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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Jane Ey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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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다. 이 방대한 양의 소설을... 도저히 한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건과 일들이 이 안에 일어났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들이 전개되었다.   사실 처음엔 모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손에 들었었다. 그러나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그 문테의 딱딱함에, 왠지 무미건조함에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표지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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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다. 이 방대한 양의 소설을... 도저히 한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건과 일들이 이 안에 일어났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들이 전개되었다.

 

사실 처음엔 모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손에 들었었다. 그러나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그 문테의 딱딱함에, 왠지 무미건조함에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표지도 이쁜 펭귄에서 나온 영문판을 선택했는데, 확실히 맛이 달랐다. 역시 영소설은, 특히 영국 소설은 영어로 읽어야 된다. 그래야 그들의 그 특유의 어투와 거기서 나온 뉘앙스까지도 알아챌 수 있다.

 

솔직히 영어가 그다지 쉽지는 않았다. 누구는 제인 오스틴에 비해 영어가 많이 쉽다고 하나, 더 뒷시대이긴 해도 그렇다고 영어가 확연히 쉬워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특히나 인물의 성격 등을 묘사할 때는 더 어려웠다. 물론 사건의 진행은 좀 더 쉬웠고... 그래도 별 무리없이 끝까지 다 마쳤다는 걸 보면 못 읽을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나 보다. 그리고 적어도 어느 정도 줄거리는 짐작하고 있으니까. 어렸을 적 아동용 문고판으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까지도 내 뇌리에 박힌 이미지는 저택이 불타고, Mr. Rochester가 제인, 제인 하면서 크게 울부지는 장면이다. 긴가민가 했는데, 정말 이 책에서 발견하고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 기억인데 말이다.

 

내가 영국에서 잠시 살 때 마지막 해를 이 브론테 가족이 살던 곳과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았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이들이 태어난 곳도 얼핏 본 것 같고, 또 이들이 크면서부터 거주했던 목사관이 있는 하워스도 여러번 방문했었다. 지금 박물관으로 되어 있는 그 집에 들어가보지 않았던 걸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만 말이다. -- 그러면서 이 자매들에 대해 조금 관심이 생겼나 보다. 특히 폭풍의 언덕은 하워스 근처의 모어가 그 배경이라,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했다. 나도 이젠 연이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도 읽어보고 싶다. 물론 원서로. 새로운 도전이다.

 

이 책에서 가장 내 마음을 뛰게 했던 장면은 제인 에어가 불에 탈 뻔하나 로체스터를 오밤중에 구해 준 뒤 둘이서 약간의 스파크가 튀고, 로체스터가 바로 뒷날 집을 떠났다가 한무리의 신사 숙녀들을 데려온 날의 일이다. 로체스터는 사람을 시켜 저녁시간에 제인을 자기와 같은 거실에 머물게 하지만, 서로 다른 곳에 앉아 있고, 이 로체스터는 아주 예쁘고 늘씬한 숙녀와만 얘기를 하고 제인은 쳐다 보지도 않는다. 이미 연모의 정이 마음 속에 싹튼 제인은 이를 보고 얼마나 괴로웠을까? 참다 못해 결국 그 거실을 나서 방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복도에서 그녀를 뒤따라 나온 게 틀림없는 로체스터와 딱 마주쳤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심문이 시작된다.

 

"How do you do?"

"I'm very well, sir."

여기까진 무난하다. 그 다음이 정곡을 찌른다.

 

"Why did you not come and speak to me in the room?" 이 얼마나 눈치없는 남자의 질문이란 말인가. 지가 왔어야지... 이런... 눈쌀을 살짝 지푸리게 만드는 장면이다. 제인 역시 '얘기하고 싶으면 당신이 오지?' 하고 쏘아부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공손히 말한다.

"I did not wish to disturb you, as you seemed engaged, sir." 

 

이어 로체스터의 질문이 이어진다.

"What have you been doing during my absence?"

한동안 집을 떠나면서 미리 귀뜸도 해 주지 않았던 나쁜 남자의 질문이다.

 

"Nothing particular; teaching Adele as usual."

뭐 특별한 일이 있었다해도 말해 주고 싶었을까?

 

"And getting a good deal paler than you were - as I saw at first sight. What is the matter?"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얼굴이 예전보다 창백해 보인단다. 뭔 일있냐고? 아... 몰라서 하는 소리냐? 다 너때문이지. 네가 괜히 다른 여자들이랑 시시덕거리니까 내 마음이 타는 걸 몰라... 하지만 어찌 제인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Nothing at all, sir."

아니라고 잡아 뗀다.

 

"Did you take any cold that night you half drowned me?"

제인의 맘 속에 남아 있는 그 날밤의 그 사건을 떠오르게 만드는 질문. 그러나 그 질문이 이렇게 꼬아서 묻는다. 거의 빠져죽게 했다는 둥...

 

"Not the least."

여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니라고, 그 마음 속의 괴로움을 숨키며 대답하는 제인. 여기서 이 염장을 지를 소리를 하는 로체스터 씨.

 

"Return to the drawing room: you are deserting too early."

도대체 무슨 의도, 무슨 심뽀일까? 이에 대항해 제인은 확실히 해 둔다.

 

"I am tired, sir."

 

아... 이 다음부터가 내 마음을 뛰게 했으니... 이런 것이다. 사랑은... 이렇게 가슴아프고도 괴로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끝까지 견디는 자가 이기는 자니...

 

He looked at me for a munite.

"And a little depressed" he said. "What about? Tell me."

"Nothing - nothing, sir. I am not depressed."

 

"But I affirm that you are: so much depressed that a few more words would bring tears to your eyes - indeed, they are there now, shining and swimming; and a bead has slipped from the lash and falled on to the flag."

 

아... 내가 뽑은 최고의 장면이다. 제인의 감정의 변화를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해 낼 수 있었을까?

 

아무튼 이런 제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묻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이 안 되서 할 수 없다면, 다만 자신의 손님들이 머물 동안은 계속해서 저녁마다 동석하라고 이른다. 그러면서 잘자라는 인사를 건너는데...

 

"Godd night, my -" He stopped, bit his lip, and abruptly left me.

이렇게 이 챕터는 끝을 낸다. 약간의 희망을 남겨두며...

 

사실, 어릴 땐 제인에어가 이렇게 강렬한 사랑 얘기인줄 몰랐었다. 그러나 지금보니 장난 아닌 내용이 담겨있다. 아주 제한적인 삶을 살았던 샬롯 브론테,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지...  이런 소설, 이렇게 진지하게 사랑에 대해서 얘기하는 소설 정말 오랜만인거 같다. 이 책의 뒷표지에 적힌 누군가의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They don't write them like this any more. What a love story.



h********9 2010.06.09. 신고 공감 8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