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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별의 온도가 올라가 봄과 가을이 사라져 버리고 여름과 겨울만 남았는데, 그 겨울조차 한 달쯤 짧아졌다고 합니다. 추위 또한 예전의 겨울 추위만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고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옮겨 다니며 겨울을 납니다. 기껏 나가 논다는 것이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공부일 뿐입니다. 내 어렸을 때는 아무리 추워도 실내에 처박혀 있지 않았습니다. 한겨울에도 제기차기, 연 날리기, 구슬치기, 팽이치기, 얼음지치기, 윷놀이, 눈싸움, 깡통 돌리기, 기차놀이 같은 놀이를 하며 밖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특히 강으로 흘러드는 시냇물이 꽝꽝 얼었을 때 얼음배를 만들어 노를 젓고 다니며 놀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기쁨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편리하고, 한편으론 뜻 없이 바쁘기만 하는 사회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가엾고 불쌍’할 따름입니다. 아이들 시대라고 떠들어대지만 실제로는 아이들 시대가 아닌, 미래가 없는 시대입니다.
이런 악동 시절을 거치면서 자연과 더욱 친밀해졌던 것 같다. 요즈음 아이들이 자연을 지극히 예찬하고 보호하는 공부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자연을 깊이 아는 게 아니라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관조하고 알기도 전에 보호하고 아끼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은 자칫 위선을 가르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함께 뒹굴고 그 자연의 온갖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맛보지 않고 어찌 자연을 아낄 생각이 들겠는가. 불행하게도 이제는 자연 속에 파묻혀 개구쟁이 짓을 하려 해도 자연이 파괴되어 가니 할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놀이란 자연을 떠나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인데 자연이 죽어 가니 놀이도 죽어 없어지고 있다. 자연도 없고 자연 속에서 느꼈던 배고픔도 없고 그 배고픔을 잊으려고 벌였던 숱한 놀이판도 사라지는 안타까운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다. (82 - 83쪽 발췌)
이런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잃어버린 아이들 놀이도’ 안타깝고 ‘그 진득하고 정겨운 추억의 끈을 놓쳐버린 기성세대들도’ 가엾어 놀이에 빠져들었을 것입니다. 지은이는 그렇게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나라 안팎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놀이를 모았습니다. 그러고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았습니다. 놀이를 찾는 곳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 함께 놀았습니다. 어디를 가나 ‘노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전도하며 앞에 나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이 책은 이론과 실천이 아우러진 결과물인 셈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월부터 12월까지 모아 놓은 아이들 놀이는 흥미진진합니다. 어려서 놀던 놀이를 생각하게 하고 그 때 같이 놀았던 동무들 얼굴을 그리게 합니다. 저절로 얼굴 근육이 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아련한 그리움에 젖습니다. 교정 교열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글과 그림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좋은 내용의 글에 결함이 아닐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