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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은 장편소설에 비해 사건의 전개가 단순하고, 긴장감도 떨어지기 때문에 - 물론, 사람을 단숨에 휘어잡는 흡인력 있는 역작도 많긴 하지만 - 단편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한 작가가 일정 시간 동안 여기저기에 발표한 단편소설들은 통상 어느 시점에서 단편소설집으로 엮여서 다시 출간되기 때문에 여러 작가의 단편들이 함께 실려 있는 단편소설집은 여간해서는 읽지 않는 것이 나름의 원칙이다. 아마도, ‘박민규 작가’의 단편이 실려 있지 않았다면 나는 절대로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요즘 박민규 작가에게 푹 빠져있다. 그의 소설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 차를 두고 한 권씩, 한 권씩 읽으려고 의도적으로 그의 책들을 한 번에 주문하지 않고 있을 정도니깐. 마치 맛있는 것은 아껴두었다가 마지막에 먹는 아이들처럼. 훨씬 진지해진, 그러나 여전히 장난스러운 소설 ‘누런 강 배 한 척’은 내가 읽었던 박민규 작가의 소설 가운데 가장 - 아직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아껴 읽느라고 남겨 두었다 - 진지하다. 이 소설이 정말 박민규 작가의 소설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만큼. 한 편으로는 그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벌써 그의 독특한 스타일이 변하는가 하는 아쉽기도 한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 소설이었다.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고통이나 불편함이 아니다. 자식에게서 받는 소외감이나 배신감도 아니다. 이제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며 삼십 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 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박민규 작가의 소설에서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가 이 소설 하나로 인생을 다 살아버린 중년의 마지막을 힘겹게 넘고 있는 초로의 사내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스타일로 승부한다고만 여기던 소설가의 깊은 사색의 흔적과 집착 없는 인생에 대한 태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역시 박민규 작가하면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스타일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작가들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그의 엉뚱함은 소설의 말미에 나를 미소짓게 그리고 안심하게 한다. 단편소설집의 매력 :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는 즐거움 사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인 관계로 함께 실린 다른 단편 소설들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내 돈 주고 산 책은 무조건 끝까지 읽는다.’라는 나만의 원칙 때문에 그냥 의무적으로 책장을 넘기다가, 단편소설집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매력은 바로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즐거움이었다. ‘박민규 작가’의 단편 소설 이외에 총 일곱 명의 작가의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 두 편의 소설이 마음에 든다. 28% 정도의 확률이라면 꽤 높은 수준이다. 소싯적에 열심히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을 때에는 한 권을 다 읽어도 맘에 드는 소설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내 취향이 바뀐 건 아닌데, 무슨 이유일까?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어서 소설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뀐 걸까? 그건 그렇고, 마음에 드는 두 편의 소설은 ‘이현수 작가’의 ‘남의 정원에 함부로 발들이지 마라’라는 제목의 소설과 ‘편혜영 작가’의 ‘분실물’이라는 소설이었다. ‘이현수 작가’의 ‘남의 정원에 함부로 발들이지 마라’는 작품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 못한 두 여자의 이야기를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잘 풀어낸 소설이다. 길이는 길지 않은 단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짧은 시간에 써낼 수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단순히 재능만으로는 결코 써내려 갈 수 없는 엄청난 공을 들인 작품임을 느끼게 하는 흔적이 전체적으로 묻어나는 소설이다. ‘편혜영 작가’의 ‘분실물’이란 작품은 스토리 보다는 분위기에 압도 당하는 소설이다. 소설 속에 어떤 배경에 대한 설명은 거의 배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는 동안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이 소설의 배경 이미지가 영상처럼 스쳐 지나간다. 별로 특별한 사건이 전개되는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은 마치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려진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인 듯 느껴진다. 스토리보다는 스타일이나 분위기 그리고 구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내 성향에 딱 어울리는 우울한 혹은 암울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이현수 작가’와 ‘편혜영 작가’ 모두 꽤 오래 전에 문단에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인 것을 확인하였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나만의 관심작가 리스트’에 올리기 위한 마지막 절차로, 이 두 작가의 장편소설을 한 권씩 읽어 봐야겠다. 현재로서는 내 관심작가 리스트에 올라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래도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에는 분명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BOOK : 2010-053-0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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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인 '누런 강 배 한 척'과 본인 추천작 모두 작가 박민규의 거침없는 문체와 표현을 잘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내용은 그의 실험적 문체와는 달리 고전적인 삶의 고민들을 담고 있다.
작가의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썼다는 '누런 강 배 한 척'은 자식에게 남아 있는 집마져 모두 주고, 아픈 아내와 삶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은 노년의 은퇴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더욱 고전적인 주제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처럼 21세기 현대에도 여전한 가난과 가난으로 인해 허물어질 수 밖에 없는 가족, 즐거움, 희망에 관한 얘기..
이런류의 수상집을 읽는 재미중 하나는 잘 알지 못했던 작가와 작품을 만나게 되는 것이리라.
천운영씨의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 김애란씨의 '침이 고인다'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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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