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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유럽의 전경이라는 것이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미 해외여행을 떠났던 이들도 엄청난 숫자이고, 미디어와 디지털의 발달로 유럽의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지껏 이렇게 맘이 동하는 포토 에세이는 없었다.
사진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같았고, 그러한 이야기가 모노톤의 설레임이 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들었다.
'눈 좀 빌려주세요'라는 귀여운 느낌의 제목은 그러한 이야기와 전경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려는 작가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한형기씨가 보고 느낀 유럽 그대로, 혹은 한형기씨의 카메라를 통해 스며나오는 유럽의 향취를 작은 책 한권에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은, 유럽을 동경하고 또 사진에 열광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행운이다.
아직도 파리와 프라하의 연인들을 포착한 사진이 가슴 언저리에 걸려있는 듯 하다.
젊은 시절, 무엇인가 풋풋하고 아련한 설레임을 원하는 자라면 꼭 보고 느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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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기 마련이다. 거금을 들여 장만한 카메라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새로운 제품을 향한 구매 욕구가 솟구치곤 한다. 특히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멋진 사진들을 접할 때면 더 괜찮은 카메라를 소유해야만 될 거 같은 생각이 깊어만 간다. ‘똑딱이의 유럽사진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과의 만남이 과연 나의 이런 생각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이전에도 200만화소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거의 작품과도 같은 사진을 찍어대는 이들을 보았던 적이 있긴 했다. 사진은 카메라 아닌 사람이 찍는 것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리라. 어쩌면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가 사용한 카메라가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급형 똑딱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저자가 사용한 카메라는 D-LUX3라는 제품으로 DSLR은 아니나 꽤나 가격이 부담스럽다.) Leica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일까? 여느 사진집보다도 묵직해 보이는 사진들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저자와 같은 카메라를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해 괴로워했다. 하지만 지난 날 나는 타인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들이 사용한 카메라를 소유하고 싶어했었다. 그 중에는 내가 현재 사용하는 기종보다 더욱 저사양의 모델로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아마도 난 그들과 같은 카메라를 사용하면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통해 멋진 사진을 찍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위로하려 들었던 게 아닐까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타인의 사진이 내 것보다 멋져 보이는 까닭은 바로 낯설기 때문이라고. 일례로 나는 외국인이 찍은 우리나라의 사진을 보고 감탄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찍은 사진의 배경이 된 장소들은 내가 이미 방문해 사진을 찍었던 종묘, 인사동 등이었다. 낯선 시각이 풍기는 묘한 매력, 아니 마력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 힘이 어쩌면 수많은 이들을 사진 앞으로 불러 모으는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외국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줄곧 한국에서만 생활해 온 나에게 모두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저자의 사진들은 여행객의 것이 아닌 생활하는 자의 것이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장소에 가 ‘나 지금 여행 중이에요’라는 분위기를 티 내며 경직된 포즈를 취한 채 찍은 사진들과 저자의 사진들은 당연 달랐다. 게다가 사진의 대부분이 흑백이다. 첨단 디지털 시대에 만나는 흑백 사진이라니, 시대착오적인 거 같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칼라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흑백의 감성을 그리워한다. 왜냐하면 흑백 사진의 깊이에는 칼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많은 이들이 꿈꾸는 Leica라는 이름까지 더해지니, 아, 정신이 혼미하구나! 저자의 나이는 나보다 어렸다. 20대에 벌써 자신의 저서를 가질 수 있다니, 부러움이 앞선다. 하지만 나에게도 눈은 있다. 때론 내 눈으로도 타인의 눈으론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시선은 각자의 몫이다. 같은 광경을 놓고도 다른 평이 가능한 것처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음을 나는 안다. 당신이 사용하는 카메라가 Leica건, 다른 회사의 제품이건 결국 우리는 셔터를 누름으로써 사진을 찍는다. 셔터를 누르는 행위의 주체가 자신임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제각각 자신만의 사진집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