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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된 듯한 고목나무를 바라보며 수백년 동안 살아온 그 세월을 두 눈을 감고 느껴본다
힘들게 오늘을 사는 젊은이에게 어릴때나 젊은 때나 통과의례로 넘게되는 몸과 마음의 고생(실연까지 포함해)을 차라리 즐겨라. 이를 이겨내는 자에게는 하늘이 그 보답으로 성공의 길을 준비해 두고 있으니 부디 좌절하지 말고,용기를 잃지 말기를
목차를 지나 이 책의 맨 처음 만나는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의 마음이 스르르 무너졌다. 남편과 같이 지내지 못하는 시집살이의 고단함과 아이들의 엄마로써의 긴장감이 책 첫머리에 풀어졌다.
단상( 한자 )-첫 제목은 겨울의 꽃 수선화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봄은 3월이 되어야만 시작된다고 알고있지만 자연은 2월부터 그 꽁꽁언땅 아래에서 이미 봄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고 했다 나무나 풀뿌리에 청진기로 들어보면 수액을 빨아올리는 펌프질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표현을 했다. 그러면서 북풍한설을 이겨내고 추위 속에서 꽃을 피우는 수선화를 꽃 중의 꽃이라고... 고난은 기쁨을 예비한, 반드시 거쳐야 할 순리라는 말에 삶의 어려움을 즐길 힘이 생겼다.
두페이지 남짓되는 짧은 분량으로 자연에 비유한 인생의 어려움과 희망을 어떻게 이렇게 절절히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소설, 산문집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결혼 10년동안 육아책,교육서 아닌 다른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현실에 급급해서 오로지 책은 지식을 얻는 도구로써 사용했던 것이다. 육아서나 교육서는 무슨 시험문제지를 보듯 철두철미하게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바싹 긴장해서 본다. 아이에게 적용시켜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소올솔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내 마음을 맡긴채 작가의 기억들을 공유했다.
단상에 대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인생의 경건함과 애잔함을 느낄수 있는 여행에 대한 기억들, 고흐와 피카소의 너무나 상반된 인생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삶, 작가의 기억의 여행에 나도 동행하면서 낯선 곳을 여행하는 새로움이 있었다.
작가 본인이 표현한 자폐청년 시절의 말하기도 어려운 고통을 넘긴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자로서 그러한 시절 문학을 시작하게 된 시기와 배경등을 솔직하면서 담담하게 그려 세상살이 어려움과 깨달음을 직접 가르치진 않지만 암시적으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글이다.
또한 사진작가와 사진에 대해 작가가 가지는 폭 넓은 이해를 알 수 있는 글과 함께 한국전쟁100 장면에 쓴 글이란 소제로 서울,인공 치하 석 달이란 제목의 글이 있는데 나에게는 그 어떠한 다큐멘터리 보다 할아버지의 전쟁에 대한 증언보다 생생하게 전쟁의 참혹을 느낄 수 있었다. 7살 아이때 체험했던 전쟁을 더도말고 덜도말고 사실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데 마치 내가 겪은 일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 이런 부분이 있다. 문학가가 되는 길은 재력, 인맥,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로부터의 배움이 필요 없는 분야이다. 책이 스승이요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살아온 삶의 한 자락을 글로 풀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 힘입어 감히 올리기 부끄러운 글을 올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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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풍경들...제목부터 눈길이 끌려 왠지 편안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함께 동행하며 추억여행을 함께 하는 감동을 느꼈다. 김원일님의 글속에 담겨있는 생활속의 작은 이야기들이 여러편의 단편 드라마를 보는듯하고 나의 부모와 이웃들의 기억속에 공유하는 공간들도 있는듯하여 왠지 낮설지가 않아서 좋다.
작가의 인생길에서 만나고 스쳤던 인연들이 작가의 이야기로 묶여서 글로 탄생하고 읽는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선다. 본문의 "하늘의 뜻"의 내용중 "하늘의 뜻은 인생의 참다운 고통과 고생을 이겨내려는 의지를 시험하여 합격점에 이르렀을때야 그에게 평탄한 성공의 길을 내어준다는 가르침이다"(본문55쪽)... 이 글을 읽으면서 작가가 이 구절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아침마다 읽고 출근했다고 하였는데 이글이 거칠고 험한 작가의 인생길에 많은 도움이 된듯하여 나도 이글을 나의 책상 유리밑에 넣어본다.
세상살이의 순간 순간들이 어느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림과 감동이 다른듯 하다. 살면서 겪어온 순간들을 작가는 조각조각 나누어 여러편의 글로 엮어서 그 엮은것을 모아 책을 만들고 우리들은 그 책을 읽으며 새로운 감동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 작가와 함께 느끼는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억의 풍경들은 읽으면서 눈을 감으면 살포시 기억속의 풍경들이 떠오르게하는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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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작가, 2007, 총232쪽)
기억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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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건데 내 문학은 지금 이 자리의 현장성 보다 6.25 전쟁 전후 내가 살아 온 소년기에 큰 줄기를 내리고 있음을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나의 한계라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는 일에 능력 껏 최선을 다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한계를 인식하며 산다.
사람의 기억에는 좋은 기억이 있는가하면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나쁜 인상의 일들도 기억의 한 줄기 속에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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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풍경들 / 김원일 지음 / 작가
인생의 칠순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칠십평생을 살았다고 해도 "삶에 대해 이제 좀 깨달을 것 같아"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내놓은 작가 김원일님의 산문집 <기억의 풍경들>은 칠순 나이에 좀 빠지는 작가가 느끼는 현대를 진솔하게 묘사했다. 또 작가 개인의 문학적인 삶을 되돌아보는 회고의 글도 함께 실려있어 풍요로운 삶처럼 그의 넉넉한 마음을 전달받았다. 작가는 이 책 <기억의 풍경들>의 첫장 '단상'(斷想)에서 칠십년의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그의 솔직담백한 사유가 담겨져 있으며, 특히 젊은이들의 미래를 염려하고 존경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담았다.
"힘들게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이여, 어릴 때나 젊을 때나 통과의례로 넘게 되는 몸과 마음의 고생(실연까지 포함해서)을 차라리 즐겨라. 이를 이겨내는 자에게는 하늘이 그 보답으로 성공의 길을 준비해 두고 있으니 부디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기를......"
작가는 겨울의 꽃 수선화를 사랑한다. 그는 수선화를 보고 고난은 기쁨을 예비한 반드시 거처야 할 순리라고 말하며, 겨울의 끝자락에 서서 다가올 봄을 대망하는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을 담는다.
칠십년을 한결같이 살아오면서도 '행복'이란 단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생의 세번의 행복이 아니라 열번, 백번 만들어야 한다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움을 꿈을 품고 사는 노작가의 모습을 전해준다. 옛시를 사랑하고 옛글을 읽을 줄 아는 작가에게도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연말풍경에도 감미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그래서 작가는 민족적이고 한과 고뇌를 주제로 한 서민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어린아이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역시 작가 개인도 일제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경험했고 그런 반민족행위자들이 버젓히 세상을 활보하는 모습에 분개하고 <바람과 강>, <늘푸른 소나무> 등의 장편 대하소설을 통해 민족의 한을 잠시 달래주기도 했다. 민족작가라고 스스로 표방하지는 않지만 작가 김원일님은 아픔을 굴곡을 잘 헤쳐나오면서 민족의 아픔을 그대로 담고 살아간다. 그래서 작품속에서도 일제강점기와 해방전후 혼한스러운 역사를 재조명하고 반민족, 친일 등의 뼈아픈 역사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어릴 때 먹어본 눈물의 밤. 추위 속에 떨어본 아픈 기억을 모아 나는 전쟁 끝 휴전 무렵의 우리 가족사를 담은 <마당깊은 집>이라는 소설을 썼다. 내가 살았던 대구의 그 마당깊은 집도 승용차가 들어설 수 없는 꼬불꼬불한 골목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피란민들은 그 애옥살이 생활속에서도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피란지 타향 땅에서의 모진 고생을 이겨냈다."
문학은 물론 음악, 미술,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삶이 투명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때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에서 벗어나 자신이 겪었던 삶의 습작들을 고집스럽게 투명시키는 경우 종종 큰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작가 김원일님 역시 <마당깊은 집>을 통해 자신이 희망하고 바라는 것들은 글을 통해 다시 부활시켰다고 본다. 그런 인생의 굴곡에서 고 김동리 선생과의 인연을 소중히하고 문학청년시절 글의 습작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그림들은 이제 칠십나이에 가까워오면서 더욱 빛나게 하는 듯 하다. 소설은 이야기를 자신에게 맞춰 투영시키지만 산문은 내가 작가가 되고 책속에 나를 던지는 매력이 있다. 회고적인 산문의 성격에 가까운 <기억의 풍경들> 역시 책속에 나를 던지는 하나의 작품이었다.
작가 김원일님은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에서 풍겨나온다고 했다. 마음의 아름다움은 부드러운 바람처럼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기억의 풍경들> 역시 마음의 아름다움을 배워야할 현대인에게 자기 삶의 진정성을 깨닫는 '문화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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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이란 드라마를 어린시절 본 기억이 난다. 전쟁 중의 피란길 이웃의 이야기가 담겨있던 드라마였는데, 그 시대를 살아낸 적은 없지만 그 드라마가 무척이나 가슴 따스한 내용이었다는 기억으로 인상깊게 박혀있다. 그 드라마가 여느 내용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한 멜로물이 아니라, 대구라는 지방 도시의 소탈하고 꾸밈없는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 그 소시민들의 이야기였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내용이었다. 워낙에 어린시절에 본 드라마였기에 작가에 대한 기억이 없으며 오로지 그 따스함과 제목이 주는 마당깊은 집이란 느낌이 좋아서 절대 잊지않고 있었는데, 이 책에 마당깊은 집의 작가가 쓴 산문집이란 문구가 있다. 김원일, 나는 이제서야 마당깊은 집의 작가 이름을 알게된다. 그리고 어린시절, 너무나 따스하게 보았던 그 드라마의 작가란 사실에 반가움이 넘실대어 책을 펼쳐들게 된다.
김원일, 그가 적어내는 산문집은 어떤 내용일까. 그 시절의 온기를 나는 여전히 받아낼 수 있는 것일까 자못 들뜨는 설레임을 갖는다.
사실, 활자로 된 그의 글을 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국내 산문집을 읽는 일도 극히 오랜만의 일인듯하여 그 생소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수필이라 함은 일상의 이야기를 적어내려간 모음집이다. 일상에서 품어져나온 느낌들이 물음표, 느낌표, 따옴표들을 만들어 엮어가는 화려하지도, 거추장스럽지도않은 소담스러운 돌담길같은 편안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복잡하게 생각을 뒤집어 내지않아도 좋고,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실눈을 빛낼 이유도 없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책은 저자의 기억이 만들어낸 풍경들이 담겨져 있다. 그가 살아왔던 삶의 어느 추억 속의 기억들을 다시금 산문집 속에 토해놓은 것으로 부산 자갈치 시장의 어물전을 구경하듯이 정겨웁게 그렇게 편안한 차림새로 대면할 수 있는 산문집이다. 그의 기억 속을 함께 걸어들어가서 독도 의용수비대장과의 독도 동행길을 올라설 수도 있고, 타지마할의 건축미에 입을 벌려대는 감탄을 할 수도 있다. 그의 인생에서 문학이 자리하는 인연들에대한 이야기는 문학도를 한번 쯤은 꿈꾸었던 독자라면 흥미로운 두근거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작가란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한다해도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산문집은 김원일, 그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산문집이 주는 매력은 그 가감없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있는 듯 하다. 작가나 독자가 애써 겉치레에 신경쓰지않아도 좋은.... 김원일의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잠시 쉬어가도 좋을 듯 하다. 쉼없이 뜀박질해온 삶이라는 마라톤의 긴 레이스를 무사히 끝내기위해서는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지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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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이라.. <마당깊은 집> 작가 김원일님의 <기억의 풍경들>을 읽어 보았다.
자신의 주변이야기를,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간 그의 문체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전쟁을 겪던 어린시절부터 힘들게 살아온 대학시절 그리고 작가의 입문기까지 작가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시대의 모습과 사람들은 단상(斷想)이라는 이름으로 1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고생을 하고 고난을 겪은 작자가 가진 경험이 글속에 녹아 암울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데도 왠지 따뜻하고 아련하게만 느껴진다. 6.25라는 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그의 아버지가 월북을 한 사상가라는 것을 이제 담담히 말할 정도로 시대가 바뀌었다. 돌아보면 다 추억이라고 했던가? 예순을 훌쩍 넘긴 작가가 인생속에서 겪고,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이 이젠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의 곁에 다가와 있다.
작가의 기억속에 있는 달동네 단칸방의 모습. 2부에서 사진집에 붙인 글 중 70년대 서울 산동네 풍경(김기찬 사진집-골목안 풍경)은 그 시대 서울에 살지 않았지만 수도권 어디에선가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던 예전 생각에 젖어본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3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우리네 어르신들의 삶의 모습이라는 걸 엄마의 주름진 얼굴과 손에서 느껴본다. 그리고 인공치하 석달의 서울의 모습-한국전쟁100장면-에서 마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를 보는 듯한 끔직한 사진도 작가의 고난에 찼던 삶과 함께 우리네 과거사를 슬프게 보여준다.
3부 인생과 문학은 작가와 문학에 대해 쓰여졌다. 정말 운이 좋아서 작가가 되었고 또 겪은 일이 많아서 그를 소재삼아 소설을 썼다고 얘기하고는 있지만 그의 문체속에는 그의 삶이 묻어있다. 나는 교과서에서나 이름석자를 볼수 있었던 김동리, 황순원선생님과 자리를 마주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고 작가의 형제들이 모두 글쓰기에 능한 재주를 가지고 있음을 보면 정말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잔인하고 고달프게 지나왔던 과거로의 여행을 했던 작가가 남의 땅 탈린, 케이프타운,타지마할, 바이칼호수등에서 느꼈던 것들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산문집이라는 것이 너무나 잔잔한 호수같다. 아니 창문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 같다. 김원일이라는 작가의 기억속에 있는 풍경들을 따라가며 나는 나는 내 기억속에 어떤 풍경들을 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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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작품이 쓰여지던 시대의 상황과 작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말한다고 하지만, 단편적인 독자의 눈으로는 한단계 필터를 거치고 소설적 상상이 들어간 작품 안에서 작가의 숨결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육성이 고스란히 들어간 이런 책이 반갑게 다가온다. ‘기억의 풍경들’의 초반은 뚜렷한 경향이 없이 날씨 이야기도 나왔다가 정치 이야기도 나왔다가 여자 이야기도 나오고, 제목에 충실하게 그의 기억 속의 풍경들을 이야기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들도 상당하고 세대 차이도 조금은 느껴진다. 접속사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건조한 문장 때문에 말이 턱턱 막히는 듯도 하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은 후반부, 그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서부터 슬슬 사라지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좌익으로 사상운동을 하다가 한국전쟁 이후 단신월북하고, 어머니와 4남매는 가난으로 어렵게 살아갔다. 고학으로 학업을 마쳐야 했고 건강도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작가의 삶은 이념과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토로하도록 만들었으니, 그런 주제의 편향성을 아쉬워할 수 없었다.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써야만 하기 때문에 쓰는 사람들이 바로 작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작품과 연계하여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40여년의 문학 생활을 조용히 돌아보는, 일종의 짧은 자서전이 된 듯하다. 전쟁과 빈곤 외에 장애와 그림까지, 어찌 보면 천편일률적인 사랑보다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가벼운 내용과 여성적인 필체를 선호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잘 읽히지 않을 수도 있음이 아쉽다. 예순을 넘긴 작가의 음성은 차분하고 낮았으며 깊이가 있었다. 이 책을 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