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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피트니스 클럽이란 곳에서 운동을 시작한 건 큰 아이와 작은아이 모두 유치원에 가고 나서다. 결혼하고 나서 이 동네에 입성했으니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결혼 후엔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는 사람이 없었고, 아이를 낳고는 키우느라 집 밖 활동이 없었기에 겸사겸사 안면을 트고 싶은 이유로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트니스 클럽이란 곳에도 텃새가 존재한다는 걸 그 당시 나는 왜 몰랐을까? 1년을 끊었지만 나는 그곳의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했고, 친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 동네의 터줏대감들이 모여 누구네 누구를 이야기하다보면 운동보다는 남의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 그 분위기에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이후엔 중량천을 열심히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지만 기회가 되도 나는 그 피트니스 클럽에 다니고 싶지는 않다. 소설을 만났다. 처음에는 6개의 단편인줄 알았는데 이 책의 내용은 피트니스 클럽에 다니는 6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모두 다른 삶을 살지만 피트니스 클럽에 다닌 다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 여자에게 상처 주고 여자를 이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이야기 ‘편지와 쿨피스’,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자를 유혹하고 이용하려는 유부녀의 이야기 ‘올리비아와 빨간 꽃’,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불륜에 빠진 중년남자의 안타까운 이야기 ‘운동화와 처녀 소설’, 수영장에서 본 젊은 남자를 혼자 좋아하는 중년 독신녀의 이야기 ‘사모바르의 장미와 어니언그라탱’,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자신만의 아픔이 있는 피트니스 클럽의 접수처 아가씨 이야기 ‘클랩턴과 납골단지’ 아내를 잃어버린 수영강사 ‘플라멩코와 다른 이름’ 으로 구성되어 있다. 몇몇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 가는 것들이지만 몇몇 이야기는 참 일본스럽구나. 싶다. 일본스러운게 뭐냐고 묻는다면 딱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몇 개는 기억에 남는데 올리비아와 빨간 꽃이다. 서른일곱의 아이가 하나 있는 여성. 몸매 관리를 잘해 스스로 아름다운 몸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아이 하나 있는 엄마치고 스스로 아름다운 몸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자와 만날 약속을 하지만, 만나지는 않는다. 그 남자의 외모를 보고 아는 척을 할지 말지를 정하는 여자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인다. 스스로는 아줌마지만 아줌마 같지 않은 외모를 지녔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리고 그런 행동으로 자신의 가치를 알려고 하는 그 모습이 안쓰럽다. 세월이 흐르면 나이를 먹는 건 당연한 것이고, 아무리 관리 잘해도 나이를 속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걸 타인의 눈으로 확인하려고 하는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정말 아줌마의 모습을 갖고 있어, 나이 먹어 보여. 라고 말한다면... 그 충격이 장난 아닐 텐데... 싶다. 내가 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외모라고 생각하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바로 클랩턴과 납골단지다. 아름다운 몸을 갖고 있는 그녀는 자궁이 없다. 자궁 근종으로 자궁을 들어 낸 여자는 옛 애인이 그것 때문에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자신에게는 아이가 있었지만 죽었고, 그 충격으로 옛 애인이 자살을 했다고... 그리고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고 밤을 보내지만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헤어질 때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임신했어, 그리고 중절 수술을 하게 돈을 줘.” 임신을 하지 못하는 그녀가 어떻게 중절 수술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여자는 그런 행동을 반복하며 자신의 삶을 위로 받는다. 접수처 창구에서 일하지만 그녀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춤을 춘다. 그녀가 추는 춤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궁으로 춤을 춘다. 라고... 그리고 한 남자에게 임신을 빌미로 돈을 받으려할 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옛 애인이 결혼하고 아이도 있다는 사실을... 여자에게 자궁은 어떤 의미일까? 짧지만 강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자의 인생을 다시 생각했다. 여자로 태어나 엄마가 되어본다는 것. 그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피트니스 클럽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운동을 하고 시간을 보낸다. 소리 내어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다는 것. 그들의 이야기를 모으면 또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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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기준을 두고 살아가야만 할까? 쌓아올리는 즉시 허물어지는 모래성을 쌓는 것만 같은 느낌이 이 여름 내내 나를 슬프게도 하고 때론 화나게 한다. 무기력해져 가는 내게 활력을 불어 넣어 줄 무언가가 절실하다. 공평하신 하나님은 내게 남이 없는 무언가를 주셨다고 하시는데 도대체 뭘 주셨길래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는 걸까? 내가 원하지 않아도 달려드는 일들을 껴안는 입장이 되어 가고 있다. 점점 수동적이 되어 가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무엇을 꿈꾸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거창하고 멋있는 삶,글쎄 아니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는데 그게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나는 어느새 스페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베리 베리 스페셜하게.
어쩔 수 없는 물이라... 물이 주인공인가? 피트니스클럽을 중심으로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작으로 한 소설이다. 어떤 공간이든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모이게 되는 곳에는 동질감과 또 그에 반하여 묘한 이기심이 가득하다. 6명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뭐랄까 가야금은 아닌 거문고는 더더욱 아닌 아쟁같은 소설이라고 하면 좀 적절할까 싶다. 6명은 모두 스페셜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노말하지 않다는 말일 뿐인데 얼마나 멋질까 상상할 수도 있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토해놓는 작가는 이렇게 구체적인 속내를 그려냈을까? 소설이라는 것은 삶이라는 골짜기에 숨어 있는 메아리를 찾아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편지와 쿨피스 - 엄마가 암에 걸려 생을 마감할 즈음 아빠는 때를 기다린 듯 젊은 여자로 갈아타기를 시작하고 엄마와 펜팔을 하던 56살대 아줌마와 펜팔을 하는 전직 고등학교 수영선수는 일없이 백수로 10년째 살고 있다. 누구나 나의 궤도에서 떨어진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게 아닐까. 올리비아와 빨간 꽃 - 무기력한 삶에 활력을 원했을 30대 후반의 전업주부는 수영을 배우며 주말에는 채팅을 통해 유혹한 남자를 만나러 나가지만 훔쳐보기만 할 뿐 일탈은 주저한다. 운동화와 처녀 소설 - 글을 쓰고 싶었던 남자는 퇴직을 하고 인터넷 고서점을 내고 클럽의 접수원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이혼을 결심하지만 접수원은 헤어짐을 선언하고 낯설었던 아내는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어떤 일이 생기면 어떤 일도 생긴다 121쪽 맞는 말이다.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게 산다는 거 아니겠는가 사모바르의 장미와 어니언그라탱 -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모녀는 매일 열심히 수영장에 나온다. 70대 화가인 엄마는 아직도 남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매일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세상에 나가기를 두려워 하는 딸은 그 음식을 매번 토해낸다. 똑같은 날들을 보내고 똑같이 나이를 먹는 것 같아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 161쪽 나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생각하면서 갑자기 내 몸의 세포가 다 일어나 살아있다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 듯 하다. 클랩턴과 납골 단지 - 자궁근종으로 자궁을 드러낸 접수원인 나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아이도 죽고 떠나버린 애인도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 슬픔은 문란하고 방탕하게 남자들과 관계를 맺고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을 말하고 유산비용으로 상대남자에게 돈을 받는다. 플라멩고와 다른 이름 - 풀라멩고 강사였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다른 이름으로 살고 싶어한다. 바뀐 이름에 맞추어 가발을 쓰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수영강사인 남편은 점점 그녀가 원하는 대로 다른 삶으로 들어가버린 아내를 인정하게 된다. 그대로를 인정해주는게 온전한 사랑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고독하고 불완전하다. 보여지는 나와 보여주고픈 나는 언제나 다를 것이다. 그건 내 의지도 상대의 의지도 아니다.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것은 몹시 스페셜한 무대이다. 나만의 무대이기에 나는 언제나 그 무대의 주연이다. 스펀지처럼 내게로 온 이 느낌을 그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걸 안다. 아쉽지만 상관없다. 누구에게나 그만의 스펀지가 있을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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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사람의 이야기다. 언뜻 상관이 없어보이는 이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같은 피트니스에 다닌다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뭐.. 회원으로든 직원으로든..;; 어쨌든 그러면서 묘하게 이어진다. 이야기들이 모두 강렬해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는 잊어버렸다. 그럼에도 처음 본 것 같은 낯설음은 또 없어서 한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이야기를 읽을 때면 괜히 서두르게 되었다. 이 다음은 누구의 이야기였더라.. 어떤 내용이였더라.. 이 연작소설의 제목이 어째서 '어쩔 수 없는 물'인지 두번째(??)로 읽는 지금도 여전히 모르지만, 다섯번째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좀 슬프고 무섭고 안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정말 하루히코가 죽은 줄 알았다. ㅎㄹ~ 두번째로 읽는 건데..^;; 아이를 잃고 자살한 남편이라니.. 치마코의 불행에 너무너무 안타까워했었는데.. 현실은 치마코의 환상(?)보다 더 끔찍했다. 뭣보다 살아있는 하루히코의 아이 이름이.. 생살을 도려낸 것처럼 마음이 많이 아팠다. 어쩔 수 없이 스스로가 만든 환각속에서 깨어나야만 했던 치마코가 너무 가엾어서 아렸다. 그렇게라도 안고 싶었던 치마코의 유리보다 더 얇고 금이 가 있었던 환상.. 차라리 그냥 확 정신줄을 놔버렸음 나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랬음.. 아주 조금은.. 그래도 아주 조금은 치마코가 편하지 않았을까.. 치마코는 소설속 인물이다. 안타깝게도 내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괜히 마음이 아리고 불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가엾은 치마코..ㅠ
p.61 거울 속에서 나와 강사를 번갈아 본다. 그녀에 비하면 내 몸이 흐트러지긴 했다. 그러나 분명 남자들은 강사의 몸보다는 내 몸에 더 끌릴 것이다. 적어도 오카 씨는 강사가 아닌 나를 보고 발기할 것이다. 그녀가 말린 청어라면 내 몸은 자연산 방어다. 말하자면 말린 청어가 되는 것은 차라리 쉽다. 자연산 방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성이니 품위니 그런 것이 필요하니까. 당신과 하는 섹스는 지적이야, 하고 오카 씨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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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클럽이라는 한 특정 장소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령.. 접수카운터 직원이라든가, 수영강사라든가, 회원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 각개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피트니스 클럽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흘러가고 마는 상황과 이야기가 있다.
최근,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때문에 새로이 알게된 작가이고, 또 나름 극찬을 하셔서 메모까지 해두면서 기억했다가 찾아 읽은 책이다. 아직까지.. 이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친근감도 없이, 낯섬.. 그 자체여서 그런가?? 에쿠니 작가가 칭찬했던 "교묘하게, 그리고 대담하게 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그 맛은 아직 못 보았지만, 뭔가.. 도전적인 듯한 느낌은 받았다. 뭔가.. 도전적이고 도발하는 느낌..^;; 그래서 좀더 지켜보고 싶어진 작가가 되었다. 이노우에 아레노..
아쉬웠던 건.. 중간 중간에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 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던 것..^;;;ㅋ
p.24 기요쓰키 나오는 왠지 인간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게 있어 그녀는 '여자'니 '중년'이니 '주부'니 '쉰여섯 살'이니 하는 것과는 무관한 '기요쓰키 나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그 느낌은 기요쓰키 나오의 필체와도 비슷하다. 얇은 편지지에 희미한 요철 자국을 만들며 만년필로 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가는 글씨체. 기요쓰키 나오가 인간이 아니라 한다면 분명 그 글씨일 것이다.
p.61 여자 강사는 서른 한두 살로 물론 나보다는 젊지만, 강사로서는 이미 한창때가 지난 느낌이다. 아무래도 몸은 탱탱하지만, 선탠을 한 거무칙칙한 피부 탓인지 그녀를 보면 말린 청어가 떠오른다. 말린 청어라는 음식물에 대해 가르쳐준 것은 오카 씨였지만. 거울 속에서 나와 강사를 번갈아 본다. 그녀에 비하면 내 몸이 흐트러지긴 했다. 그러나 분명 남자들은 강사의 몸보다는 내 몸에 더 끌릴 것이다. 적어도 오카 씨는 강사가 아닌 나를 보고 발기할 것이다. 그녀가 말린 청어라면 내 몸은 자연산 방어다. 말하자면 말린 청어가 되는 것은 차라리 쉽다. 자연산 방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성이니 품위니 그런 것들이 필요하니까. 당신과 하는 섹스는 지적이야, 하고 오카 씨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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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물... 에쿠니 가오리가 극찬하는 작가 이노우에아레노 라는 타이틀 보다 '설레임 그자체'라는 수식어에 끌리듯 집어든 책. 날씨는 화창한 봄이요, 나이는 어느덧 서른, 직장생활, 학교생활, 연애...그리고 기타 가족과 친구들과의 무난한 교제.... 배부른 투정, 행복한 비명아래 설레이고 싶었다. 아주 오래전 부터.
어쩔 수 없는 물. 제목에서 주는 특별함과 동시에 '물'이라는 기본적인 원대함과 눈물에 물을 뜻할것 만 같은 단순한 기대에서 따른 오랜만에 맛보는 실망감을 안겨준 소설.
내용은 물-도쿄 외곽에 있는 스포츠 센터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인물들에 이야기. 기묘한 듯한 이야기도 있고, 일본소설에 등장하는 '몸'이 자유로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하지만 어디에서도 '설레임'은 찾을 수 가 없었다. 조금씩 외롭고 조금은 삶의 어쩔 수 없음에 무뎌져가는 모습들.
아...기대가 큰 나머지 실망도 점점 커져온다. 에쿠니가오리를 좋아하지 않기에 역시나 그녀가 극찬하면 내겐 안맞았던 건가. 책과 관련없는 여담인데, 20~30대의 여성들은 에쿠니가오리의 소설 혹은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던데 난 왜 '남의 이야기'가 되는것인지...
소설자체로는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읽히는 소설임엔 분명한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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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아레노의 소설을 읽으면 이노우에 아레노 병에 걸린다는 에쿠니 가오리씨의 말. 이 책을 읽으면 이노우에 아레노의 병에 걸릴수 있으려나 ~ 싶은 마음에 읽어내려간 책 '어쩔 수 없는 물'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는 우리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탄탄한 구성, 프로의 문체, 어른의 소설 이라는 느낌이 팍 !!!
편지와 쿨피스, 올리비아와 빨간 꽃, 운동화와 처녀 소설, 사모바르의 장미와 어니언그라탱, 클랩턴과 납골 단지, 플라멩코와 다른 이름 등 6개의 개성 강한 제목의 단편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여자에게 상처 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남자, 채팅으로 남자를 유혹하고 바람맞히는 게 취미인 유부녀,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불륜에 빠진 평범한 중년 남자, 남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접수 카운터 아가씨, 수영장에서 본 젊은 청년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중년의 독신녀, 아내를 잃어버린 수영 강사 등등 [어쩔 수 없는 물]은 피트니스클럽을 무대로 펼쳐지는 여섯 남녀의 연애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정상적이지 않는 고약한 사람들 투성이라 일본소설은 왜 이러지? 내가 꼭 이런 내용을 읽어야만 하는건가? 짜증이 솟구칠만도 한데 책을 읽다보면 어느샌가 그들을 이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겉으로는 모두 행복해 보이고 멀쩡해 보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겹 벗겨보면 저마다 슬픈 과거와 아픈 현실의 번민을 감추고 사는 전형적인 현대인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기분은 카카오 함량 90% 씁쓸하면서도 그래서 보약이라 생각하고 먹는 것처럼 달콤하기만 하다. 우리네가 꿈꾸는 일탈같아서 ~어쩔 수 없는 물의 모든 이야기는 수영 고급반 신도 강사의 부인 플라멩코 강사 사에미 선생의 사건이 소문처럼 흘러 흘러 들어간다. 그래서 단편으로 이루어졌지만, 단편집이라기보다는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소설이라고 하는 게 오히려 맞을 법하다. 결혼 20주년. 신도 강사의 부인이 갑자기 사라졌다. 일신상의 이유라지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떠도는 상황. 왜 이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화제에 오를수밖에 없는지 묵묵히 지켜보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내려가다 마지막 '플라멩고와 다른 이름'을 읽으면서 모든 상황이 아하 ~ 하고 정리되는 느낌. 신도강사가 들려주는 그 소문의 진상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오더라. 그것을 끝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어찌나 아쉽게 느껴지던지 ~ 이 묘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똑같은 날들을 보내고 똑같이 나이를 먹는 것 같아도 살아가는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 [p.161] 어느 누구에게건 이 책 진짜~ 재미있고 좋은 소설이라고 추천해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 이 책 어때? 하고 가볍게 권해주고 싶다. (단 20대 후반에서 30대쯤. 여성이라는 조건하에서 ~) 다음 작품을 눈빠지게 기다릴 정도는 아니더라도 언젠가 우연찮게 서점에서 이노우에 아레노 작가의 신간을 발견하게 된다면 다시금 집어들고 읽어내려 가게 될 것 같다. 이런 묘한 매력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씨가 말한 '이노우에 아레노라는 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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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두르고 있는 띠지에 적힌 가오리.. 좀 낯있다 싶었더니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였네.. 일본소설은 툭하면 에쿠니 가오리를 묶어가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영화가 좋았다는 편인 나는 일본소설이 싫었다. 일본 영화도 별로다. 뭔가 정서가 안 맞는 듯.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거나 변태적이게 독특한 그런 것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길기만 했던 금요일의 업무가 끝나고 지친 날 스스로 위로하려고 근처 커피숍에 가서 카페라떼를 하나 주문하고 스탠드에 비치된 책중 새로 들어온 이 놈을 집었다. 제목부터 기분나쁘게 끌어당기는 이 놈.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라 뭔 내용인가 궁금한 마음에 그냥 읽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역시 넌 일본소설이었구나 하는 온통 섹스이야기 일색. 그러나 난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첫 시작처럼 몽롱하고 다소 우울하기도 한 그 분위기가 끝까지 이어졌지만 이 책으로서 나의 두가지 일본소설에 대한 편견이 깨어졌다. 가볍고 별 내용이 없어 싫다고 생각했던 부분과 변태적으로 성에 관련된 내용만 두드러지게 묘사한다는 느낌이.
물론 이 책도 성적인 요소가 마광수씨를 제외한 한국작가 보다는 다분히 많다. 다소 일상적일 수도 있는 동거를 하는 남자와 여자, 그가 다니는 휘트니스 클럽, 그 클럽에 다니는 사람들.
에피소드별로 단편인가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한가지 사건을 각 캐릭터의 관점에서 써 내려간 책이었다.
비슷비슷한 일본 이름이 다소 헷갈려 누가누군지 좀 모호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얼마전에 읽은 프레임처럼, 항상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데 이책에서는 한 가지 사건이 얼마나 많은 관점들이 얽혀있고, 각자가 얼마나 다른 생각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되새겨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업무적으로 나한테 책임을 떠넘기려는 상사에게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는데 그래서 긍정적으로 살아보려는 내가 꺾이는 듯 했는데.. 다행히 우회적으로 생각하는 길을 틀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각 캐릭터들은 모두 결혼했거나 애인이 있는데도 섹스파트너가 각각 있었다. 정말 한 사람과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사랑하기가 힘든건가 싶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힘차게 아내를 안아주었더니 갑자기 애정을 느끼는 아내. 내 표현이 적절한 지는 모르겠다만 암튼 소라도라는 고서점을 하고 싶어하는 시에나상이었나. 그사람 에피소드를 읽고 나서 각자의 생각을 평생 존중해 주는 게 무척이나 힘든 일이지만 서로를 위해서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지만 요즈음은 문득 나는 결혼하면 배우자와 존댓말을 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캔들이나 사랑과 전쟁 같은 프로그램들이 두려워진다.
아무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에이지였던가 그 남자처럼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는 살고 싶지 않다. 난 내가 원하는 그걸 놓치지 않았으면 싶다. 어니언 그라탕이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지 먹고 토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뒤에서 지켜보는 일도.. 아닌체 하지도..않는 솔직하고 당당한 내가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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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때, 난 시간이 날 때마다 학교 도서관 소파에 앉아 일본 소설을 읽었다. 어떤 날은 몇 페이지 남지 않은 책을 다 읽기 위해 수업을 빼먹은 적도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그랬던 것처럼 정말 미친듯이 책을 읽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자꾸 그때가 생각난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 시절에 보던 책들과 비슷해서 그런가? 어쨌든 이 책을 보고 있으면 푹신한 소파, 조용한 도서관, 오래된 책냄새가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볼때 나에게는 정말 신기하고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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