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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외 SBS의 드라마 <쩐의 전쟁> 라운드 3을 보다가 기자는 눈과 귀가 솔깃해졌다. 극 중 금나라(박신양 분)의 헤어진 애인인 차연(김정화 분)이 복잡한 심사를 달래려고 찾은 곳이 미술 전시회장이 아닌가. 그것도 지방에 사는 까닭으로 여전히 관람을 벼르고만 있는 오르세 미술관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
타이티의 원시와 자연을 그린 화가로 유명한 고갱은 극 중 차연의 내레이션이 설명하듯, 고흐와 더불어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친구였고 또한 서로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다투곤 했던 애증의 동반자이기도 하였다. 그 고갱의 얼굴에서 차연은 고흐를 보고 귀를 자른 정신병자를 만나고 그가 극단의 선택으로 치달은 정신의 공황을 이해한다. 오늘의 그림 여행은 그림 속에 숨겨진 시대나 화가의 숨결을 살펴보기에 적당하지 않다. 따라서 고갱의 황색 예수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그리 쓸모 있는 작업이 아니다. “야만과 원시를 발견했다” 외치며 빨강 노랑으로 화폭을 색칠한 고갱의 색채에 대해서는 잠시 잊기로 하자. 그저 황색의 예수에서, 그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복잡한 심사를 감추고 있는 듯한 고갱의 얼굴에서 차연의 상실감만을 느끼기로 하자. 갑작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일로 애인을 떠나보내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차연의 머릿속은 지금 온통 노란색일 것이다. 갑작스런 충격을 받으면 우린 “하늘이 노랗더라” 말하지 않던가.
서가를 배경으로 그려진 초상화의 주인공은 기자도 알지 못한다. 누구의 그림인지, 그림의 제목은 무엇인지 다만 짐작할 뿐이다. 짐작으로 글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그 궁금증 해소를 위해서라도 오르세전을 필히 관람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오르세 미술관은 1848년에서 1914년까지의 서구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1986년 12월 대중에게 문을 연 프랑스 국립 미술관이다. 오르세미술관의 소장품은 세 박물관의 작품들을 선별해 구성되었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작품들 중 1820년 이후 출생한 작가의 작품이나 제2공화국 시절 활동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골라 오르세미술관으로 옮겼다. 1947년 이후 주 드 폼 박물관은 인상주의 작품들만을, 국립현대미술관은 1976년 퐁피두센터로 이사하면서 1870년 이후 출생한 예술가들의 작품만을 소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9세기는 낭만주의와 인상주의의 시대였다. 특히 후반기의 인상주의는 미술사 가운데, 미술 사조 가운데 도드라진 족적을 남긴 회화의 혁명적 전환으로 간주된다. 오르세 미술전이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차연의 상실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라는 그런대로 씩씩하게 재기에 나선 중이다. 비록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밑에서 청부수금업자로 악랄을 떨지만 그 깊은 속의 순수한 심성까지 아직은 버렸다 단정할 수 없다. 그가 받을 돈의 채무자가 하필이면 자애스러운 은사님이라니, 딸은 또 왜 그렇게 착하고 예쁜지 나라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안타까움일 뿐, 나라는 포악과 협잡을 떨어서라도 빚을 받아내야 한다. 거기에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진 자신의 인생이 걸려 있음으로 해서, (나라 생각에는)인간 말종에 지나지 않는 동창에게 시집을 가라 주희의 등을 떠밀어야 한다. 단지 그가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
진실은 기원전 3세기경의 로마인 발레리우스 막스무스가 쓴 <기억할 만한 공적과 격언> 중에 나오는 일화를 소재로 루벤스가 그린 <키토와 페로>라는 그림이다. 그림 속의 노인(키토)은 죄를 지어 감옥에 갇힌 죄수다. 그 죄수에게는 밥을 주지 말라는 형이 부가되었다. 굶주린 아버지를 면회한 딸은 아비에게 먹일 것이 없자 자신의 젖을 물려 아비를 살렸고 이를 안 당국은 아비를 석방했다는 효행에 관한 에피소드를 그린 것이다. 그 그림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돈에 팔려 가는 결혼에 주저하고 망설이는 주희에게 사채업자 나라는 “사랑은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지만 돈은 없다가 생기지 않는다.”고 못을 박는다. 극의 전개와는 별개로 돈은 절대로 없다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자니, 정말이지 살맛이 싹 달아난다. 이거 너무 각박하다. 다행히 4부에서 나라의 갱판으로 돈에 팔려가는 결혼도 깨지고 돈에 시달리다 못해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기까지 했던 주희가 또한 나라의 마지막 자존심 타령에 제 정신을 찾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참 사는 게 무섭다. 다행히 이제부터는 사랑이 시작될 모양이다. 사랑이란 부모자식 간의 사랑이든, 남녀 간의 사랑이든 아름다운 것이다. 돈에 대한 사랑도 아름다운 것임을, 그 전쟁 또한 아름다운 것임을, 비록 전쟁을 치를망정 돈의 궁극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드라마였음 바란다. 그 아름다운 그림을 가슴에 품고 오르세전을 관람하러갈 날을 고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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