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설들은 잘 읽힌다. 아주 단순하지만 정말 특별한 장점이다. 이야기꾼의 면모를 가진 작가에 의해 쓰여진 작품들은 한번 책장을 펼쳐들면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나 감동이 온몸을 사로잡는다. 잘 읽히니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거다. 최소한 책을 펼쳤을때 끝까지 읽도록 만드는 힘.. 그건 그 누구도 무시해선 안된다.
얼마전 처음 만난 소설가들 중에 그런 작가가 둘 씩이나 된다. 한 명은 우리나라 작가이고, 또다른 한 명은 프랑스 작가다. 그래서 요즘 책을 고르기가 수월하다. 작가의 이름을 찾아 책장 앞에 서고, 땡기는 책을 집어들면 그만이다. 한 명의 우리나라 작가는 이재익 PD다. 불과 두세달 사이에 5편 정도의 장편소설을 만나봤다. 헌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나머지 한 명. 프랑스 작가는, 프랑스 작가임에도 영미 소설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베스트셀러 작가 마르크 레비다. '천국같은'이라는 데뷔작을 만난지 한달쯤 되었을까.. 벌써 세번째 소설을 집어들었다. 적당한 분량의 적당한 신비감을 가진 그의 이야기는 꽤나 매력적이다. 빠른 이야기의 전개, 활기찬 대화, 그리고 그의 작품들의 특별함은 등장인물에 있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천사, 악마와 사랑에 빠지다! 라는 문구로 소개되는 마르크 레비의 '영원을 위한 7일'은 샌프란시스코 제80번 부두를 배경으로, 인간계의 주도권을 놓고 영원토록 지속되던 경쟁관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신과 악마는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며 시작된다. 선과 악의 절대자인 신과 루시퍼는 인간에 대한 지배권을 걸고 자신들이 가장 총애하는 정예 요원인 천사 조피아와 악마 루카스를 샌프란시스코로 내려보낸다. 악마의 화신인 루카스와 신의 사도인 천사 조피아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7일뿐. 그 7일 동안, 인간을 두고 선과 악의 싸움이 시작된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선과 악의 팽팽한 대결구도에 드디어 종지부가 찍히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통치할 권력을 얻기 위해 신과 루시퍼는 마지막 싸움에 모든 것을 걸고 철저히 준비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정적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천사도, 악마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우연, 그것은 바로 신이 몰래 다녀갔다는 증거이다. -장 콕토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 태고 이래로 세계의 질서를 지배하는 두 세력이 끊임없이 충돌해 왔다. 이 두 세력은 자신들 가운데 어느 한 쪽도 마음대로 인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아울러 저마다 자신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의 저항을 받아왔다는 것을 시인했다. ..정치, 경제, 기후에 대한 모든 분석은 한결같이 지상이 점점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추세에 있다. 우리들의 어쩔 수 없는 동거를 대체시킬 시대가 온 것이다. ..다음 번 천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할 책임을 맡는 쪽의 합법성을 보증하기 위해 우리는 최후의 결전을 치르기로 했으며, 그 세부 조항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7일 동안 서로의 정보원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요원을 인간 세상에 파견할 것이다. 인간성을 선이나 악으로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자가 자기 진영에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며, 이는 곧 우리 두 기구의 통합에 전조가 될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통치할 권력은 승자의 진영에 돌아갈 것이다.
2003년에 발표되어 그해 프랑스 내에서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작품이 된 베스트셀러 작가 마르크 레비의 '영원을 위한 7일'은 너무나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져 왔고, 어찌보면 단순한 상상력이기도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기발하다는 건 두 신(神), 선(善)의 신과 악(惡)의 신이 인간계를 다스리는 패권을 놓고 마지막 7일간의 전쟁을 벌인다. 는 이야기에서 전제하고 있는 기본적인 부분이 아니다. 천사, 악마와 사랑에 빠지다. 라는 설정이 그렇다.
선과 악. 단 하나의 접점도 없이 완벽하게 평행선을 그리며 양 극단에 있는 이 둘의 공통점을 상상력 안에서 찾아낸 마르크 레비. 그가 떠올린 공통점은 그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온다면 감정이 부여될 것이라는 것. 그래서 그들은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감정, 사랑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단 하나의 공통점은 진지한 소재를 단숨에 풋풋한 이야기로 바꿔놓는다.
전작에서도 인간과 유령의 만남이라는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렸던 저자는 이 작품에서도 그런 신비감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들게 만들고 있었다. 그가 그리고 있는 선과 악은 대립각을 세우고 반대의 것이 없음이 나의 존재를 확인시킬 거라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는 무엇이 아닌, 다르기 때문에 같이 존재하는, 같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신과 루시퍼가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생각하는 대로 세상을 만들어가길 원한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마음을 2천년 동안 보아왔기에 자신과 반대의 지점에 있는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인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거다. 물론 이야기가 무겁지는 않다. 선과 악을 단지 인간 존재의 양면성을 보여주는데에만 사용한다. 그들의 사활을 건 대결이, 작품 안에서는 인간 세계로 치자면 '술김에 한 내기'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아무튼 그런 내기에 정예요원으로 발을 담근 조피아와 루카스의 마음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이유는 하나다. 그들이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것. 그래서 목적도 오로지 하나다. 그들이 계속해서 함께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들은 그런 공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처음으로 영원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그들은 신에게로 갈지, 루시퍼에게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반대를 인정하기엔 선과 악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해야 하는 일이니까. 물론 그 부정이라는 건 그들의 사랑에 다소 큰 '장애'정도의 요소다. 이미 그 부정은 그들의 마음에서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지 오래다. 이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있었으니까.
여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어놓았지만,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로맨스다. 천사와 악마라는 설정이 원수의 집안의 자제들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어쩌면 고전의 로맨스를 답습하지만, 저자는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그들은 너무 인간답게 그려내고 있다. 그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장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던 작품. 영원을 위한 7일은 과연 그들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해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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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96페이지, 24줄, 27자.
로맨틱 코메디. 이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국 팀과 지옥 팀은 내기를 하게 됩니다. 원래 인간 세상은 신의 뜻에 따라 인간의 자유의지에 맡긴 곳인데 이제 세 번째 천 년(21세기부터 30세기까지)을 대상으로 누가 지배할 것인지를 정하자는 내기입니다. 각 진영에서 대표 선수를 하나씩 파견하여 인간을 어느쪽으로 인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는 것이니까 지극히 인간적인 대결입니다.
천사측은 조피아라는 부두의 안전요원이 선정되었습니다. 악마측은 루카스라는 대기업 부회장의 고문이 맡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적인 세상이라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로가 상대를 몰라야 하는데 첫날 마주친 것이고, 하필이면 서로에게 끌립니다.
그외 주요한 조연은 피셔스 델리의 웨이트리스 마틸다, 조피아의 집주인 렌 쉐리던, A&H의 부회장 에드 허트, 80부두 작업반장 맨카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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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의 사랑'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했고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라 바로 사서 읽었다. 그런데 좀 별로다! 프랑스에서는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다는데 번역이 이상한 건지 뭔지 모르겠다. 천사 조피아와 악마 루카스의 사랑이 그닥 느껴지지 않았다. 둘은 대체 언제 사랑에 빠진 거지? 서로 사랑하는 거 맞나? 할 정도로 미미했다. 그리고 악마 루카스가 갑자기 천사마냥 착해진 것도 이상했다. 사랑에 빠진 악마는 천사처럼 착해진답니다! 이걸 말하고 싶었던 건지? 거기다 천사와 악마라는 설정이 들어갔다면 흥미롭게 느껴질만도 한데 그들은 그냥 인간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그냥 좀 착한 인간과 좀 못된 인간으로 설정해도 되었을 것 같다. 또 처음에 천사vs악마 구도로 시작해서 기대를 하게 만들더니 그 대결은 그냥 흐지부지되어버렸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힘이 없는 흐물흐물 오징어 같은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