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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스웨이지는 유별나게 한국에서 인기가 좋았던 청춘 스타 였다. 사실 <사랑과 영혼> 개봉 당시에도 이미 나이가 많았고(반면 데미 무어는 그때가 리즈 시절), 심지어 KBS 1TV에서 수입해와 틀어 준 미니시리즈 <남과 북>에 한국인들이 열광할 때에도 이 사람은 그 전성기를 한물이 아니라 두물 세물이 지났을 무렵이었는데도 유독 한국에서는 인기 폭발이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 얼굴선에는 뭔가, 또 특히 한국인에게, 그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무엇이 있다는 뜻이며, 심지어 그런 패트릭 스웨이지가 '대'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심도 못 받고 잊혀진(개봉이나 했나?) 이런 영화를, 그가 사망한지 9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는 통에도 여전히 이 '진리'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뭔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멍청한 각본 때문에) 그가 극중에서 두는 온갖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그를 응원하게 된다는 점.
현재 IMDb에 가 보면 이 배우의 프로필 사진으로 어디서 최악의 것을 골라 게시해 두고 있다. 저건 예컨대 (어제 언급한) 마이클 키튼(두 사람은 거의 동갑이며, 패트릭 스웨이지가 건강 관리를 잘 못해 일찍 타계한 것일 뿐)이 뭘 잘못 먹고 맹구가 된 듯한 버전인데, 전성기 기준 이 사람의 핸섬(앞에서도 말했듯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그리 보임)한 용모의 경지란, 내가 다니던(이라기보다 머물던) 모처에서 외모 관리 동아리 모집 포스터의 대표 아이콘으로 간택되어 초상권이고 뭐고 없이 방방곳곳에 도배되어 걸리기도 했었음. 다시 말하지만 동시대 청년들이 그를 숭앙할 시점이 전~~혀 아니었는데도 말임.
여튼 이런 패트릭이, 대뜸 '가석방된 전과자'로 나와 아내와 어린 딸을 안심(이 될 리가 없지만)시키는 장면으로 영화는 대뜸 시작한다. 트럭 운전을 하며 애써 장만한 집은 은행에 차압되어 경매에 부쳐지기 일보 직전이며, 이제 운동에 적성을 보이기 시작한 어린 딸 장래 관리 해 주는 데 앞으로 들어가야 할 돈도 천정부지일 듯하다(라고 영화는 관객들에게 판에 박힌 장르 설정을 징징거리며 전달하고, 이런 장르물과 '놀아줘야' 하는 우리 관객 역시 '저런저런 ㅉㅉ' 하며 학습된 반응을 장면장면마다 스크린 밖, 아니 TV 앞에서 추임새로 함께 연출해 댄다).
패트릭은, 아니 극중 이름으로 크루즈는, 트럭 모는 솜씨 하나는 좋아 어느 검은 속셈을 지닌 재산가로부터 '트랜스포팅'을 제안받는다. 아마도 이 작으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은 모 제작자가 이로부터 4년 뒤 제이슨 스테이썸이라는 무명 배우를 캐스팅하여 인기 프랜차이즈를 하나 만들어낸... (건 전혀 아니고 본래 광범위한 미국 영토에서 뭔가 구린 물건 - 마약이든 이 영화에서처럼 불법 총기류든 - 을 운반하는 이야기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굳어져 있었음) 극중에 보면 동행하는 찌질이가 '트럭을 이케 잘 모시면(운전하시면) 돈깨나 버셨을 텐데 (가족 놔 두고) 왜 범죄 공범으로 가담하시게 된 거임?'이라고 물어 보는 대사가 있다. 확실히 1급 면허 대상 차량 모는 게 세단 운전하는 것과 같은 난이도는 아니겠으나, 한국에는 저 정도 되는 기술자가 너무 많이 길에 돌아다니는(그 중 상당수는 선을 넘는 난폭 운전의 대가이기도 ㅋ) 터라(우리는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이런 손재주, 기예가 발전한 민족임. 머리는 되게 나쁨) 이 장면 한정으로 설득력이 아주 떨어진다고 해야겠음.
이 작은 트럭 스릴러의 전형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이 장르에서 찍힐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듀얼(duel) 씬'이 화면에 다 담긴 선물세트라고 볼 수 있음. 개인적으로 픽션 상의 거대 트럭이 하이웨이에서 일반 차량을 위협하는 장관을 처음 본 건 <전격 Z작전>에서 골리앗(걸라이엇) 관련 에피소드(2부작이었음)였는데, 그때 깨달은 건 시커먼 칠을 한 대형 차량이 펼치는 액션도 꽤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놀드도 그 큰 덩치를 하고 무려 20년 동안 한 장르를 독식한 스타 아니었나 말이다.
아놀드도 대중에게 본격 인지도를 높인 역이 <터미네이터>에서의 괴물 빌런이었던 것처럼(데뷔작은 선역이었음), 트럭은 대개 도로상에서의 악역으로 아주 즐겨 동원되며, 여태 내 블로그에서 이것 관런 설명은 아주 자주 한 적 있고, 가장 최근이라면 8월 2일 <죽음의 트럭> 리뷰에서도 언급했다(해당 작은 엄밀히 말해 그 소재가 '트럭'이 아니라 '랙카차(ㅋ)'이지만, 일반 운전자들이 마주하는 느낌으로는 아무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영화는 1) 진즉부터 악당의 총기류 밀수 움직임을 감 잡고 증거 확보에 몰두하던 FBI, 2) 솜씨는 좋으나 쓸데없이 양심적인(?) 피용인 패트릭을 내내 미심쩍어하던 악당이 끝내 그 가족을 인질로 잡는 등 양쪽 방향에서 압박을 받는 조마조마한 패트릭의 행보를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잡아내는 진행이다. 이러면 결말에 가서 패트릭, 아니 크루즈의 결백을 어떻게 증명할지 미리 떡밥을 깔아 놓아야 하는데(물론 대놓고 B급은 이런 수고도 없이 그냥 그런 줄 알라며 바로 끝내 버림), 영화는 한편으로 악당의 끄나풀을, 다른 한편으로 경찰 인력(그냥 경찰도 아니고 무려 FBI 요원이라고 함)을 이 일행 속에 심어 놓아 복선을 마련한다. 따라서 관객은 패트릭이 과연 무사히 '트랜스포팅'을 마쳐 돈을 얻어내느냐(혹은 마침내 범죄를 당국에 신고하여 영웅의 역할로 복귀하느냐) 하는 숙제 외에, 누가 숨은 연락책인지 정체를 밝히는 재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여기에, 3) 라이벌 조직에서 이 물건을 가로채려고 별개의 추적자들을 도로상에 붙이므로 놈들을 떨궈 내는 과정을 지켜 보는 게 또 하나의 재미이다(라고 말하는 중이나 사실 이 부분이 어설픔).
(스포일러)
FBI 요원은 나중에 쏘니임이 드러난다. 사실 그냥 끄나풀이 아니라 수사 인력이라면 다른 두 사람의 찌질이(한 명은 밑바닥, 한 명은 오줌도 채 못 가리는...)일 수는 없으므로 뭔가 균형이 안 맞으니 답이 뻔하지 않냐고 할 수 있으나, 쏘니는 '흑인'이니 어느 정도 균형이 맞다고 해야....(!). 뭐 요즘 분위기로 20년 전 영화를 재단할 수는 없겠으니. 나중에 패트릭, 아니 크루즈의 결백을 증명하는 FBI 과장 역의 그 배우는 <에일리언 3>에서 끝까지 리플리를 돕는 그 흑인 역을 맡기도 했다. 마치 늙은 닭대가리처럼 작가... 아니 가수 되겠다고 전혀 적성도 없는 작곡, 가수 연습을 여가 시간에 열심히 벌여 주위를 괴롭게 하는 모지리 역은, 실제 컨트리 가수인 랜디 트래비스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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