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크라잉 게임The Crying Game> 닐 조단 감독이 1992년에 만든 작품으로 여러가지 뜻을 지닌 영화다. 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의 오랜 다툼을 이야기 하는가 하면, 어느덧 영국 병사와 북아일랜드 지하조직원과의 우정을 그리고, 사내와 계집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짜임새 있는 영화다. 곳곳에서 웃음짓게 하고, 끝무렵의 뒤집힘은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2. 오랜동안 영국의 다스림을 받았던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늘 벗어나고자 한다. 그래서 늘 다툼이 일어나고 힘으로 버티지만 힘이 센 나라인 영국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맞붙어 이길 수가 없을 때는 치고 빠지기를 할 수밖에. 폭탄 테러를 해서 영국을 괴롭히지만, 영국도 가만히 있지 않고 조직원들을 잡아간다. 이런 일은 되풀이 된다.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놔주지 않는 다음에야 끝이 없는 일이다.
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의 다툼에 말려든 사람은 영국군 병사인 검둥이 죠디(포레스트 휘테커)다. 주드(미란다 리차드슨)를 시골 아가씨인 줄 알고 카니발 축제에서 꼬셨는데, 알고보니 무서운 북아일랜드 독립 지하조직원(IRA)이다. 거꾸로 꼬임에 빠져 테러리스트들한테 잡혀간다.
어디서든 겉만 보고 지레짐작 하면 안된다. 더구나 위험한 곳에서는 낯선 사람한테 함부로 다가가면 큰 일이 난다. 얼마나 많은 사내들이 꼬시는 계집들한테 넘어가 싸움터와 첩보전에서 죽었는지 모른다.
죠디를 지키는 이는 자원병인 퍼거스(스테픈 리)인데, 아직은 지하조직원으론 서툴다. 보자기를 뒤집어쓴 탓에 갑갑해 하는 죠디를 보고는 보자기를 올려주거나 말벗이 되어준다. 제 이름도 가르쳐주고...아직 테러리스트가 되기엔 때묻지 않았다. 검둥이와 흰둥이가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게다가 영국군과 그에 맞서는 지하조직원이라면.
사흘 안에 북아일랜드 지하조직의 간부가 풀려나지 않으면 죠디를 죽일 사람들이다. 그런데 영국 정부가 이런 요구조건을 들어줄 리가 없다. 한번 들어주면 제 나라 사람들을 자꾸만 잡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가지말라는 말을 듣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선교하러 가는 길에 탈레반 반군에 잡혀갔다 풀려난 우리나라 샘물교회 열하홉 사람들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잡혀간 사람들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갖 요구조건을 다 들어주었지만...)
죠디의 목숨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니 마음씨가 좋은 퍼거스한테 런던에 가거든 제가 사귀는 딜(제이 데이비슨)한테 사랑했다고 말해 달라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부탁한다. 퍼거스의 여린 마음을 읽고 총으로 쏴죽이라고 시켰지만 그렇게 할 수 없으리라 짐작한 죠디는 달아난다. 그러나 퍼거스가 아니더라도 죠디의 죽을 목숨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3. 영국으로 건너간 퍼거스는 지미로 이름을 바꾸고 건설현장에서 막일을 한다. 그래도 죠디의 부탁을 잊을 수 없어 딜을 찾아간다. 딜은 미용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딜을 괴롭히는 데이브를 혼내준 덕분에 퍼거스와 가까워진다.
맞아도 딜을 못잊어 데이브는 그 뒤 목에 깁스를 하고 클럽에 나타난다. 이젠 퍼거스가 눈길만 줘도 무서워 고개를 돌린다. 젊고 힘센 테러리스트한테 걸려든 게 잘못이다. 짜식, 사람도 골라서 만나야지...
이 때부터는 다시 퍼거스와 딜의 사랑 놀음이 이어진다. 괴롭히는 사내를 물리쳐준 퍼거스한테 딜이 반하지 않을 수 없고, 딜은 죠디를 생각해서 가까이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어쩐지 끌리는 딜을 멀리할 수도 없다. 이미 죽은 죠디한테 미안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 사랑도 해야 하고...
그런데 이들의 사랑 놀음도 곧 막을 내려야 할 판이다. 딜의 본디 모습을 본 퍼거스는 깜짝 놀라고 (자르지 않고 다 보여주므로 보는 이도 놀라고), 영국군의 공격으로 죽은 줄 알았던 주드와 토미가 나타나 새로운 임무를 던져준 탓에 끝으로 치닫는다.
강 너머를 보고 싶은 전갈이 개구리한테 등에 태워 강을 건너가길 부탁한다. 그런데 개구리는 "네가 나를 물면 어떡해, 나는 죽을텐데..." 하며 걱정한다. 그러자 전갈은 개구리를 다독거린다. "내가 너를 물면 같이 강에 빠져 죽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하겠어"
죠디가 잡혀 있을 때 퍼거스 한테 해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전갈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던 개구리는 강 가운데서 허리가 따끔거리는 걸 느낀다. 전갈이 물어버렸다. "아잉~ 이제 난 죽었어...전갈아, 왜 물었어? 약속과 다르잖아" 전갈이 답한다. "미안해. 그건 내 본성이야. 나도 어쩔 수 없었어..."
테러리스트는 테러리스트로 살아야 하고, 마음이 착한 이는 착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퍼거스가 딜과 멀어지려 해도 가녀린 딜을 보살펴주려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4. 클럽에서 딜이 부르는 것 같지만, 노래쟁이 보이 죠지가 부르는 60년대 노래 '크라잉 게임'도 듣기에 좋다. 본디 모습과 다르게 살아왔고 사랑한 사람들이 모두 떠나 눈물 흘리는 딜의 마음이 담겨있는 노래다.
끝마무리가 우리네 삶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퍼거스가 돌아올 때까지 2,335일을 기다리겠다는 딜을 어쩌랴. 퍼거스도 어쩔 수 없이 사랑의 늪에 빠져 버렸지만 그 수렁에서 나올 수가 없으리라. 요즈음은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나온 15년 전에는 쉽지 않았다.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후보를 올려 각본상을 받은 영화의 디브이디를 만들면서 보너스가 하나도 없다니 허탈하다. 영화 자체로만 마음을 달래야 한다...디브이디 껍데기에는 '15세 이상'으로 나와 있으나, 본디 영화는 18세 이상이다. 잘못 적은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