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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주말의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는 각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영화들이었
다. 그 밤에 하는 세 편의 영화는 아무래도 영화를 보는 것이 힘들었던 그 때, 그리고
내가 직접 골라 보지 않기에 그 의외성 때문에 더욱 즐거운 영화보기를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멋졌던 그 때의 더빙들도 이제는 너무나 그리운 일이다. 지금처
럼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지금에는 그리운 추억이기도 하다.
그 때 만났던 그 영화들 중에서 제대로 보지 못했으면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한
번은 꼭 만나야지 하고 생각했던 영화가 있었다. 바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들고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조디 포스터'가 출연했던 이 영화는 그렇게 나의 기억에 남
겨졌다. 그 무렵 제대로 만나지 못했기에 어쩌면 더욱 궁금했던 이 영화는 한번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오래 오래 나의 기억속에서 한번 돌아봐 주기를 기대하며 자리를 지켰
고 그렇게 강산이 바뀔 정도의 시간을 지나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내 마음에 쌓인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들은 이 영화를 이제 만난 것이 조금은 고맙
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잘 알려진 영화의 줄거리처럼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트래비스'가 불면
증을 앓고, 그래서 그 불면증을 이겨내려 제목처럼 '택시 기사'가 되는 것에서 이야기
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택시를 몰면서도 불면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트
래비스'가 포르노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선거 캠프'에서 일
하는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리고 자신의 좁은 선택지로 인해서 그녀의 데이트가
망가지고, 그녀와의 만남도 무너지면서 급속도로 진전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이 영화
는 '트래비스'와 다른 택시 기사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택시를 운전하면서 '트래비스'
가 만나는 거리의 어두운 쪽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대화
를 통해서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전해진다.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가 자신의 영화에
서 수다스러울 정도의 대사량을 자랑하면서 등장인물들의 긴 대화로 영화의 메세지를
관객들에게 던지는 것처럼 이 영화도 핵심적인 '트래비스'의 생활에서 대화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물론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대화들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보여
주는 현란한 대화는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짧게 짧게 끊어질듯 서로에게 던져지는
대화들과 그렇게 망가져가는 '트래비스'의 삶, 그리고 그 삶의 끝에서 결국 불면증을 이
기고 세상을 향해 한 번 소리질러 보려는 '트래비스'의 선택은 대화가 끝이나고 행동으
로 이어진다. 그렇게 이 영화 '택시 드라이버'는 대화가 끝나는 부분에서 화려하지는 않
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총격 장면으로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결국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아무런 힘이 없는 '택시 기사'인
'트래비스'가 '총'으로 표현되는 개인적 물리력으로 할 수 있는 '정의의 실현'이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행동으로 나아가는 '트래비스'가
머리를 '모히칸 스타일'로 한 것과 마지막에 다시 원래의 머리모양으로 돌아오는 것으
로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어린 소녀 한 명을 가족에게
돌려보낸 것과 그 부모님으로부터 전해져온 감사편지는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행동
하라 우리에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까지 밤에 '택시'를 운전
하는 '트래비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세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영화
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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