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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행을 다녀온 친구랑 2.28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이 책 생각이 났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내 리뷰가 없었다. 블로그 열심히 하기 전에 읽은 책이었나 보다. 그래서 리뷰 올리기 위해 대강 다시 읽어 보려고 했는데 그만 책에 푹 빠져서 주말 내내 생각하다가 읽다가 먼 산보다가 하면서 진지 모드 상태로 있었다. 왜 이리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가슴이 뻐근하니 아픈지. 3년 전에 비해 내가 아는 것이 좀 더 많아진 탓인지, 두번째 읽으니 더 와 닿는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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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치로 무소불위의 힘을 부리던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움직임과 함께 접한 사이공의 흰옷! 순박한 주인공이 학생 운동에 가담하여 매판자본에 신음하는 민중들의 해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학생 운동 중 검거되어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서도 무력 앞에 굴복하기보다는 열렬한 투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어렴풋하게 떠올리며 리포트 형식에 담은 아시아의 우울한 자화상을 더듬어 본다.
전대미문의 학살 뒤에는 미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의 야욕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방대한 자료와 통계수치를 일일이 다 기억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미지의 세계로 항해하며 새로운 앎을 찾아가는 행로로 가닥을 잡아 나갔다. 배낭여행의 메카로 알고 있던 방콕의 거리가 윤락 여성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기지촌 화되어 간다는 이야기는 생경하게 다가왔다. 전쟁과 식민지의 잔상들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으며 마닐라와 서울이 3대 섹스관광지 중 하나라니 굴욕적인 현대사로 받아들여진다. 전쟁에 파병 중인 미군의 군화에 짓밟혀 유린당하는 아시아 여성들의 피해는 인종주의를 넘어서 청산해야할 공공의 과제로 남는다. 킬링필드의 역사를 안고 있는 캄보디아! 크메르 민족의 찬란한 황금시대를 입증하는 앙코르와트의 유적을 언젠가는 답사해보리라는 꿈이 앞서 인간의 야만성과 참혹함을 입증하는 툴슬렝은 묻어두고 지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미국을 등에 업고 미국이 조종하는 대로 동족을 대량 학살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크메르루주의 폭압적 실체 앞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삶의 방식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대량 학살한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는 박물관은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비춰주고 있다. 수많은 혼령들의 한 서린 삶을 해골로, 각종 고문 도구로 폭압자들게는 일침을 가하고 있는 듯하다. 1945년 일제의 폭압 아래 신음하던 우리 민족은 광복을 맞았지만 혼란기를 제대로 수습해 새로운 역사를 펼치기도 전에 열강의 이권 개입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말았다. 유사 이래 분단 고착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든 실정이다. 베트남 역시 1945년 9월 호치민은 하노이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베트남 민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지만 프랑스의 침탈 아래 또 다시 분단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 후 1954년 친미정권인 응오딘지엠은 미국의 지원 아래 단독 선거를 통해 베트남 내에서 실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열강은 국익을 내세워 끊임없는 내정간섭에다 약소국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쥐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한 골든 트라이앵글이 전 세계 아편 생산을 주도하는 기반을 조성한 미국 ! 지금껏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아편 사업에 손을 대고 그것을 미국 본토로까지 배급하는 장본인으로 이율배반적인 일도 서슴지 않고 있음을 보면서 인간성 회복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걸어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법륜 스님이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지냈는데 그 상의 유래를 접하고 보니 마뜩찮은 상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평화를 실천하며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신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내려지는 상이기에 그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고 여겼을 정도였다. 하지만 막사이사이상은 미국의 지원 아래 공산 게릴라 토벌에 혁혁한 공을 세운 국방장관에 대한 예우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한 반공 주의자를 후원하며 친미 세력의 발판을 다지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그 의미를 망각한 채 막사이사이상 수상자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고 좋아만 해서는 안 될 일로 비춰진다. 글을 읽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시아의 그늘을 하나씩 들춰내며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일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알리며 현실을 직시하라는 당부를 하는 듯하다. 강물이 흘러 대양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소수 민족들이 연대하여 과거의 참화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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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은 지역적으로 가까운 나라임에도 심리적으로는 아메리카나 유럽보다도 멀게 느껴지던 나라들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기 전에 캄보디아나 라오스 같은 나라가 아시아 내에 존재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이와같이 가난한 그래서 선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인도차이나 반도 주변의 나라들은 나의 관심 안에 조그만 위치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아시아의 기억을 걸으면서 우리 나라가 광복 이후 민주화를 겪으며 그리고 여전히 제국주의의 틈 바구니 안에서 놀아나며 일반 민중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 역경들이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똑같은 색깔과 이미지로 그들의 민중에게 닦쳤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들 역시 '이승만'과 '박정희' 아래 진실한 민주화가 억압 되었고 '6.25전쟁'과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거치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은 아시아 라는 이름 안에 그들과 동질성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자신의 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자신이 전쟁을 선포하여 몰아내겠다고 한) 불법 행위를 비밀리에 행하면서 다른 나라를 황폐화 시켰던 미국에는 대단한 역겨움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해졌다는 이유로 동일한 아픔을 겪었던 그리고 여전히 그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같은 지역권 내의 형제 국가들을 돌아보지 못하고 과거 미국과 일본의 제국주의가 한국에서 행했던 일들을 그들 나라에 고스란히 행하는 제국주의의 행로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나 조차도 화려한 외관과 편리한 물질에 눈이 먼 나머지 그들 나라에서 숨쉬고 있는 한국의 과거 기억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 지역의 근현대사의 사건들과 그 사건들이 야기된 원인에 대해 깊은 조사와 고찰을 해야만 했을 것 같다. 새로운 시각에서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해 준 이 책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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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현 저 | 그린비 | 272쪽 | 498g | 2007년 07월 25일 | 정가 : 13,900원 즉흥적으로 대만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첫날 우여곡절 끝에 방문한 타이베이 228기념관에서 본 타이베이의 과거는 가이드북에서 읽었음에도 충격이었다. 여행 이야기도 할 겸 역사에 대해 알 아는 친구와 이야기 하던 중, 228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 책을 소개받았다. 낯설지 않은 저자였다. [느린 희망]을 아주 어설프게 읽었던터라 별다른 두려움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읽기 힘든 책이라는 것을 페이지 넘길 때 마다 절감했다. 어쩌면 [느린 희망]도 너무 몰라 쉽게 읽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간 대만을 비롯해 필리핀,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접하게되는 사실(!)들에 더욱 놀랐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싼 값에 돌아다녔던 관광지의 역사적 사실들은 이제와서 마음을 무겁게 했다. [희망을 여행하라]에서 공정 여행을 이야기하며 접했던 사실들의 시작과 바탕이 되는 이야기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 큰 전쟁의 후방기지로 미군 휴가지로 선택된 곳들에 생겨난 생계형 성매매산업에 대한 이야기와 성을 매수한 이들이 '동남아 여자들은 정조관념이 없다'는 말로 마음의 무게를 덜었던 일도 한국 남성이 예외가 아니기에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미국이 밟고 간 곳을 일본, 우리나라, 중국 남성들이 순서대로 쓸고 다니고 있다. 전쟁을 겪고 여성이 몸을 팔아 누군가를 먹여살린 나라에 제국주의 대통령을 세워지고, 독재를 경험하고, 민주화항쟁을 겪으며 비슷하게 발전해온 아시아 다른 나라의 경제사정이 우리만 하지 못하다고 무심결에 무시했던 마음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미안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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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륙은 다른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 비해 유독 침략이 많았고 근대에는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가 되어 수탈의 대상이 되었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그래서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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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하얀 가면을 걸친 흑인과 무엇이 다른가? 가난한 사람은 부자의 시선으로 공부 못하는 학생은 잘하는 학생의 눈빛으로 자신을 질책하며 가면 무도회를 떠돈다. --- 박구용(전남대 철학과 교수)---
아시아의 기억을 한 없이 거슬러 걷다 보면 저기 저만치 진실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지금에 와서 우리는 그 기억을 굳이 볼려고 하지 않고, 어쩜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알고 싶었다. 진실된 우리의 모습을.... 그 목마름에 갈증을 해소 시켜주는 단비와 같은 책이였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대만의 역사가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몇 십년전에 태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있었고, 대만에서도 있었다. 베트남전쟁에는 우리나라 군인들이 많이 파견됐었고, 한국전쟁이 발발했을때는 필리핀 군인들이 많이 파견됐었다.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한국이 경제적으로 수혜를 많이 입었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쓰러져가던 일본이 경제적인 수혜를 입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다.
우리는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아니 겪고 있는 아시아인들이다. 무서운 것은 우리가 그들의 가면을 걸치고 그들과 같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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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의 종전이후에 동아시아에서는 제국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악순환의 되풀이와 그로인한 나락의 지경에 다다르게 되는 현실을 맞이한다. 물론 그 거대 폭풍우에 휘둘려 고통받고 사라진 무수한 꿈과 희망은 어디서도 보상받음이 없이 묻혀만 갔다. 그래서인가 지금의 우리들은 그것에 대해 들추어 보고 싶어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워낙 얽힌 매듭이 많아놔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고, 누구에게 답을 찾아야 하는지도 막막해서.....
대부분의 동아시아 나라들이 서구 열강의 식민치하를 겪었고, 같은 동아시아의 일본의 침략에 의해 가슴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처지라서 지금도 그 골은 깊을 수 밖에 없다. 역사나 정치등에 관심이 별로 없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한 곳이 아닌 프놈펜에서 도쿄까지의 기억의 발자취를 살피면서 변화와 이해관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설프나마 나름의 구도를 잡아보게 되는 묘미에 이끌리게 된다. 스스로 알아보기 이전에 보다 쉽게 나열하고 있으니, 다소 견해의 차이는 있을망정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는 용이하다. 과거 극도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들과 대안 또 어떠한 행동의 예측들이 있었는 가를 알아야 할 필요는 확실하기에......
권력의 독식을 위해 희생시키고, 이념을 실천하기보다는 그것을 빌미로 해서 커다란 결탁과 음모가 있었음을 ....., 물론 재건의 요소는 제공되고, 힘은 생겨 났을지는 모르나 조종되고 이끌려가는 흐름의 불안을 아직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할 지도 모른다. 우리도 그러한 역사의 고리안에서 같은 되풀이를 하였기에 안스러움이 배가 된다. 미국이란 나라의 힘을 절감하며 그들에 의한 동아시아의 반전은 밝음만이 아닌 그 이면을 더 확실히 꼬집고 있다. 여전히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불안하게 홀로 서기를 하는 아이같기도 하지만......
그들은 입김만큼의 자리매김을 아직도 바라고 견제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생각의 힘이 자라는 만큼 우리도 그만의 힘을 키워 자주적인 중요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가 서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고, 경제적인 부분이나 민주주의, 사회화, 성장등이 같아져 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안에서 우리의 슬기를 발휘해서 창조할 것은 많다. 아픈 역사를 더 이상 되풀이 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확실히 알고 있기에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나갈 필요는 더 더욱 절실한 것이다.
베트남전쟁의 길고긴 사연도, 각 나라에 무수한 이들이 죽음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었던 희생의 장소들 모두와 아직도 난민의 실정에 있는 보트피플의 사정은 딱하기만 하다. 사정을 아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기막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않는 지금의 우리들은 각성해야 한다. 좁디 좁은 지역안에서 동시다발로 많은 사건과 뒤집혀 버린 정황을 맞이한 이도, 그것을 정리한 이 또한.... 우리 동아시아 민족들이었던 점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왜 그들이 우리에게 이러한 혼란을 맞이하게 했는지, 그만큼의 성과가 있었는지 되돌아 보면서, 우리 입장에서 묻힐것도 묻어 버리고 싶은 것도 각성하는 자리로 삼아 책임과 노력을 절실히 다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찬란한 동쪽의 빛을 비추기 위해서, 아시아는 다시금 어떠한 지배의 굴레도 맞이하면 안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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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고 힘들게 되짚어 걸어야만 했던, 아시아의 기억. 언젠가 아시아의 ‘문학 심포지엄’에 대한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이는 유럽과 일본의 제국주의의 식민지였던 동아시가 공통된 울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하였다. 그것은 20세기 내내 제국주의의 침탈과 파행적 근대화로 고통 받은 아시아는 21세기에 들어온 지금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아시아 문학인들이 문학예술을 통해 함께 꿈을 꾸고 평화연대를 이룩하자는 취지였다. 그때 난 역사시간에 배운 단편의 지식으로 대충 짐작은 갔지만, 이런 모임까지 만들게 한 공통의 슬픈 역사의 내면으로 들어가면 더 침울한 무엇이 기다리고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19세기 유럽의 제국주의는 식민지 개척 및 내정간섭을 통해 아시아의 제국주의로 번식되어 갔다. 영국은 인도를,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를, 네덜란드는 동인도제도를, 러시아는 시베리아인들과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교도들을, 스페인은 필리핀을, 다시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하고 통치했으며, 돌연 제국주의로 돌변한 일본마저 같은 동아시아인 한국 및 동남아시아를 진출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하나둘씩 독립되었지만,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갈등 속에 아시아의 진동은 끊이지 못했고 분쟁과 충돌 속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이렇게 유재현의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는 서구 열강과 같은 동아시아인 일본에게 마저 상처를 입은 아시아의 슬픈 역사를 되짚어보고 있다. 저자가 서두에서 ‘아시아는 지리가 아니고 역사이며 이념’이라고 밝히듯, 이 책은 또 하나의 이념으로써 아시아의 역사를 새롭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하나둘씩 독립을 이룬 동아시아의 모습이다. 이후 아시아는 제국주의의 그늘아래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그 독립은 애초부터 쟁취가 아닌 또 다른 역사적 희생을 깔고 있는 것이었다. 권력과 이념 뒤에 숨어진 수많은 결탁과 음모는 아시아를 또 다른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카오산 로드 부근의 민주기념탑에 깃든 의미는 무엇인지,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무엇이며, 라오스 골든의 트라이앵글은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필리핀의 막사이사이 대통령은 누구인지, 인도차이나 반도 중 태국만 왜 공산화가 되지 않았는지, 기나긴 베트남 전쟁의 속사정은 무엇인지, 등 아시아인으로써 아시아의 역사에 대해 내가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대만, 카오스, 등 너무도 친숙한 이름이지만, 그동안 이곳들을 값싼 동남아시아 여행지 정도로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해본다. 개인적으로 너무도 더디게 읽은 책이다. 그것은 수십 번 가던 길을 멈춰 뒤를 돌아보게 하고, 다시 숨을 고르게 하는 어려움 때문이었다. 아마, 이 책 사이사이에 몇 권의 책들이 겹쳐 읽어졌던 것 같다. 쉼 없이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에는 한 세기 이상의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던 많은 내용의 양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볍게 넘어가기에는 아시아의 슬픈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고 할까? 아시아의 역사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제국주의의 침탈과 독재정치의 횡포, 전쟁, 종교와 지역간의 분쟁 등은 아시아의 역사를 슬픔과 울분으로 적셨다. 그러므로 아시아의 기억을 되짚는 것이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아시아의 기억을 걸어봐야 하는 이유는 과거는 미래를 잉태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쓰이게 될 아시아의 역사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아시아는 열등하지 않으며, 서구를 추종하는 노예가 아니며, 버림받은 민중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아시아의 그릇된 운명을 거부하고, 미래의 자손들이 울분과 슬픔으로 아시아의 역사를 걷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07.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