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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은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서 작가적 재능 하나로 출세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간난 많은 일생의 흔적인지 타고난 DNA의 결핍성 때문인지 그는 외모도 시원찮았고,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상류사회에의 발판이 마련되었을 때에도 곧잘 좌절을 겪었던 걸로 알려져있다. 문학적 텔런트들이 다 그러했듯 그도 젊은 시절부터 빛나는 재능을 세상에 알렸고, 초창기에는 물론 동화가 아닌 "즉흥시인"등의 본격문학으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근래 동화의 성인버전이다 뭐다 해서 잔혹성을 여과하지 않은, 혹은 의도적으로 비튼 성인판 변형이 자주 나오지만, 전집이라고 타이틀이 붙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아이들 서가에 반드시 비치되곤 하는 이 명작의 원형 역시 의도적 첨가물 없이 원형 그대로 성인물이요 또 잔혹물임을 알 수가 있다. 많은 작품들은 순수한 동심이 내용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냉혹하고 세속적이고, 어떤 것은 18금 딱지를 붙여야 할 만큼 잔인하다.
현실이 고달팠기에 그는 졸라적 자연주의를 수단으로 작품에 형상화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고, 형식적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한계 내에서 이런 작품들을 창작해 내는 것은 차라리 그의 생존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의 내면이 티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했기에 현실의 고난과 내적 오뇌가 이런 결실을 빚어낸 것이며, 반대로 가난에 찌들고 출신 컴플렉스로 가득한 못난 정신의, 현실 인식에 먼지가 가득 낀 렌즈를 장착한 그 시원찮은 눈의 소유자, 10년 아니라 20년을 가르쳐도 못 알아먹고 남탓만 하는 저능아라면 헛된 망상과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논리, 자신을 단번에 똥내 나는 현실에서 탈출시켜 줄 동화속 왕자님(그가 설사 영감이라 해도 상관 없다)만을 애타게 수색 중일 것이며, 마치 돈키호테가 정육점 뚱녀인 둘시네아를 공주로 사모하듯, 현실에서 사회의 과실만 축내는 잉여건달의 필연적 좌절을 그저 눈물 가득한 눈(물론 예의 그 시원찮은 렌즈가 장착되어 있다)으로 응시할 뿐이겠다. '오, 왕자님, 제가 대신 복수해 드리겠어요.'
현실이란 그렇다. 묘하게도 그를 부정하고 거부하며 애써 외면하고 도피하려는 자에게는 전신이 화끈한 귀싸대기만을 날릴 뿐이며, 반대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full resolution으로 받아들이려는 성실한 인생에게는 반드시 활로를 열어 준다. 썩은 정신의 입가에는 항상 욕설이 맴돌고 있으나 다만 현실의 귀싸대기가 무서워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며(그/그녀는 출신컴플렉스와 아무 내세울 것 없는 못난 자신에 대한 증오를 우월자에게 돌리며 사방에서 허위 정보 유포와 이간질을 일삼으며 쾌감을 느낀다), 되려 정직한 인성으로 검은 것을 검다 할 뿐인 맑은 영혼에 '욕쟁이'의 참언을 서슴지 않는다. 제가 뒤집어 써야 할 욕을 180도 대척의 남에게 퍼 부으면(뻔뻔스럽게도) 제 흉한 두꺼비의 허물이 벗겨지고 우아한 백조로 탈바꿈이라도 하는 듯 병적 착각에 빠져 사는 것이다. 성한 사람이 그 성한 영혼을 지켜나가는 것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미친 영혼에 그 곁을 내어주는 위험한 곡예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자신이 있더라도 말이다. 지금껏 그런 무익한 리스크를 감수해 왔다면 앞으로는 이런 덴마크산 제너의 종두 접종을 스스로에 놓으면서 자중자애할 일이 아니겠나 싶다.
ps 만약 한글 해독이 가능한 아동에게 '당의정 에디션' 대신 이 책을 쥐어준다면 과연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기 마련이라고 책의 해독한(...)요소는 순수한 동심이 다 걸러 내게 마련이며, 맑은 영혼은 진정 자신에게 필요한 자양분만 알뜰히 흡수하고 나머지는 배설할 따름이다. 어른의 걱정은 그저 기우에 그칠 뿐이며 맑은 영혼의 노작을 알아보는 어린 독자는 거장이 발신한 메시지를 몇 백 년의 간극도 무시하듯 정확하게 수신한다.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그에 있을 것이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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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56편이 수록되어 있는 책은 어린이가 감히 볼 수 없는 것 같다.
이게 동화인가 할만한 것도 있고, 잔혹한 것도 있다.
또한 오래된 글(또는 이야기)은 인근국(또는 사회)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것이기에 다른 나라 동화집에 나오는 이야기와 유사하거나 합쳐지거나 또는 나누어진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동화전집을 읽으면서 어렸을 때 읽었던 (아마도 계몽사의) 소년소녀 세게 동화전집에서 읽었던 글들(또는 글을 읽을 때의 정감)이 되살아 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러시아 민화집을 사서 읽게 되었다.
다만 1255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 때문인지 아니면 번역자의 언어 습관이 나와 달라서인지 약간 껄끄러운 표현들이 있어 아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