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디 지릴났다꼬 또 오나 지지한 기 오믄 마 안 오이만 몬한기라 기왕 올라카믄 대판 와가 속을 화딱 비비야 뭐시 오징어라도 와아아 몰리오재
-시 누꼬? 중에서-
‘구룡포로 간다’는 권선희 시인의 처녀시집이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시인이 동해안 포구 구룡포에 정착하여 바다사람들의 냄새가 물큰 묻어나는 시집을 냈다. 경상도 구수한 사투리를 이 지방 사람들보다 더 눅눅히 시라는 언어로 녹여 내고 있다. 구룡포, 일본인에 의하여 수탈목적으로 1930년대 개항된 어촌이다. 한 때는 오징어가 많이 잡혀서 지나가는 개도 지전을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60년대의 대표적인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였다. 그러나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든 요즘, 다시 포항의 특산물로 전국에 인기를 끌고 있는 과메기 주산지다. 권시인의 시집에는 구룡포 바다사람, 서민의 애환이 시인의 눈을 통하여 삶의 진정성을 통찰하고 있는 듯하다. 평소 시인은 시를 쓴다. 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겸손하게 시를 줍는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갯가 포구 사람들과 노인, 평범한 일상의 우리 이웃. 골목어귀에 서성대는 개들 등 모든 소재에 대한 따스한 이야기 들이, 평소 시를 잘 모르는 평범한 모두에게도 쉽게 읽혀지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은 일상의 언어로,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의 눈으로, 사물을 묘사하는 독특한 사고를 발견하게 된다. 시인은 수록된 시의 곳곳에 절묘하게 보편적 삶의 가치를 숨겨둔 듯하여, 읽고 또 읽으면 시인의 고운 맘과 생각을 훔쳐볼 수 있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우체국 골목 양지바른 주점 곁에
이발소 하나 차리고
평강이발소 간판 올리면 조옿겠다
햇살 드는 쪽엔
치자꽃 반쯤 핀 화분을 놓고
복돼지 젖 물리는 그림도 걸면
축 개업 거울 속에 앉은 손님
자분자분 가위질 소리에
세상풍파 내려놓고 곤한 잠 들겠지
비린 바람 창 너머 기웃거리면
자그마한 카셋트에선 애간장 끊는 뽕짝
엽차 끊는 난롯가에 앉아 따라부르며
손님 구두 벗겨 닦기도 하고
수건 차곡차곡 개다 보면은
골목에 하나 둘 주점이 술렁대겠지
색시들 호호대는 초가을 저녁
이발하고 구두 닦고 나서는 손님
가슴은 바알갛게 단풍 들겠지
- 평강이발소 전문 -
시를 읽노라면 구룡포 뒷골목 어디쯤 평강이발소 차려놓고, 해지는 어스름에 한가롭게 손님 기다리고 있을 시인이, 때마침 지나가는 나를 붙들고 명태포 안주하여 탁배기 한 사발 하자고 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앞으로도 좋은 시를 독자에게 발표할 바다내음 가득한 시인에게 처녀시집 발간에 무한한 격려와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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