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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보에 가서 김욱 교수의 '영남민국 잔혹사'를 다 읽었다. 첨 접한건 몇 주 전의 교내 유니스토어였지만 바로 구매하지는 않고 틈틈히 서점에서 읽다가 오늘 드디어 완독. 사실 첨 읽을때는 그냥 재미로 읽고 돈 주고 사진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 나니 꼭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김욱 교수의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내 발언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미래를 위한 한 가지 제언을 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지역감정의 결정적 계기는 '박정희의 개발독재' 가 아니라 '전두환의 광주학살' 이며, '호남 없는 개혁' 은 '영남 있는 보수' 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주장 아래, 그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영남개혁세력'으로 규정하며 호남은 단지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철에 몰표로써만 이용되었다고 말한다. 노무현과 친노 세력들에겐 호남과 호남에 지역적 기반을 둔 민주당은 퇴행적 지역주의 정당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얘기는 비단 김교수 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을 포함한 각종 진보적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아 친노와 민노당을 위시한 이른바 진보세력과의 차이는 좀 해둬야겠군.
김교수의 글을 참고하여 내 나름의 의견을 적어보자면, 노무현을 위시한 친노세력들은 열린우리당을 통해 민주당이라는 호남 세력으로부터의 탈피와 동시에 영남에서 일정한 수준의 지지를 얻는 것만이 이 나라의 파행적 지역주의 정치 구도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민노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세력들은 현재 사회에 공존하는 갈등들 절대다수를 계급적 갈등으로 치환시키며, 크게 자본가로 대표되는 기득권층과 노동자로 대표되는 일반 민중 계층간의 경제적-정치적 대립 갈등이 궁극적인 이 나라의 갈등이며 이것을 해결시키는 것이 주된 사회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리에 입각해서 민노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들은 똑같이 보수정당에 지나지 않는다는 최장집 교수의 발언이 나오는 것이고, 또한 최 교수를 비롯한 진보 세력들은 노무현 정권을 한나라당과 하등 다를게 없는 신자유주의 폭거 정권이라고 규탄하면서 차라리 이럴바엔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서 차후에 민중들이 정신을 차려 민노당으로의 새로운 정권 교체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까지 한다.
머 위에 쓴 얘기들은 혹시라도 이 포스트를 보게 될 독자들의 기본적인 정치 상식을 배양시키고자 한 것이니 앞으로 쓰게 될 본 글의 내용과는 별로 상관이 없음을 밝혀둔다. 내가 머 학구적인 얘기를 쓸 것도 아니니깐.
자, 먼저 혹시라도 당신이 이 글을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읽고 있다면 나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이런 긴 글을 스크롤바를 내려가며 읽는 수고를 하기가 얼마나 어렵던가. 이왕 수고 하는김에 좀 더 하라고, 한가지 질문을 하겠다. 어차피 이 글은 내 독백용으로 쓰이는것이 아닌, 좀처럼 보기 힘든 다른 사람과의 의견 소통과 그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초점이 있는것이니깐. 당신은 '영남패권주의'란 단어를 들어보았는가? 들어는 봤다면, '영남패권주의'의 실체가 이 나라에 아직도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게 별 거 아닌 질문 같지만 사실 너무도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의 실체를 인식하고 있느냐, 또는 인식은 하되 인정하고 있느냐 여부는 지금의 정치-사회 현실을 판단하는데 너무도 중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앞서 나의 지역 정체성에 관해 언급을 해야겠다. 행여 이런 얘기를 하면 골수 호남분자 출신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실제 출생한 곳은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전남대학교 병원이고, 호적상 본적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은 강원도 동해시 대진동이며, 내가 살아온 21년동안 가장 오랫동안 거주한 지역은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이다. 아버지의 고향은 본적에 등재되어 있는것과 동일하게 강원도이며, 어머니의 고향은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이다. 내 말투는 서울에서 13년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지역색이 상이한 만큼 서울의 표준어보다는 강원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가 반쯤 섞였으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강원도 동해시가 바닷가 근처이다 보니 경상도 사투리적 색채가 강한 편이므로 어조에 있어서는 경상도 사투리 냄새가 좀 배어있다. 그래서 간혹 경상도 출신이냐는 소리도 듣곤 한다. 이런것에 기초해서 보면 나의 지역적인 색깔은 매우 혼합적이라 할 수 있으며 어쩌면 더 경상도 쪽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주로 접하는 친가 친척들이 모두 강원도 출신이고 그들의 어조는 지극히 경상도적이기 때문이며 강원도의 정치적 정서 역시 언제나 '1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경상도를 굉장히 싫어한다. 아무리 김욱 교수처럼 광주에서 출생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는 하나 초-중-고를 모두 서울에서 나왔고 대학 역시 서울 내의 이상한 곳을 다니고 있으니 사실 그런 지역감정을 갖는게 오히려 이상한게 아닌가. 그럼에도 나는 경상도를 어린 시절부터 좋지 않은 감정으로 바라봤다. 선거철만 되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좆같은 발상 아래 한나라당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아무 생각없이 표를 찍어대는 행태와 함께, 그들이 언제나 이 나라의 발전에 중심축이 되어왔다고 생각하며 타 지역 사람들, 특히 전라도 사람들을 배척하고 무시하고 혐오하는 행태가 너무도 싫었다. 아 고마운 독자여, 여기까지 읽어온 김에 한가지 질문을 더 받아보고 생각을 해보길 바란다. 그대는 전라도 출신 사람과 관련된 안좋은 일들을 보면서 '역시 전라도 놈들이야', '전라도놈들은 저래서 안돼'라는 생각을 가져본적이 있는가? 또는 그러한 의견을 들어보았는가? 반대로, '역시 경상도 놈들이야', '경상도 놈들이 진짜 문제라니깐'이라는 생각을 가져보거나 그런 의견을 들어보았는가? 당연히 전자와 관련된 경험은 있을것이며 후자와 관련된 경험은 극히 적을 것이다. 단적으로 티비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조폭들이나 3D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서도, 양반이나 종갓집 같은 보수적 또는 사회적으로 좀 천시받기는 커녕 대접받는 사람들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모습이 너무도 흔하게 목격되지 않던가.
어디 문화적 측면 뿐이던가. 정치권은 솔직히 말할 가치도 못 느끼겠지만 굳이 얘기를 하자면, 작년 지방선거때 부산에서 구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모 후보가 선거 이전에 사망했음에도 당선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까지 했다. 한나라당이라면 묻지마 투표적 행태를 보여온 경상도 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무조건 자신들의 기득권(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소수이고, 단지 타 지역에 대한 심리적 우월감을 누리기 위해서)을 지키기 위해 디립따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는게 경북-경남 가릴 것 없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미친 또라이 현상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당연히 독자 그대는 이런 의문을 품을 것이다. 경상도가 한나라당 몰표 주는것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전라도도 민주당-열린당에게 몰표를 주지 않았던가? 아 물론 그렇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본다면 오히려 몰표 행태는 전라도에서 훨씬 강했다. 톡까놓고 아니 어느 미친 국가에서 대선-총선 때마다 90여프로대의 지지율을 특정 후보-정당에 쏟아부어준단 말인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또는 예전 박정희나 전두환이 선출되는 과정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모습 아니던가. 아무리 갱상도 패거리들이 지역주의 운운한다 해도 60~70프로대에 한나라당 지지율이 머물지 저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던가?
이러한 논리에 입각해서 반한나라당 진영에 속해있던 정치인들이나 이른바 진보계열 학자들은 전라도의 몰표행태를 매우 부끄럽게 여겨왔다. 김대중보다 오히려 더 높은 지지도를 호남에서 받아서 극적으로 이회창을 누른 노무현과 탄핵 사태에서 기사회생했던 열린당조차도 그들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호남 몰표를 부끄러워하며 민주당과 호남과의 단절을 그토록 외쳤으니 말 다했지. 그러나 어찌 호남과 영남의 몰표 행태가 똑같은 취급과 판단을 받아야 하는가. 지금같은 이른바 '지역감정'이 강회되기 시작한 시기를 김교수는 80년 5월 항쟁으로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87년 대선을 지역감정 조장의 첫 분기점으로 잡는것과는 사뭇 다른 의견이다. 개인적으로는 71년 대선이 영호남 갈등의 시작이라고 보지만, 중요한 것은 시기도 시기지만 그것의 정당성 여부이다. 80년 5-18 운동이 어떤 운동인가. 다른 지역의 운동 세력들이 그냥 닥치고 있을때 분연히 군인들의 무력 진압에 맞서 항거한, 거룩한 민중 운동이 아니었던가. 그것을 총칼로 잔학하게 진압했던 계엄군 세력과 당시 집권세력, 그리고 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민정당과 그것의 계보를 이은 신한국당-한나라당에 어찌 호남 시민들이 투표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당시 항쟁 운동에 대한 책임자의 처벌과 공식 사과, 그리고 그에 걸맞는 보상조치가 어느 정도만 이뤄졌더라도 이러한 몰표형태가 나왔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주역들은 너무도 뻔뻔하게 그 시대를 살아갔으며, 전두환은 지금 원희룡이한테 세배까지 받는 생활을 누리며 호의호식하고 있다. 호남 지역의 김대중과 민주당에 대한 몰표 행위는 그들에겐 필연적인 선택이었으며 너무도 당위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경상도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그것밖에 안되는것도 이렇게 생각해 보라.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제적 격차는 사실 굉장히 크다. 자연히 못사는 지역인 전라도에선 타 지역으로의 이주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경상도에도 전라도 출신 사람들이 꽤 유입됐을거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보면, 경상도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그토록 높은 지지율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가?
아 그래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이 아직도 쌍팔년 시대도 아니니 이제는 과거의 전력에만 머물러 퇴행적인 투표행태를 보이지 말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정당에 표를 던지면 되지 않느냐고? 솔직히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가져왔고 그러한 논리에 입각해서 현재의 한나라당과 개혁세력을 자처하던 열린우리당이 이 나라의 중심 정당이 되었으면 했다. 그러한 근래 들어 영남패권주의와 호남 소외에 관한 책들을 읽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것은 아직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먼저 한나라당에는 아직도 민정당 세력이 잔존하고 있으며 지구당을 비롯한 하부조직이나 골수 지지자들은 말할것도 없다. 강재섭이 머 전에 광주 내려가서 5-18 항쟁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 ㅆㅂ 나는 이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첨 접했다. 아 물론 그 당시에 언론에서 관련 기사를 써냈겠지만 그것이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음은 능히 알 수 있는 일. 이와 관련해서는 조금 있다 말하기로 하고, 일개 대표가 그런 소리라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으나 그게 단순히 개인 자격으로 해결될 일이던가? 역사적 과오에 대해 확실하게 사죄하고 그때 세력들을 당 내에서 확실하게 축출하는 것이 그나마 과거에 대한 사죄라 할 수 있는거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 이명박을 함 보자. '광주 사태'란 발언을 몇 번이나 했던가? 최소한의 역사 인식도 없는 저런 자가 지금 대통령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게 이 나라 정치현실이 아니던가. 게다가 퇴행적 영남패권주의의 산물인 이 한나라당과 그들 지지자들의 퇴행적 정치투표 행태가 존속하는한 망국적 지역주의의 종말은 열린당의 바램과는 달리 어림도 없다.
그런데 말이다, 이 정권 들어서 내가 코드인사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기사는 정말 숱하게 보고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편중 인사 논란이 점화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김대중 정부때는 어땠는가. 물론 당시 정부가 개각을 밥먹고 딸치듯이 자주한게 사실이지만 툭하면 전라도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한다는 식의 기사가 지금의 코드인사 관한 기사만큼이나 주를 이뤘다. 그러면 지금의 노무현 정부는 지역적으로 매우 공정한 인사를 한단 말인가? 글쎄다. 사실 지금 정부내에는 경상도 출신 인사들이 꽤 많다. 거기에 청와대 최고 실세인 문재인이 작년에 부산가서 이 정권이 '부산 정권'이라는 정말 입을 찢어버려야 마땅한 망발까지 한게 사실이다. 이 정권 역시 겉으로 드러내놓진 않고 있지만 엄연히 영남패권주의에 물들어 있는 정권이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굳이 언론이 태클을 걸 필요가 무에 있을까. 이 나라의 권력이 어느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나 있을까? 그러니 굳이 그런 문제를 쟁점화 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지. 역시 갱상도 천하 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웃긴건, 그토록 지역중심 정치 구도 타파에 모든 것을 걸어온 노무현이 정작 대연정 대상으로 삼은것은 영남패권주의의 표본이자 온상인 한나라당인 것이다. 자신들이 호남에서 몰표받는건 그토록 부끄러워하고 어떻게 해서든 영남에서 고정적인 득표율을 올려보고자 바등바등하는게 노무현과 열린당인걸 보면 이거 참 아이러니다. 그렇다고 정책 노선이 같으냐, 그것도 아니지. 김 교수 말대로 '영남패권주의'말고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는게 바로 지난 05년 대연정이다.
저런 행위를 해온 열린당이 지금 하고 있는 꼴을 보라. 민주세력의 대통합 따위를 운운하며 지금 민주당과의 정치적 통합을 다시 모색하며 지난 10여년간 톡톡히 재미를 본 반한나라당 전선을 다시 구축하려 애쓴다. '비노-반한'따위를 내걸며 어떻게 해서든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그들의 모습에 침과 오줌을 대량으로 갈기고 싶다. 그래 여기에 대놓고 참가하지는 않는 이른바 친노 세력들은 좀 낫지. 차마 지들이 내걸었던 정치적 모토와 정반대되는 행보를 걸을 수는 없을테니까. 사실 그들은 도로 민주당 꼴이 되는 대통합을 하느니 차라리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이기는 것이 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의 정체성과 정치적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어쩌면 그게 더 유용할 테니깐. 그렇지만 그들도 통합 세력과 똑같이 바라는게 있다면 바로 이번 대선에서의 호남 몰표일 것이다. 선거철만 지나면 '비호남'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고질적인 지역주의 구도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책 대결 구도로 가자고 지랄지랄 해놓고 막상 선거철만 되면 호남에 내려와 광주 정신이 어떻고 민주세력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5-18운동을 팔아먹고 있다. 정말 요즘의 소위 범여권 세력들의 행태는 좆물을 뿌리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분출시키고 있다. 이런 세력들의 집권을 바랬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개혁세력들의 한계가 여실히 보이는게 너무도 어이가 없다.
자 정리하겠다. 이러한 모순들의 근본적인 기저에는 바로 기득권층을 위시한 한나라당 세력과 영남 지역의 '영남패권주의'와 열린당을 위시한 자칭 개혁세력과 민노당으로 지칭되는 진보세력의 '호남없는 개혁-진보'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이려니와 정치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마저도 이것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한다 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김 교수가 제기하는 현 사회의 문제점과 정치적 모순의 원인이 어느정도 눈에 들어왔으며, 그것의 해결방안의 첫 단추로서 이러한 사회적 모순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됐다. 사실 이 나라의 지역주의가 단순히 몇 번의 선거로서 없어질 성질의 것은 분명 아니다. 그렇기때문에라도 우리는 지금의 사회적 모순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며, 그것의 일환으로서 현재 우리 사회에 단순히 계급적 갈등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지역적 갈등, 정확히는 '영남패권주의'에 기반한 지역 갈등이 엄연히 존재함을 인식해야만 한다. 사실 '반영남패권주의'가 비단 호남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충청, 강원 모두를 포함한 것이 되야만 한다. 어떻게 보면 사실 이 나라에서 지역적으로 가장 낙후되고 관심조차 못 받는 지역은 강원도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이 지방 사람들은 생각없이 한나라당 지지에 동참해왔으니 어떻게 보면 '영남패권주의'에 들러리 역할이나 한게 아닌가 싶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영남패권주의'의 소멸은 점차 시작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아울러 그와 함께 '비호남'만을 외치며 영남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려는 일부 개혁세력들도 생각을 바꿔야만 한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더이상 몸으로 보여주지 말고, 호남의 실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끌어안음으로서 이 사회의 개혁과 진보를 모색하는 것이 더 올바른 일이 아닐까?
모쪼록 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졌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문제를 갖고 주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어떻게 주위 인간들은 정치적 문제에는 관심을 안갖고 있으니... 대학생들이라고 한들 그저 연애문제나 취업-고시문제에나 열을 올리지 자신의 생각을 키울 생각들을 하지 않는다. 참 씁쓸할 따름. 아 그리고 '영남민국 잔혹사' 이 책도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씌여진 정치관련 책이 근래엔 거의 없었다. 영남패권주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김욱 교수에게도 감사를 들이며 앞으로도 그의 좋은 글이 계속 나오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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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분당으로 내홍을 겪고 있을 당시 이 사건을 바라보던 나의 시각이 얼마나 멍청한 것이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그 당시 나는 신당창당에 반대하는 민주당 박상천, 정균환 위원 등을 정당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 정도로 여겼다. 나도 박상천, 정균환 마녀 사냥에 동참한 꼴이 돼버린 셈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한나라당과 똘똘 뭋여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것까지 잘 했다는 아니다.) 2003년 분당 이후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신당창당은 100% 실패작이다. 개혁을 모토로 내건 열린 우리당이 이뤄 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정말 상상하기도 싫지만, 혹시라도 (정말 ‘혹시’에서 끝났으면 좋겠다.) 올 대선 이후 “한국정치 : 일본정치= 한나라당 : 자민당”이라는 관계식이 성립된다면 노무현, 유시민의 역사적 과오는 결코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공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김욱에게 감사한다. 나의 무지함과 무자비함을 일깨워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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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선거철에 지면이든 방송이든, 저자거리든 사람들이 모인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나 혼을 쏙 빼놓는 지역주의 문제. 이 지역주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책이 나왔다. ‘지역주의 타파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다소 긴 부제를 단 『영남민국잔혹사』는 가상인물과 인터뷰를 하는 형식을 빌려 주제의식을 심도 있게 끌고 가고 있다.
현세주의적인 속물인간의 전형으로 그려진 페렝키와 지역주의문제를 다년간 탐구한 저자를 표상하는 인터뷰어가 주고 받는 이야기를 중심구도로 하여 현실 사회에서 떠도는 또는 학술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다양한 관점들이 한편에서 소개되고 또 다른 한편에선 논박된다. 그러다보니 자연 독자로선 그들 사이에서 생멸하는 다양한 사실들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하기도 하고 때론 그들의 말 속에서 과거 어느 시점의 또렷한 기억들이 쏟아내는 감흥 같은 것들에 젖기도 한다.
어느 면에선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그것은 이 책이 이야기 구도를 취한 데서 온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고 논증마저 허술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학술적인 글만큼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논증을 이끌어가는 솜씨가 탁월하지는 않다 해도 저자가 이 시대 가운데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살아있는 글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지역주의에 관한 저자의 문제의식은 뚜렷하다. 이 땅에 엄연히 존재하는 지역주의문제를 향해 “지역주의란 애초 없었으며,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과거의 일로 지금은 정권교체에 의해, 또는 균형발전에 의해 크게 사라져가고 있다. 따라서 자꾸 지역주의문제를 끄집어 내다보면 생채기만 깊어질 뿐이다. 더 이상 지역주의는 없다”고 선언하는 제 세력을 향해 저자는 지역주의란 그렇게 떠든다고 없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역주의 문제는 수십 년간 실체로서 이 땅에 존재해온 굴절된 의식이자 어느 한쪽이 측은지심에서 시혜를 베푼다고 사라질 안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이유다.
그렇다고 영남이 수십 년간 집권해 왔듯이 호남 또한 그와 동일한 시간 동안 집권하는 기계적인 균형을 갖추면 지역주의 문제 또한 사라질지, 아니면 옅어지기라도 할런지 의문이다. 정통성을 잃은 과거 군사정권이 폭압을 통한 통치 방식의 한 형태로 끊임없이 호남을 압박해오면서 호남의 살림 전반이 피폐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호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언제 우리도 그와 같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의식을 심어주고 그럼으로써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굴종의식을 내면화시켰다는 것 또한 인정한다. 넓게 보면 그런 논리가 틀리지 않다하더라도 지역주의 문제가 다분히 영남과 호남의 대결구도가 키워온 기현상이라는 데에 시선을 갖다 둘 필요가 있다.
충청과 강원, 그리고 서울을 포함한 경기의 입장에서 지역주의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이들 지역에서 보면 지역주의는 영남과 호남 양 지역이 패권을 다투는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 지역에 영남과 호남 어느 한쪽에 붙어야 연명할 수 있다는 굴종의식이 강제되고 있었다고 하면 억지일까?
지역주의 문제가 영남과 호남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모자란다. 앞으로도 당분간 영남과 호남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눠 갖겠지만 그 사이에서 타 지역은 선택의 여지없이 피해자로 남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당사자가 아니라고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하는 몰염치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이 책이 영남과 호남을 넘어선 지역주의의 폐해를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지역주의 문제를 영남의 눈으로, 또는 호남의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때 비로소 그것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되지 않으려면 다층적인 관점과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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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처럼 한번 써 보고 싶다. 나는 시민Y(노빠)와 좀 다른 시민Z(영남 출신 수도권 시민)이다. 김욱: 우리 나라의 지역 문제가 악화된 것은 1987년의 양김 분열이 아니라 1980년의 전두환 영남 파쇼의 광주 학살부터이다. 1987년의 양김 분열은 1980년의 광주학살의 연장이다. 시민Z: 1980년의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전에 박정희,김대중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가 이용하였다. 하지만 1987년의 분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겠고 양김의 책임은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그때 단일화가 되었다면 지역 문제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단일화에 대해서는 김영삼보다 김대중의 잘못이 더 있다고 본다. 그때 4자 필승론에 매몰된 것은 문제였다. 그렇지만 제일 사건은 3당 합당에 있었다고 본다. 그때 본격적으로 호남은 고립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김욱: 노무현은 배신했다. 첫번째는 민주당을 지역당으로 하여 분당시켰고, 두번째는 한나라당을 양대 산맥이니, 대연정이나 하면서 영패를 인정하였다. 영남 표를 가져오겠다고 하면서 호남을 배신하였다. 시민Z: 사실 호남 출신이 아니여서 호남을 이해한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인식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 같다. 민주당에 대한 인식은 지역당이고, 현재 통합 민주당의 경우에도 지역당이라고 생각한다. 표는 주지만 마음을 줄 수는 없다. 대연정의 경우에는 선거구제 개편을 전제로 한 것으로 안다. 소선구제의 단점을 없애고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김욱님도 동의하는 것으로 안다.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호와 불호가 많이 있으므로 논쟁하지 않겠다. 김욱: 호남 없은 개혁으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호남 + 개혁으로 가야 한다. 시민Z: 호남에도 진보 세력 있고 영남에도 진보 세력 있고 보수 세력 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고 영남이 반동 세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곳 모두 비슷하고 다 고만고만하다. 영남을 악으로 만들지 말자. 김욱: 책을 읽으면서 어땠나? 시민Z: 굉장히 힘들었다. 먼저 호남 출신으로 겪는 어려움이 많을 것인데, 영남 출신으로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영남 개혁세력도 힘들다. 그 동네의 소수자이다. 87년 선거때 얼마나 많은 집들이 아들과 아버지사이에 불화가 있었는지 모를 것이다. 어쨌던 제일 힘들었던 것은 민주당에 대한 문제였다. 난 민주당에 잔류한 사람들은 그분들이 영남 출신이었다면 한나라당으로 갈 정체성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조모 의원은 한나라당 입당 실패해서 충청도당으로 가지 않았나. 그런 소지역주의 기득권을 호남 혹은 민주당으로 옹호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분열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어쨌던 힘을 합쳐 반 한나라당 전선을 가지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연합 공천(민노당,민주신당)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제일 큰 문제는 영호남 문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시대, 그리고 이번 대선을 통해 느끼는 것인데,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 문제이다. 시선을 돌리고 이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김욱: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시민Z: 책이 빈약하다고 생각한다. 주로 당신 의견과 재벌 의견이다. 둘은 짝짜궁두 잘 맞다. 이것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합쳐 열린 우리당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집권 가능성이 없어서인지 진보C와의 대화 내용은 너무 짧고 시민Y의 이야기도 거의 들어주지 않는다. 비록 1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당신의 이야기는 너무 편협적이다. 시민Y와 진보C와 당신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한다. 어쨌던 수고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