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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일지사에서 간행된 이청준의 첫소설집을 다시 엮었다.
여기에 실린 20개의 중단편 소설은 이청준 소설의 원류에 해당된다.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모더니티를 논하는데 있어서, 지식인이 현실을 보는 태도에 관하여, 그리고 문학과 사회의 역학관계에 대하여 오늘날까지 풍부한 화두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병신과 머저리>와 같은 소설에서는 세대별 상징으로 자리 잡은 상처에 대한 사색을 제공하며, <줄광대>나 <매잡이> 같은 소설은 예술과 개인의 상처가 어떻게 맞물리면서 증폭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범>과 <별을 보여드립니다> 같은 소설들은 현실의 부조리에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정치적인 소설이다.
2008년 타계한 한국문학의 거장 이청준의 초기 소설들을 모아놓은 이 소설집은, 삶과 문학 그리고 상처에 대하여 요즘의 소설이 도달하지 못하는 높은 경지와 깊이를 보여준다.
부조리한 인간이 부조리한 현실과 어떻게 대결해 나가는지에 대한, 시대적 증언이자, 개인의 기록이고, 공명을 위한 화두로서 이청준의 이 소설집은 존재한다.
지금-여기가 행복하지 않은가. 소설을 읽는 것이 어느 순간 소비의 한 양상으로 변질되었는가. 혹은 더이상 문학은 현실에 대하여 개입하지 못하고 단지 반영할 뿐이라는 패배적이고 사쿠라(쪽바리 새끼들의 문학과 같은!!) 틱한 상품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나는 주저없이 이 소설집을 내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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