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누스... 사실 영어식으로 읽는 비너스가 더 익숙하지만 베누스라고 하면 어쩐지 더 이국적이고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미의 여신인 베누스에 대해 내 머릿속에 박혀 있는 상은 다름아닌 보티첼리의 베누스다. 학교 다닐 때 들은 미술사 수업, 컴컴하게 커튼 치고 교수님이 틀어주던 슬라이드를 본따 그리는 데 정신없었던 내 눈앞에 눈부시게 떠오른 그녀. 부끄러운 듯, 어색한 듯, 그러면서도 당당한 아름다움으로 바람의 신이 밀어주는 조개껍데기를 타고 해변가로 잔잔히 밀려오는 베누스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름답구나...
그 이후로 루벤스의 육중한 베누스를 보면 가슴이 갑갑하고 티치아노의 베누스를 보면 그저 이쁜 옆집 언니야 같으며, 카바넬의 요염한 베누스를 보면 어딘가 속이 거북해지는, 솔직히 좋지 않은 편견에 사로잡혀 버렸다.
이 책에는 나의 영원한(최소한 아직까지는) 미의 표상인 보티첼리의 베누스를 비롯해서 그의 작품세계와 생애가 가득 담겼다. 처음에는 글이 좀 빡빡하다 싶었는데 읽다보면 술술 따라가게 된다. 별도의 페이지로 마련된 상세 설명도 풍부하고, 당대 역사적 사건들을 함께 연결한 두 페이지짜리 연표도 충실한 편. 또한 그간 잘 몰랐던 그의 말년 작품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으로 얻은 또 하나의 큰 소득이다. 초기의 정갈한 작품들에 비하여 뭔가 흐트러지고 정돈되지 않은 듯하지만 심금을 자극하는 강렬한 에너지가 넘친다. 집에 있는 CD의 표지를 장식한 그림이 보티첼리의 <신비의 강탄>(1501)이었다는 사실도 덤으로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