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옛이야기 시리즈의 열 다섯 번째 이야기집으로 각 지역의 특이한 자연 지형에 얽힌 전래 이야기들 다섯 가지를 모아놓았다. "바다에 잠긴 마을"은 전남 부안에 있는 섬 일곱 개가 모여있는 칠산바다에 얽힌 이야기이다. 흔히 알려진 홍수 설화와 비슷하지만 돌부처 귀에 피가 나면 홍수가 나리라는 나그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할아버지가 산으로 대피하다 만난 소금장수가 "이제 그만 가셔도 됩니다" 하길래 마을 청년들이 장난친 것을 말하려는 줄 알았는데 책장을 넘기니 "이 지게 작대기 아래까지만 바다가 될 테니까요"라고 하는 데에선 등골이 오싹해졌다. 듣는 이야기에선 뒷 부분을 미리 알 수 없으니 그 효과가 만점이었을 것이다. 편집자는 이런 묘미를 잘 살려 책장을 넘기기 전까진 내용을 미리 알 수 없도록 효과적으로 편집을 잘 한 것 같다. "울지 마, 울산바위야"와 "울산바위를 묶어라"는 잘 알려진 설악산 울산바위의 유래와 이에 얽힌 이야기이다. "연못에서 온 아내"는 평안도 중강진이라는 곳에서 압록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나오는 우뚝 솟은 도마봉 꼭대기의 운림 연못에 얽힌 전설로, 무척 매력적인 스토리였다. 속세를 등지고 도마봉 꼭대기 연못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던 선비의 퉁소 부는 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워 연못의 물고기가 소리를 듣고자 인간이 되어 땅 위로 나왔다는 얘기. "백날동안 뚫은 굴"은 황해도 도하리의 마십굴에 얽힌 이야기로 도미부인의 설화를 연상시키는 이야기 (예쁜 아내를 가진 힘없는 사내와 아내를 빼앗으려는 권력자, 그리고 고생 끝에 권력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부부)였다. <누군 누구야 도깨비지>와 같은 저자가 쓴 책으로, 눈으로 읽다가도 절로 소리내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할만큼 구수한 옛이야기 입말이 살아있는 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