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시원한게 좋다. 하지만 뜨거운 것도 좋다. 스릴러는 차가운 것에 속할까. 뜨거운 것에 속할까. 어쩌면 양쪽의 속성들을 번갈아 드러낼 수 있는 성질을 갖지 않았을까. 30여편의 단편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만 단일한 소재도, 사건도, 인물들도 아니어서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긴장과 속도감이라는 공통점이 이 작품들을 묶어주고 이어준다. 페이지수로 따져도 편당 25쪽 내외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편쯤은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읽는 건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두 번이나 내려야할 역을 지나쳤기 때문이다. 이런장르의 작품들은 순수한 문학과 작가들에게서 무시당하고 있지만 빠르게 읽어 나가고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관에서 블록버스터를 보는 것처럼 시간때우기에 아주 좋다. 그렇다고 문학성이 전혀 없느냐 그렇지도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숨막히는 전투상황에 처할수도 있고 맥가이버나 스파이물들에서 보았던 미묘하면서 놀라운 반전을 구사하고 핸디캡을 넘어서야 하는 장면도 있다. 짧은 시간안에 사건, 인물, 반전과 결과물까지를 다 보여주려다 보니 다소 섬세함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몇몇 작품에선 재기있는 묘사와 상황설정을 통해 짧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역시 스릴러에는 스파이물, 범죄, 심리수사극, 미스터리한 사건, 악당이거나 영웅적인 인물의 등장등 익숙하고 뻔한 패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작품마다 시대, 공간적 배경, 성격이 달라 사건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은 재미를 준다.
몇몇 작품들은 특히 더 마음을 끌었는데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그렇다. 넬슨제독과 트라팔가해전의 숨겨진 비화를 다룬 모험물이라든가, 벤자민 플랭클린이 등장하는 미국 독립과 프랑스 혁명에 얽힌 첩보 심리극, 현존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의 최후를 상정한 단편, 이 작품에선 이슬람의 성전인 코란을 제외한 나라안의 모든 책을 불사르는 작고 알려지지 않은 이슬람국가의 독재군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그러면서도 그 군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16세기 발행된 초서의 <켄터베리이야기>란 책을 사용한다. 전형적인 FBI나 CIA, SWAT같은 정부기구들의 비화도 어김없이 소재로 등장한다. 몇세기 전의 모험물들에서 구글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최첨단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도 다양한다. 또한 소재와 주제가 다양하지만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는 놀라운 일관성을 주기도 한다.
스릴러란 이런 거구나 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굳이 스릴러 뿐만이 아니라 문학작품을 많이 읽진 않는 편인데 막연한 편견으로 이런류의 작품들을 폄하해 왔지만 그 나름대로 문학의 한 계층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재미와 긴장감이 넘나드는 이 세계는 잠시나마 현실을 홀딱 잊게 해준다. 이런 여름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줄 도구로서 활용하기에 매우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