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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학창시절에 ‘생각하는 동화’ 몇 권을 읽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이 책을 골랐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여서 언제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을 숨겨 둔 곳, 쉼표도 중요하다, 샘물 같은 사람, 화평의 길쌈’ 등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총 40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나쳤던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내 안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던, 맑고 순수한 기운을 만나게도 해 주고요. 40편의 이야기 중에서 제게 여운을 준 이야기 세 편을 발췌해서 정리해봅니다. ❍도전 없는 과실 - 마 데바 와두다 우화에서 신이 이 세상에서 인간들과 함께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는 호두 과수원 주인이 신을 찾아와 청하였다. “저한테 1년 날씨만 맡겨 주시오. 딱 1년만 모든 게 절 따르도록 해주시오.” 하도 간곡히 조르는지라 신은 호두 과수원 주인에게 1년을 내주었다. 1년 동안 날씨는 호두 과수원 주인의 마음대로 되었다. 햇볕을 원하면 햇볕이 내렸고, 비를 원하면 비가 내렸다. 적당히. 덜 여문 호두를 떨어지게 하는 바람도 없었다. 천둥도 없었다. 모든 게 순조롭게 되어 갔다. 호두 과수원 주인은 그저 잠만 자면 되었다. 이윽고 가을이 왔다. 호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풍년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호두 중에서 하나를 깨뜨려 본 호두 과수원 주인은 입을 떡 벌렸다. 세상에 알맹이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호두는 전부가 빈껍데기뿐이었다. 호두 과수원 주인은 신을 찾아가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항의하였다. 신은 빙그레 미소를 띠고 말했다. “도전이 없는 것에는 그렇게 알맹이가 들지 않는 법이다. 폭풍 같은 방해도 있고, 가뭄 같은 갈등도 있어야 껍데기 속의 영혼이 깨어나 여무는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는 무리 없이 잘 자라지만 그 공간에 아주 작은 변화가 생기면 크게 반응하여 쉽게 시들거나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위험이 따르지만 그 안에만 있다면 새로운 그 무엇도 해낼 수 없지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힘겨움을 이겨낸 사람에게 그만의 향기가 나고 여유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는 사람들 기쁨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복권 마을과 마찬가지로 이 마을에 계란만 한 큰 기쁨은 몇밖에 안 된다. 거의 전부는 이슬방울 같은 작은 기쁨들이다. 큰 기쁨이 인간 마을로 나서는 일은 극히 드물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간 마을로 나서는 것이 작은 기쁨들이다. 그러나 작은 기쁨들은 인간들이 잘 맞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쓸쓸히 돌아오곤 한다. “사람들은 참 이상해. 큰 것만 좋아한단 말이야.” “누가 아니래. 작은 것도 여럿이 모이면 큰 것 못지 않은데 그저 갖기 어려운 큰 기쁨만 원하고 있으니.” 오늘도 작은 기쁨들은 조롱조롱 인간 마을에 나와 앉아 있다. 조촐하나 정겨운 차 한 잔 곁에. 울타리가 찔레꽃 향기맡에. 서녘에 지펴지는 황홀한 노을과 함께. 그 사람의 볓빛 같은 눈동자 속에. 살짝 터지는 그 사람의 미소 옆에. 오직 작은 것을 사랑하는 소녀만이 작은 기쁨들을 주워서 천 조각으로 조각보를 만들 듯 큰 행복을 누리고 있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크게 웃던 그날들이 생각납니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호기심으로 가득하던 시간들도. 작은 것을 사랑할 줄 아는 그 마음이 이 세상의 행복을 누리는 비결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무더운 날에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어서, 추운 날에는 따뜻한 공간에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느낀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작지만 큰 기쁨이 되는 시간들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벼룩의 천장 아버지는 깡충깡충 뛰는 벼룩을 잡았다. 아버지는 그 벼룩을 기다란 유리병 속에 넣었다. 유리병 속에 들어간 벼룩은 깡충 뛰었다. 그것은 놀라운 점프력이었다. 제 키의 백배도 더 되는 높이의 유리병을 훌쩍 뛰어나와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다시 벼룩을 잡아서 유리병 속에 가두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리병 뚜껑을 살짝 덮었다. 물론 이번에도 벼룩은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애석한지고! 유리병 뚜껑에 콩콩 머리를 부딪치게 되자 벼룩은 이내 다소곳해졌다. 얼마 후, 아버지는 유리병 뚜껑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탁 쳐서 벼룩을 놀라게 하였다. 벼룩은 깜짝 놀라서 깡충깡충 뛰었다. 그러나 보라! 유리병을 벗어날 수 있었던 천부의 점프력을 지닌 벼룩이 유리병 뚜껑의 그 아래 높이만큼만 뛰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 웬일이지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더 이상 점프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한 높이까지만 점프하는 습관이 들어 버린 것이야.” 아버지는 아들에게 결론을 말했다. “네 능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믿어라. 혹시 무한히 열려 있는 하늘을 네 스스로 천장으로 치는 일은 없는지 생각하며 살기 바란다.” 거듭된 실패로 인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용기와 희망을 잃게 되거나 오랜 시간 동안 해 온 일에서 벗어난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도전하고 또 다시 시작해야겠지요. ‘무한히 열려 있는 하늘을 스스로 천장으로 치는 일은 없는지’ 자신에게 되물으며 오늘의 나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 오래된 책이지만 글과 함께 실린 각각의 그림을 새롭게 구성하여 다시 펴내면 반응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글은 두루 읽혀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야하니까요. 조용히 음미하고 싶은 글을 만나고 싶을 때, 자신과 대화하고 싶을 때 <멀리가는 향기>를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