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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곳은 지상으로부터 약 40m 높이. 허나 이곳에서 침상을 적시는 햇살이나 공기를 간지르는 새소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다행히 이른 아침, 창 열기를 잠시 미룬다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와 지난 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지하철 공사장의 소음을 잠깐 막아둘 수는 있다. 그렇다. 이곳은 대도시의 변두리, 아직도 끝없이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지상의 수선스러움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고층 아파트의 거실 안이다.
거실에서 내다보이는 창으로는 거의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외관도 보인다. 봄 내내 허공에 장난처럼 한 칸씩 만들어지던 층이 이제 20층에 이르렀다. 어쩐지 이런 풍경은 가슴을 쓰리게 만든다. 내가 무슨 낭만주의자여서가 아니라 혹은 자연예찬론을 펼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하늘과 구름을 조금씩 가려 내 시야를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이는 이 시멘트 풍경이 조금은 나를 아프게 한다.
그래서 나는 늘 여행을 꿈꾸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여행을 떠나면, 도시를 떠나면, 그래서 낯선 도시와 대자연을 만나게 되면 내가 그토록 목말라 했던 것을 만나고 채워 돌아올 수 있기에. 사람들의 미소 띤 친절. 길가에 핀 꽃 한송이를 보기 위해 쭈그려 앉게 되는 일. 신호등이 없는 거리를 걷는 일. 그리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내 자신의 얼굴.
하지만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지금은 대신 김남희의 책을 읽는다. 내게 김남희의 책을 읽는 것은 늦은 오후에 밀크티를 마시는 것과 같다. 서두를 필요없이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에 몸과 마음을 던져버리는 일. 그렇게 하는 책읽기는 일상을 채우던 긴장과 불안을 무장해제시킨다.
달팽이처럼 혹은 거북이처럼 걸어가는 김남희의 발걸음을 쫒아, 그녀가 보았다는 풍경과 만났다는 사람들과 그녀 속마음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단한 환상과 모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읽는 사람을 부러움에 떨게 하고 일상을 남루하고 어지럽게 만드는 그런 선동적인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가 산 중에서 보았다는 마오이스트들의 구호가 오히려 생경스러울 정도로, 그녀는 독자에게 외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당연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도 구호를 외치지 않는다. 그렇게 진정한 여행자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자신에게로 향하는 자인 것이다.
안나푸르나. 랑탕. 에베레스트. 소리내어 부르고 싶은 예쁜 산 이름들.
편하게 읽히는 문장들과 머리를 서늘하게 씻어주는 듯한 아름다운 사진들 덕에 저자의 네 번 째 책을 기다려 온 독자로서 맘껏 즐거움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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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애팔래치아 산맥을 트래킹한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트래킹이라는 말을 처음 보았을 때, 어쩌면 이것은 나를 위한 게 아닌가 그런 행복한 착각을 하기도 했다. 등산은 힘들어서 싫고, 단순히 걷기라고 하면 좀 싱거워 보이는 것 같고, 트래킹이라는 말은 꽤 있어 보이면서 그럴 듯한 무게감까지 주는 게 나도 해 보고 싶다, 해 볼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
김남희씨의 책은 이번이 4번째였다. 한 사람의 책을 죽 연달아 읽는 것은 좋을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다. 이 작가와 나와의 경우는, 연달아 만나는 것보다 가끔 만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앞의 책에서 읽었던 만큼의 신선함이나 대단한 정열을 느끼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구나, 이렇게 지나갔구나, 힘들었나 보구나, 원해서 떠난 길이니 이 정도야 참아야 했겠지, 사는 게 나와는 다르구나,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혼자의 삶을 잘 꾸려가고 있구나, 때로 외롭고 쓸쓸할 때도 있겠지만 또 그만큼 자유롭겠구나, 이 작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배경지식으로 인해 금방 이해가 되는 만큼 덜 새롭다는 느낌.
트래킹도 내가 짐작하는 게 아니었다. 내 수준으로는 거의 등산에 해당할 것 같다. 섣불리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렇게 책으로나마 사진으로나마 보고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네팔의 멋진 산 사진들이 실려 있는 책이었다.
혹시 실제로 네팔 트래킹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책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포터를 구하는 일부터 이런저런 시행착오의 경험을 잘 말해 주어서 뒤에 여행할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의 험한 땅으로 트래킹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운이 따르기를 빌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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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남희의 글이 좋다. 그녀의 글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것 같다. 4번째 책을 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봤다. 그리고 행복해졌다. 그러나 뭔가가 좀 아쉽다. 이번 책은 왜 그런지, 2%가 부족한 느낌이다. 트래킹이라서 그런 것인지. 걸을 때의 그런 생동감이 좀 떨어진다. 오르는 것과 걷는 것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여전히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율배반적인 말이지만,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저 실망이라는 것도 너무 기대치가 크니까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다른 작가가 쓴 것이었다면 만족했을 것 같다. 김남희가 다음에는 좀 더 그녀다운 걷기여행으로 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 책을 덮는다. 김남희, 당신을 믿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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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네팔 트레킹 세곳을 다녀와서 멋진 책으로 꾸민 솜씨가 놀랍다. 걷기여행이란 아주 단순한 명제를 '소심하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누구나 떠날 수 있는 여햄임을 다시 한번 암시하고 있다.
내용에 앞서서 과연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네팔의 세 트레킹 지역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랑탕,코사이쿤드 지역은 여자 혼자 떠날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곳인가?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가 맞다.
저자 역시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포터, 친구와 같이 다녀왔고 랑탕, 코사이쿸드 트레킹은 약 17밀로그램의 배낭을 매고 혼자 다녀왔다고 적고 있다. 저자는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도 다녀온 것으로 <못다한 이야기들>에서 적고 있는데 이곳은 저자 혼자 다녀왔는지 아니면 다른 이들과 함께 다녀왔는지 적혀 있지 않다.
저자는 여자 혼자떠나는 트레킹으로 안나푸르나 지역과 랑탕-코사이쿤드 지역을 추천하고 있지만 이 두 곳 역시 여자 혼자 가기에는 간단치 않은 코스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보통 왕복 8일이 걸리는 거리다. 등산복도 사계절용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 등산기점은 아열대기후이고 베이스캠프는 한겨울 기온이기 때문이다. 슬리핑백은 준비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최소한 오리털 파커 정도는 준비해야 하고 최소한의 행동식등을 준비해야 하니 배낭의 무게는 아무리 가볍게 싼다 하더라도 최소한 10킬로그램이상이 될 것이다. 이 배낭을 지고 고소증세가 시작되는 해발 3,000미터를 넘어 4600미터까지 오른다?
랑탕-코사이쿤드 트레킹의 경우 랑탕트레킹은 그렇다치더라도 코사이쿤드 가는길은 낭떠러지의 연속이다. 날씨가 좋으면 별문제지만 강풍이 불어닥치거나 비가 오는 날이라면 죽음을 담보하고 가야 한다. 나는 코사이쿤드 지역에서 사망한 한국여성등산객의 위령비를 보았다.
그러나 이 책은 네팔 트레킹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하다. 사실 네팔지역을 트레킹하다보면 정통한 트레킹책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역시 론리프레닛 <Trekking in the NEPAL HAMALAYA>를 많이 네팔 트레킹 인구가 늘어나는 것과 발맞추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론리플래닛에 버금가는 책이 나와야 할텐데 그런 아쉬움을 이 책은 조금 달래주고 있다.
단편적이고 개인의 경험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네팔 트레킹에 앞서서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네팔 트레킹 지역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사진들은 추천할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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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럽다'고 하는 여행가 김남희와 (책으로) 떠나는 네번째 여행이다. 이번에는 그녀가 네팔의 아름다운 설산 트레킹 코스로 안내한다. 이번 여행기에서는 당연한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산'이었다. 나는 산과 그렇게 친하지 못하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산에 열광하는 것이 잘 이해는 되지 않는다. 물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경치를 보면서 천천히 트레킹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에 힘이 들게 되면서부터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 비록 정상에 올라 그 땀에 대한 보상을 받더라도 그것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산이 동네 뒷산이든, 아니면 히말라야의 장엄산 설산이든 그 차이가 있을까? 저자가 다른 책과 이야기 속에서 발췌해 들려주는 많은 산악인의 도전 일화와, 또한 산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다른 방식으로 산과 자연을 생각해 보았다.
장엄한 자연 속에서 완연히 혼자가 되어 보는 것. 그래서 그 자연을 한번 몸으로써 맞닿아 보는 것. 혹은 누군가와 함께라도 괜찮은.. 산은 스스로의 힘으로 걷는 것이기에. 그럼으로써 가장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질 수 있고 들여다 볼 수 있을 때 느끼는 그 감정으로 일상으로 돌아와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추스릴 수 있다면 보다 힘있고 담담하면서도 진솔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삶과 사회와 일과 관계에 지쳐 있는 지금의 나. 막막하고 힘들고 두려운 내일.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길까, 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아서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는 길 위의 많은 사람들 역시 그런 희망으로 또 한 걸음을 내딛고 있지 않을까. 그들을 응원한다. 나도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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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을 어머니께서 주신 선물로 알게 된 이후, 두번째 읽게 된 책이었답니다.
조만간 안나푸르나트레킹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던 저에게 딱 맞는 책이기도
했고요. 이 책은 그냥 책을 좀 써서 팔아보려는 어떤(?) 작가들과는 달리,
그 곳에 가보지 못한 사람도 가본 것과 비슷한 대리만족을 할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있습니다.ㅎㅎ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경험한 것과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는 책이라서
그저 정보만 주거나, 자기 일기만 책으로 옮겨놓은 책들 사이에서 제가 원하던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어서 읽는 내내 만족했고요.
책을 사보기 아까워서 고민하시는 분들. 이 책은 돈 아깝지 않은 책이니까
꼭 사서 보시고 간직하시길 바랍니다.ㅎ |
| 내 나이 50대 중반,아들의 아이디로 늘~ 책을 구입하고 보고 그만이었는데...리뷰를 써 보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감동적이었고 부러웠다. 물론, 티베트와 네팔에 대한 관심도 꽉차있는데다 늦었지만 트래킹을 시도해 볼 요량이라 더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젊은 분의 기량이 부럽고 사진마다 인간에 대한 애민한 맘이 묻어 있는 것 같아 좋았다. 그래서 저자의 다른책을 또 구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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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김남희님의 책 1,2 권을 섭렵하고 이제 그녀의 광팬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블로그에 하루에도 수차례 접속해 보기도 하는 나는 이책을 아껴가며 읽었다. 어쩌다보니 4권을 먼저 읽어버려, 이제 3권만 남았으니 어서 그녀가 새로운 양서를 내 손에 쥐어주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차분히 써내려가는 그녀의 에세이. 무언가 대단한것같은 그녀의 여행기는 우리네 일상처럼 고요하기도, 때론 격정적이기도 하다. 남들에게 보여지는것이 아닌, 일기장 같은 그녀의 책. 나도 그녀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 그녀의 글 쓰기 솜씨는 무거운 배낭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그녀의 독서습관 때문이지 않을까..? 나도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하루.
어제 저녁 미녀들의 수다를 시청했다. 네팔에서 온 한 패널에게 남희석이 질문을 했다. "한국사람들이 네팔에대해 무얼 물어보나요?" 그 질문에 그 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네팔은 어디었어?" 사실, 나도 이책을 읽기전 네팔이 어디있는지 잘 몰랐다. 나의 무지와 함께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이였다. 에베르트가 있는 네팔. 그녀의 이야기꾸러미가 펼쳐지는 순간, 난 그녀와 함께 에베르스트를 걷고 있었다.
안나푸르나 산군의 최고봉인 안나푸르나는 그 높이가 8,091미터로 열번째 8천 미터급 봉우리다. 안나 투, 쓰리, 포봉, 안나사우스, 닐기리, 마차푸차레, 강가푸르나 등 아름다운 7천 미터급 봉우리를 거느린 안나푸르나는 인류가 오른 최초의 8천미터였다.
모든 등산가의 로망. 에베레스트. 어렸을적만 해도 에베르스트산을 오른다는건 어림도 없는 일이였다. 몇해전에도 지인을 통해 어렴풋이 아는분도 그곳에서 돌아가실 정도로 위험한 그곳. 그녀의 거침없는 걷기여행이 시작되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랑탕/고사인쿤드 트레킹. 3개 지역에 걸친 그녀의 여행스토리. 내겐 러브스토리보다 그녀의 걷기여행이야기가 더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1권. 국토대장정
시판되고있는 책중 마지막 권인 3권을 기대하며 오늘밤 설레임으로 잠을 못들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구절>
산에 오르면서 사람에 대한 집착이 줄기 시작했고, 침묵과 겸손의 미덕도 산에게 배웠다. 산과 자연은 사람들이 가르쳐주지 못한 것을 내게 말없이 깨우쳐준 큰 스승인 셈이다.
황동규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번 들어가면 마음이 눈이 멀어야 나온다는 / 슬픔도 소리 없이 언다는 설산', 바로 그 설산들이다.
탐구해야 할 것은 산이 아니고 인간이다. 나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하여 오른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자연의 최고 지점에서 나 자신을 체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에베레스트의 장대하고 준엄한 모든 것을 내 팔에 안고 싶었다. - 라인홀트 메스너<죽은의 지대>
수만 년의 침묵을 이고 에베레스트는 따가운 햇살 아래 서 있다. 지칠 줄 모르고 이어져 온 모든 도전과 성공, 그리고 참혹했으나 아름다운 실패를 지켜봤을 저 산은 오늘도 말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 산을 오르기 위해 누군가 짐을 꾸리고 있으리라. 나는 그들이 흘렸을 땀의 양을 모른다. 그들이 꾸었을 꿈의 깊이도 모른다. 그들이 견뎌야 했을 고독과 좌절의 높이도 알지 못한다. 단지 내가 아는 것은 인간을 전진케 하는 힘은 '격렬한 희망'이라는 사실. 격렬한 희망과 그 희망에 대한 치열한 믿음 하나만으로 세상을 버티는 이들의 삶은 아름답다. 비록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들의 삶은 빛이 되어 꿈 없는 이들의 가난하고 어두운 삶을 비추고 있을 것이다. 오늘 나의 경배는 이 산에서 내려온 이들이 아닌, 다시 내려오지 못한 이들에게 바쳐진다.
"키스는 번개처럼 엄습하고 사랑은 마치 소나기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인생은 또다시 하늘처럼 잠잠해지나니, 그러다 예전처럼 되풀이되고, 우리는 구름을 기억이나 할까?"
여행은 인생이라는 차의 엔진같은거야
그래서 일까? 척박하고 황량하던 에베레스트의 길들이 가끔 그리워지고는 한다. 막막할 정도로 광할하던 그 길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하잘것 없는 존재인지를, 그래서 또 얼마나 더 위대한 존재인지를 절절이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물도, 나무도, 공기도 부족한 그곳에 넘치도록 풍부한건 오직 추위뿐이었다.
산을 오르는 이의 고독감을 상상해본다. 등반이라는 행위는 오직 자신과의 싸움일 뿐,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하는 철저히 고독한 길이다. 죽음의 공포와 맞서 싸워야 하고, 지독한 외로움과 손잡아야 하는 등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 죽음까지 감당해야만 하는 냉혹한 행위. 그 과정을 통해 얻는건 결국 자신에 대한 재발견과 긍정이 아닐가.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덜 갖되 더 충실한 삶을 사는 것'임을 장아저씨를 보며 다시 깨닫는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나에게 여행은 인생이라는 차의 엔진과 같은 거야."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 최고의 마력을 자랑하는 엔진을 장착한 거겠지.
낯선 거리에서, 깊은 산길에서 만나는 다 다라르면서도 같은 얼굴들. 결국 그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건 내 자신이다. 생의 모든길이 그러하듯 길 위의 길 역시 자기에게로 이르는 길이겠지.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주 아주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곳까지는 계속 가는걸로, 누군가의 말대로 상추밭을 탐험하는 달팽이, 그 녀석의 의지와 끈기를 빌리기로 하는 거다. 지금 난 이미 절반쯤은 달팽이가 된 듯한 심정이기도 하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집을 떠메고 한 생을 가야 하는 작은 달팽이 한 마리.
살아가는 일도 결국은 욕심을 버리고, 절실한 것들만을 남겨 간결하게 걸어가는 것일 텐데, 언제쯤 난 담백한 마음으로 길 위에 설 수 있을까.
누군가 그랬다. "예술에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롭게 보는 시각이 있을 뿐."이라고. 비록 예술가는 아니지만, 생생한 감각으로 깨어 이 길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지구를 짊어진 듯한 배낭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좋을 텐데
숲은 고요했고, 길 위에는 나 혼자였다. 비 그친 후의 맑은 공기가 숲을 떠돌고, 젖은 낙엽들과 흙에서는 싱싱하고도 비릿한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등을 매단 초록 나무들의 사열식.
몸은 고되도 마음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자유롭게 펄러이던 날들이었다.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즐거움으로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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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여행에 자신감을 갖게 한다.
그리고 너무나 가고 싶은 네팔 그리고 너무나 하고 싶은 안나푸르나 트레킹..
아직 용기가 부족해 혼자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올 여름, 아님 겨울..꿈꿔본다.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외로움과 고독을 느낄 수 있는... 혼자의 여행..
이 책은 트레킹 매일 매일의 기록을 적어놓고 있다.. 여행 중 갖게되는 소심함, 외로움, 감동, 산행 중 만나는 인연 등의 내용들을 아주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여행 중 읽은 책들... 좋은 글귀들... 마음에 와 닿는다..
좋은 글귀들을 남겨둔다..
탐구해야 할 것은 산이 아니고 인간이다. 나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하여 오른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자연의 최고 지점애서 나 자신을 체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에베레스트의 장대하고 준엄한 모든 것을 내 팔에 안고 싶었다. -라인홀트 메스너, <죽음의 지대>
모든 인간은 꿈을 꾼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 같은 꿈은 아니다 밤에 마음의 먼지 낀 구석에서 꿈꾸는 자들은 아침에 깨어나 그것이 덧없는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대낮에 꿈꾸는 자들은 위험한 인간들이다 눈을 부릅뜨고, 그 꿈을 현실로 바꿀 테니까 -T.E.로렌스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 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 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어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도종환 <산을 오르며>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선운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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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이라는 설명이 붙은 김남희 작가의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시리즈 책 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