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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비밀을 찾아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적지 않은 두께의 책이다. 그렇지만 일단 책을 잡고 보니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책의 내용과 번역이 훌륭하다. 참기름 같은 고소함을 지녔고, 문장의 매끄럽기도 탁월하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처음 읽으면서 그 제목을 나 스스로 ‘감정의 기복’이라고 붙여봤다. 사람이 가진 감정이라는 것은 변화가 무쌍해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기분이겠지만 이를 다른 말로 바꿔보니 ‘기복’이라는 단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아니 매시간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왜 이러는가를 의학적으로 또는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저자는 감정을 9개의 부류로 나눴다. 즐거움, 슬픔, 역겨움, 분노, 두려움, 질투, 사랑, 죄책감, 그리고 희망이다. 이 가운데서 내게 가장 와 닿는 것들이 즐거움, 슬픔, 분노였다.
* 즐거움 *
*‘즐거움’이란 것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때 그 효과가 커진다. 물론 예상하고 만들어 가는 즐거움도 있다. 예상하고 만들어 내는 즐거움 등은 예를 들면 멋진 휴가를 위해 저축을 하고 휴가 계획을 짜고 아마도 그러는 동안에는 일의 능률도 올라갈 것이고 주변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것이다.
이것이 만들어 가는 즐거움이라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즐거움이란, 가령 일기예보와는 전혀 다르게 밤새 하얀 눈이 펑펑 내려서 온 천지를 하얗게 덮고 있다는 지 하는데서 오는 즐거움이다. 하얀 눈으로 덮인 공원이나 산책길, 바닷가 등에서 눈을 보게 되면 그 즐거움이 배로 증가할 것이 아니겠는가?
또 갑작스런 슬픔이나 고통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아픈 이를 부여잡고 끙끙대다가 이를 시원하게 뽑고 나서 고통이 사라졌다면 그 즐거움 또한 크지 않을까. 이처럼 감정은 롤러를 탄다. 감정의 단계를 오르내리며 기복을 만들어 낸다.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호르몬으로는 도파민이 한몫하는 걸로 돼 있다. 도파민은 수백 가지에 달하는 신경 전달 물질 가운데 잘 알려진 종류다. 도파민은 뇌 속의 뉴런 혹은 신경세포가 다음 뉴런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해준다. 도파민은 즐거움을 느낄 때 생겨나고 그 수준에 따라 우리 사고과정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도파민이 뇌의 앞쪽 영역으로 전달되면 시점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다른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되고 여기서 창의력이 방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도파민이 방출되면 일이 훨씬 쉬워진단다. 비즈니스 협상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도파민 호르몬에 대해 한편으로는 염려스런 부분도 있다. 코카인, 니코틴, 마리화나, 암페타민과 같은 중독성 물질들도 뇌 속의 도파민 농도를 높이는데 일조를 한다는 것이다.
즐거움은 이미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이 경험한단다. 행복한 이들은 이미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행복했던 기억들도 더 잘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느끼면 미소도 더 잘 짓게 되고 미소는 뇌 속의 도파민 농도를 높여 결국 선순환을 가져온다.
** 슬픔**
* ‘슬픔’은 즐거움의 반대 감정일 수 있다. 물론 즐거움을 유발하는 것은 한두 가지로 정의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즐거우면 슬픔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고 ‘슬픈’사람이 즐거울 리가 없기 때문이다.
슬픔은 표정과 감정으로도 나타낼 수 있는데 슬픈 표정은 아주 짧은 시간동안 지속되고 슬픈 감정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가 있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슬플 때는 입 꼬리가 내려간다고 한다. 아울러 눈썹은 얼굴 가운데를 중심으로 해서 좌우로 경사를 이룬다. 그리고 슬픈 사람은 똑같이 슬픈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가장 빨리 찾아낸단다. 마치 감정의 이입 같은 현상이다.
슬픔에는 눈물이 따른다. 슬픔을 느끼면 뇌의 수백 만 뉴런들 사이를 릴레이 방식으로 연결하는 신경 전달 물질의 양이 달라진다. 이때 슬픔을 느끼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 중에 세로토닌이 있다. 우울을 느끼는 사람에게서는 이 세로토닌의 수치가 낮아진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에게는 이 세로토닌을 정상적 수치로 회복 내지는 전달 과정 중의 소모를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한다고 한다. 세로토닌의 수치가 낮을 때, 여성은 우울증, 남성은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
그러면 이런 뇌 속의 화학 변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뭘까?
뇌 속의 화학 변화는 저절로 생기는 기능 이상이 아니고 바깥 세상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 즉, 생리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라는 극단적인 두 방법이 효과를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슬픔을 당하면 눈물은 왜 흐르는가? 그리고 눈물의 구성성분은 무엇인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슬픔과 같은 감정에 의해서 또는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피곤해서, 하품을 하다가 등등 자극에 의해서 흘리게 된다. 눈물은 단지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흐르지만 않는다. 감정에 따라서도 눈물이 흐른다. 이 때의 눈물은 에스트로겐 호르몬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이는 사춘기인 10대 소녀들이 같은 또래 소년들보다 4배나 더 눈물을 잘 흘린다는 이유 때문에 나온 추측이다.
또한 연구결과 사람들은 저녁 7시에서 9시 사이에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돼 있는데 그 이유는 그 시간대가 하루의 일과를 종료하고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이것저것 생각할 틈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면 남자가 나이 들면서 눈물이 잦아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눈물샘 작용에는 에스트로겐과 아울러 테스토스테론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성년 남자인 경우에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적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하기 때문에 눈물 분비가 적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남성적 기세가 사라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눈물의 구성성분은 뭔가?
눈물은 소금, 점액, 물로 구성된단다. 또 슬플 때 흘리는 눈물과 눈을 보호하기 위해 흐리는 눈물은 그 구성성분이 다르다. 슬픈 감정에 의한 눈물은 자극에 의한 눈물보다 단백질을 24%나 더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눈물은 의사소통 수단도 된다.
눈물은 지금 자신이 당하고 있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알 때 흘린다고 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을 때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청중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혼자서 몰래 우는 것은 왜인가? 그 때도 자기 자신이라고 하는 청중에게 하는 하소연이란다.
*** 분노 ***
[마크는 유능한 판매 사원이었다. 가정에도 충실하다. 그는 주식에 손을 대 재산을 불려가는 중이며 부인은 이런 마크의 행동에 아무런 제약도 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마크는 순식간에 10만 달러라는 돈을 날려버렸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안 부인은 펄펄 뛰었다. 남편 마크가 부부의 인생을 망치고 그들의 미래를 파괴했으며 이기적이고 멍청이라고 소리를 질러대기도 했다.
이런 아내의 모습을 처음 대하게 된 마크는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지만 차츰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자신이 한 일련의 행동은 모두 가족을 위한 것들이며 주식시장의 몰락은 자신의 책임도 아니고 주식시장이 이렇게 몰락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터였다. 그런데 아내는 이런 자신을 조금도 이해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가 일었다.
그는 망치를 들어 아내를 쳐죽었다. 그리고 아내의 시체를 몰래 숨겨놓고 다시금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그런 후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 똑같이 망치로 그들을 내리쳐 죽였다. 아이들의 시체는 침대에 고이 눕히고 딸 옆에는 인형을, 아들 옆에는 게임기를 놓아줬다. 아이들은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애들이고 자신이 죽은 후에 아이들이 비참하게 될 것 같아서였다.
다음 날 마크는 증권회사를 찾아가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댔다. 모두 9명의 사람이 사살됐다. 그리고 체포 직전에 스스로 자살하고 말았다. 나중에 발견된 그의 노트와 편지에는 온통 자기 정당화와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려던” 사람들을 죽였을 뿐이라고 썼다. ]
실화다. 그리고 순간적인 이성마비가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격한 분노가 몰아치면 평범한 가정적인 사람도 순식간에 살인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감정의 폭발은 기복이 심하고 파괴력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해도 그 감정에 따라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노는 그 앙금이 깊숙이 잠재해 있을 수 있다. 감정이 오래 지속되는 이유일 것이다.
분노의 이유는 무엇일까? 분노는 대개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진다. 위에 예로 든 마크의 경우가 그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분노는 경우에 따라 유용할 수도 있다. 분노는 우리 신체가 공격에 대비하도록 하고 꼭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분노만큼 우리 신체를 오랫동안 활기 있게 유지시키는 감정은 달리 없다고 한다. 따라서 적절한 분노의 표출은 오히려 정신적.신체적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다.
분노에서도 세로토닌이 관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즉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세로토닌의 수치가 단지 낮아지지만, 충동적 공격성향을 보이는 사람에게서는 이 세로토닌이 늘 부 족 하다고 한다.
또 분노는 격렬한 신체 반응을 유발하게 되고 갑작스럽게 심장 박동을 높인다. 건강한 심장이라면 쉽게 극복하겠지만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화가 나서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면 동맥 혈관 벽에 붙어 있던 지방층이 갑자기 파열해 한꺼번에 혈관으로 몰려나가면서 동맥이 막힐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화가 치밀 때 신체적 접촉, 즉 몸싸움을 하면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근육을 격렬하게 사용하기 위해 혈관이 넓어짐으로써 오히려 혈압이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과격한 몸싸움으로 치닫는 경우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지나치면 자칫 생명의 위험을 가져 올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생리적인 측면에서만 볼 때 ‘분노를 폭발 시키는 것’은 유용한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기분도 더 낫게 해준다. 기분 더러운 상태로 몸싸움 대신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분을 삭이다가는 혈압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어 정상으로 돌아가기가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분노를 폭발 시키는 것이 언제나 좋다고는 할 수 없단다. 분노를 반복해서 표현하게 되면 그때마다 우리 몸은 싸움에 대비해 근육 속의 지방산을 빼내서 따로 저장하게 되는데 이때 소비되지 않고 저장되는 이런 지방산들이 관상동맥에 쌓이면 거꾸로 심장병을 유발할 수도 있게 된다.
또 혈압이 급격히 올라갈 때마다 관상동맥 벽에 작은 상처들이 남게 되고 이는 다시 심장질환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 화를 내면서 상황을 “명확하고 단호하게”해결하되 아주 가끔씩만 그렇게 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상황에 대처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내라.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마다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분노의 마음을 상쇄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즐거움이나 슬픔은 자신만의 감정일수 있고 그 결과가 자신에게만 국한되지만 분노는 다르다. 분노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 감정이기에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가 있다. 분노의 위력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다만 이처럼 복잡하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여러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까 하는 문제는 과제로 남는다.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느끼고 표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의 기복을 물 흐르듯 막힘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한 번역자의 기술 덕분에 이 책에 대한 진가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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