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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고전을 떠올릴 때면 늘 마음의 빚을 갖고 있었다. 아마 이런 분들이 많으리라. 그런데 늘 쌓인 동양고전도서 목록을 바라볼 때면 한문공부를 염두에 두고 있어 이게 적잖은 부담이었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작은 실수라고 할 수 있다. 기대했던 '한문공부도 겸해서...'라는 당연한 생각을 품고 들어본 이름인(성백효, 김학주, 이기동, 이가원 등의 성명은 사계의 권위자들로서 유명) 역자에 저렴한 가격이 맘에 들어 서점에 직접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주문하게 되었다.
도서를 받고 나서 하단 각주에 그냥 대조용으로만 실려 있는 원문에 잠시 아연했었다. 난자 풀이도, 직역도 제공되지 않는... 아까운 마음에 출퇴근길에 갖고 다니며 읽노라니 의외의 미덕을 발견하게 되었다. 원문에 대한 부담을 벗고 그냥 외서 번역물 보듯이(언제 서양고전 읽으면서 라틴어 원의나, 희랍어 원뜻을 공부하거나 원문을 대조하며 읽지는 않지 않은가?) 보노라니 오히려 원문을 세세히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 서적들에 비해 몇 분의 일의 수고만으로 논어를 읽어 그 대의를 알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하단의 원문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읽어나가다가 좋은 문구를 만나면 가끔 밑줄을 긋기도 하고...
정통 해설판들(예를 들어 전통문화연구회 편의 서적들)을 정색하고 책상에 올려 한자 한자 세심히 쓰면서 한문공부도 겸하는 경우의 고행에 비할 때, 반대편 극단에 있다고나 할까. 처음 읽어나갈 때는 빈약한 설명에 실망했었으나(이기동, 박기봉의 세심한 번역, 강설에 비해) 이 책을 읽었기에 논어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내처 좀더 깊은 해설서로 나아가게 되었으니 이 책의 도움이 컸다고 하겠다. 한문공부의 부담을 벗고 논어에 어떤 말씀들이 씌여 있는지 읽고 싶은 일반인들에게 적절한 책임. [인상깊은구절] 공자의 교육 방침에는 네 가지 중요한 것이 있었다. 독서와 실천과 성실과 신의였다. (子以四敎, 文行忠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