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직장생활이지만 불현듯 떠오르는 지식에 대한 갈증과 요즈음 지성계의 흐름은 어떠한지 그 대강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간혹 분수에 맞지 않는 철학책을 찾아 읽어보곤 하는 편이다. 하지만 정작 찾아지는 것이라곤 흔한 철학 입문서 내지는 그 용도가 불분명한 고답적인 책들 혹은 그 요약집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철학의 외부?' '감히 철학을?' 도발적인 제목이었다. 이에 걸맞게 과연 서문을 읽어보니 한치의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듯 보인다. '외부에 의한 사유'를 실천하는 삶을 사는 자로서의 지적 엄밀함이랄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저자인 이진경님의 책을 처음 읽는다. 그동안 여러 지면을 통해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보긴 했지만 직접 그가 쓴 책을 읽다보니 난 아직 한참 멀었다는 자괴감이 먼저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처음 라캉의 주체 개념을 분석한 글은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었으나 푸코의 담론과 들뢰즈 가타리의 역사 유물론적 개념에 관한 논의에 가서는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스쳐 읽고 지나지고 말았다는 점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부록으로 끼워 넣은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글에서는 이 책을 읽은 노력에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최근 TV에도 출연한 바 있는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에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적 사회이론의 핵심 사상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기실 상아탑에 등을 기대고 있는 강단 철학자가 아닌 분들의 글의 경우 금만 실수하면 한방에 날아가 버릴 위험이 항상 엄존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기에 더더욱 현실적 상황에 대한 치열함이 돋보이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외람되나 이진경님의 사유의 여정이 지금 보다는 대중적으로( 그러니까 좀더 쉽게 )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