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거이의 평생의 시 중 일부인 38수를 시대순으로 발췌하여 모은 시집이다. 그의 풍류적 한가한 마음과 한편으로 백성을 근심하는 관리로서의 따뜻함이 모두 골고루 녹아있어 백거이의 사람됨과 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많은 시들이 늦은 봄의 정취와 꽃들이 떨어짐을 아쉬어하는 마음들이 멋스럽게 드러나 있어 이 계절에 읽으며 절로 마음이 흥겹고 애틋해진다. 번역과 더불어 한시 원문과 짧은 주해도 있어, 한문으로 시의 원래 맛을 느끼는 것도 더욱 즐겁다. 이토록 풍부한 삶의 정취와 생각들의 보고를 향유할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우리만의 또다른 혜택인지 送春 三月三十日 春歸日復暮 惆悵問春風 明朝應不住 送春曲江上 眷眷東西顧 但見撲水花 紛紛不知數 人生似行客 兩足無停步 日日進前程 前程幾多路 兵刀與水火 盡可違之去 唯有老到來 人間無避處 感時良爲已 獨倚池南樹 今日送春心 心如別親故 3월 30일, 이 봄도 가고 하루해도 또 저물어 간다. 너무나 서글퍼 봄바람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엔 분명 떠나가고 없겠지?" 곡강(曲江) 가에서 이 봄을 떠나보내며, 아쉬운 마음 달랠 길 없어 이리저리 둘러본다. 보이는 건 물 위에 떨어지는 꽃잎 셀 수도 없이 어지럽게 흩날린다. 인생이란 나그네와 같은 것 두 발을 잠시 멈출 겨를도 없이, 날마다 앞을 향해 나아가건만 앞길은 또 얼마나 될까? 우리 인생에서 전쟁과 재난은 모두 다 피해 갈 수 있건만, 오로지 다가오는 늙음만은 인간 세상에 피할 곳이 없구나. 지나가는 봄날에 대한 감회,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체념하며 홀로 곡강 남쪽 나무에 기대어 선다. 오늘 이 봄을 떠나보내는 마음, 정든 이와 헤어지는 마음 같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