 있을까!!! 재미있는 책을 읽자는 목표로 읽었던 각종 통속, 세속 그리고 추리 소설들도 "형제" 만큼 재미있지는 못했다. 작은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대한 묘사와 설명도 지리한 게 하나도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면서도 웃기다. 이것은 순전히 작가의 붓 휘두르는 뛰어난 능력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그저 재미있고 웃긴 책으로 끝나지 않고,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생생한 시각은 이 소설을 고전 문학의 반열에 올려도 좋을만큼 훌륭하다.
무엇보다 그 역사를 통해서 중국인과 우리네가 얼마나 닮았는가 생각했다. 사상과 물질만능주의 가운데 우매한 군중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었고, 그 가운데 상처받고 괴로워하며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척같이 인생을 살아내야 했던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이 주는 감동이 성씨가 다른 이 형제 두 사람과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 잔잔히 밀려왔다.
장편소설을 읽을 때의 재미 중 하나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그 사람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어느새 절정에 이르게 하는 큰 사건의 단초가 되어 하나로 합해져 폭풍처럼 당연한 결말로 치닫는 것을 지켜보는 것인데, 위화의 "형제"는 장편소설로서도 충분히 훌륭하다.
그리고, 여기서 이 책이 이토록 재미있을 수 있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보이는 역자 최용만 선생께도 찬사를 보내야겠다. 아마도 위화선생과는 연배도 비슷하고 친구인 모양이다. 마지막에 이 소설에 대해 시를 한편 지어서 바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정도로 역자 자신이 이 소설에 흠뻑 빠졌던 것 같다.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번역은 참으로 오랜만에 번역 소설을 재미있게 읽게 해준 1등 공신으로 생각된다. 많은 훌륭한 소설들이 조악한 번역으로 인해 지루하고, 잠 오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 책은 그 함정에서 마저도 위대하게 탈출하였다.
다만, 휴직하는 동료에게 선물하고자 했더니, 이 책이 꼭 3권일 필요가 있었나...하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T-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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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가 쓴 몇권의 책을 봤었고 잘 알지못하는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할 뿐더러 인간 자체에 대한 성찰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어 재미있었기때문에, 주저없이 손을 들어 선물받은 책이다. 꿈꾸는 현자님께 감사를.
3권짜리 장편이다. 읽는 중간에 일이 있어 한달음에 읽을 수는 없었지만 한번 잡으면 중간에 끊고 다른 일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제목에서처럼 송강과 이광두 형제가 살아내는 40년간의 이야기지만 중국이 문화혁명을 거치고 자본주의가 들어오는 과정 중에 일어나는 개인사를 통해 여러가지를 이야기한다.
소설의 줄거리를 다 얘기하는 일은 의미없는 일일테고 주인공들 이야기로 간단하게 인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각 인물들이 살아내는 갖가지 성품속에 흔하게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게된다.
제일 중심인물인 이광두는 저자도 끌리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어쩌면 순수하기 이를데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도덕적이거나 사회적인 예의에 대해서는 모자라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인물이다. 자신이 가진 아주 작은 것을 이용해서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노력하는 모습. 다듬어지지않아 인간본연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는 그이지만 결코 미워지지않는 이유일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 임홍에게 무조건 달려드는 모습이며 송강에게 빼앗기고나서 정관수술해버리는 결단. 투자를 받아 나갔다가 빈털털이로 돌아와서 폐품을 사업으로 일궈내는 모습. 송강의 일에 언제나 형제로서의 애정을 잃지않는 모습들에서 더욱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물론 소설의 첫머리에서 나오는 것처럼 변소에서 여자의 엉덩이를 훔쳐보는 모습이나 심하게 여성편력을 일삼는 모습, 미인대회를 여는 과정, 다시 임홍을 갈취하는 이야기들에서 흔히 보는 악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그래서 더 인간다워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우리 주변은 유혹덩어리이고 거기에 빠지지않으려고 노력하지않는 한 풍덩 빠져버리고 마는 게 인생이니까. 저자가 만들어낸 이 어처구니없도록 순수한 남자 이광두때문에 화나고 속상하고 짜증나다가도 한바탕 웃고 뒷얘기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읽는 동안 어떤 사람이 계속 오버랩되어 더욱 실감났었는지도 모르겠다.
형제의 또하나의 축을 이루는 송강.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녹록치않다는 것이 슬프다. 성품은 이루말할데없이 고결한데 삶은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않는 것이다. 첫째는 여자의 유혹이다. 임홍의 유혹앞에 그만 형제의 의를 끊고 사랑을 쟁취하지만 병들고 생활이 어려워지니 여자가 등을 떼밀어 이광두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송강을 잘아는 이광두는 송강모르게 이들을 돕고 송강은 그 모든 것이 다 빚일거라고 생각해서 돈을 벌러 나선다. 잘될리가 없으니 계속해서 고전한다. 그러다 결국은 집으로 돌아가지만 이미 여자와 형제는 송강을 배신한 뒤다. 그래도 그들을 원망하지않고 조용히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소설에서는 읽으면서 속상한 마음뿐이지만 실생활에서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 팍팍한 세상이다. 두번째는 한없이 심성이 곱고 뚜렷한 의지를 갖고있는 것처럼 보이나 은근히 우유부단해서 때를 놓치고 손해만 보고 사는 이들의 전형적인 모습니다. 평범한 소시민의 대표적인 모습일게다. 한때는 행복하게 지내지만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삭아내려 결국엔 아무 것도 남지않은 자. 슬픈 모습의 사람이었다.
볼수록 얄미운 여자 임홍. 징그럽게 따라다니는 이광두를 떼내면서 그의 형제인 송강을 남편으로 맞아들인 여자. 그런데 형제를 의절하게 만들고 도움을 주지못하도록 하다가 이광두가 커다란 부를 이루자 그편에 남편을 보내는 여자. 결국엔 남편을 배신하고 이광두와 놀아나다가 남편 송강을 저세상으로 보내게 만드는 여자. 그리고 미용실을 열면서 매춘을 알선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그밖의 인물들 역시 모두 우리네 모습에서 보기 흉한 모습들을 잘 드러내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사람사는 모습이다. 그게 위악적으로 과장되어 서술되어있기때문에 우습게 느껴지지만 그들 속에 내 모습이 투영될때마다 깜짝 놀라 소스라치게 만든다. 이광두의 어머니인 이란이나 송강의 아버지 송범평, 그리고 할아버지, 류작가, 여뽑치 등이 기억에 깊이 남아 자꾸 생각케만든다.
역사가 흘러가면서 변화하는 모습들, 그 모습들이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내며 그렇게 인생은 흘러가는 거라고 자조섞인 끄덕임을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는다. 번역이 어찌나 매끄럽던지 외국어로 쓰여진 책이라는 사실을 가끔씩 잊어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