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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數學史)를 다룬 책은 국내에 여러 권이 나와 있지만, 너무 초급자용 난도가 아니면서도 적절히 읽는 재미를 갖춘 책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이 저작물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2장에
나오는 데카르트는 우리가 고교 1학년 때 이른바 해석기하라며 배운, 도형을 xyz 좌표로 표현하는 방식을 처음 창안한
인물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이란 명언, 또 영국의 경험주의에 대비되는 합리주의의 개조로 유명하지만 영어로
카티시안 코디네이트라 부르는 저 수학적 방법론이 아니었다면 근대 자연과학의 발전은 아마 이뤄지지 않았을 겁니다. 에우클레이데스가
평면도형의 기초 이론을 집대성했다면 그로부터 1900여년이 지나 등장한 이 프랑스인의 천재적 업적으로 수학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도약했습니다. 페르마는
그 수수께끼 같은 정리의 "소개"로 잘 알려진 수학자인데, 근 삼백년이 지나 옥스퍼드 교수 앤드류 와일즈에 의해 증명이
이뤄집니다. 증명 없는 수학은 수학이 아니며 중국의 구고법 같은 게 온전한 수학으로 인정 못 받는 이유가 바로 증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와일즈의 증명이 1997년으로 소개된 곳도 있는데 그가 세상에 자신의 증명을 발표한 건 1994년이며 이후 미세한
오류 교정과 검증이 완전히 끝난 게 1997년입니다. 이 책을 E T 벨이 쓸 시기는 당연히 훨씬 전이라서 그 사실, 정말 대단한
쾌거인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고 이 책의 번역본 한국어 초판본도 1993년에 이미 나왔습니다. 비슷한
시기, 나폴레옹 집권기에 나란히 활동한 두 프랑스인 수학자가 있는데, 저자는 라그랑주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라플라스에
대해서는 속물이라며 신랄하게 "까는" 편입니다. 이 책을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터라 아직까지도 라플라스 하면 나쁜 선입견이 남아
있습니다. 이 책(상권)의 마지막에는 코시가 나오는데 통계학에서도 널리 응용해서 쓰는 코시-슈바르츠의 부등식으로 유명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역시 이 책에서 "가톨릭 광신도"로 낙인을 찍은 터라 저는 코시 하면 바로 그 이미지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ㅎㅎ 이 책 저자가 꼽은 3대 수학자(다소 속물스럽지만)는, 아르키메데스, 뉴턴, 그리고 가우스입니다. 오일러를 대신 넣은 입장은 다른 저자의 것입니다. 사실
이런 견해에는 누구라도 동의할 만합니다. 다른 입장애서, 뉴턴은 이 셋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업적을 남겼지만 그를 "수학자"로
한정지을 수 없기에 아마 랭킹에서 빠진 듯합니다. 가우스는 말 그대로 불멸의 수학 왕자인데 이때 왕자라 함은 "왕의 아들,
귀공자"가 아니라 prince, 군주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王子가 아니라 王者인 셈인데, 이 책에서는 나폴레옹이 독일을 침공할 때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계산 강제 징용"을 당한 끝에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아주 처량한 신세 한탄을 하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어린 나이에 읽고 수학자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기보다, 개인으로서는 참 불행한 삶을 산
이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뭔가 찜찜한 이미지만 남긴 듯도 하네요. 여튼, 팍팍 끊어 말하는 단정투의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책은
(이런 주제 치고는) 꽤 재미 있게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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