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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전쟁-프레임을 알아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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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에 도전한 노장 버니 샌더스의 경주는 클린턴을 지지하면서 멈추었지만 그의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시급 15달러를 비롯해 월가 규제 강화, 사회복지 확대, 12만5천 달러 미만 가구의 공립대학 교육 무상화, 노인 의료보조 개시 연령 55세부터 등 클린턴 보다 왼쪽으로 간 정강을 민주당 정강정책에 담게 해 민주당 사상 가장 진보적인 모습을 갖추게 했다. 또, 정치에서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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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권에 도전한 노장 버니 샌더스의 경주는 클린턴을 지지하면서 멈추었지만 그의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시급 15달러를 비롯해 월가 규제 강화, 사회복지 확대, 12만5천 달러 미만 가구의 공립대학 교육 무상화, 노인 의료보조 개시 연령 55세부터 등 클린턴 보다 왼쪽으로 간 정강을 민주당 정강정책에 담게 해 민주당 사상 가장 진보적인 모습을 갖추게 했다. 또, 정치에서 소외된 미국 청년층을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낸 것도 샌더스의 공으로 평가받는다.

 

  샌더스의 대권 캠페인은 여러 모로 인상적이다. 처음부터 그의 승리는 대다수 민주당원의 클린턴 지지로 인해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보였다. 7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열정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쉽사리 포기하지 않게 하는가. 이런 궁금증에 해갈이 된 책이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전쟁>이다. 지난 번 읽은 최인철의 <프레임>에 이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틀'이란 프레임에 대한 호기심과 미진함이 이 책을 읽게 했다. '보수에 맞서는 성공 전략'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 속에서 샌더스의 진보주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미국의 진보주의는 왜 보수주의에게 지속적으로 패배하는가.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99%가 힘겹게 살아가는 오늘의 불평등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역시 지속적으로 진보주의가 패배해 왔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저자는 그 원인을 진보주의가 보수주의의 프레임의 덫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 우리가 생각하듯 인간의 사고가 이성과 합리주의에 기반한다는 건 거짓임이 밝혀졌다. 우리의 사고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프레임과 은유를 통해 받아들인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가정을 단위로 성장하듯이 국가는 가정이라는 은유로 이해된다. 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 모형은 사람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프레임에 반영된다. 또, 모든 사람은 보수와 진보를 모두 지닌 이중개념주의자라고 한다. 선거에서 당락을 쥐고 있는 부동층의 진보주의 프레임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진보주의가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다.  

 

 <프레임 전쟁>을 읽고 나니 샌더스가 클린턴과 선명한 이슈 경쟁을 하며 대권을 향한 경주를 멈추지 않은 것은 정치 노장의 노련한 전략과 헌신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미 보수주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다수 유권자들에게 진보주의 프레임을 다시 심어주는 일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주의자들은 인간적 유대와 진정성, 가치와 신뢰를 통해 유권자가 후보자와 친근하게 여기고 동일시할 때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고 활용해 왔다. 그에 반해 진보주의자들은 세세한 정책과 사실, 여론 조사를 가지고 이성과 합리주의에 매달려서 패배를 자초해왔다. 진정성을 가지고 가치와 원리에 집중해서 지속적으로 진보주의 프레임을 알릴 때 99%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책이다.  

 

a*******5 2016.07.16. 신고 공감 7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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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시대, 행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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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알라딘 서평이벤트에서 받은 책이며 알라딘과 예스24, 블로그에 함께 게재하였습니다. 동일한 글을 보시기를 원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이 점을 밝혀둡니다.   나는 정치적인 글은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하지만 책이 내포하는 프레임이 워낙 정치적인지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오늘날 정치세계가 '수사(修辭, rhetoric)의 전쟁 시대'에서 '행간의 전쟁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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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알라딘 서평이벤트에서 받은 책이며 알라딘과 예스24, 블로그에 함께 게재하였습니다. 동일한 글을 보시기를 원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이 점을 밝혀둡니다.


 

나는 정치적인 글은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하지만 책이 내포하는 프레임이 워낙 정치적인지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오늘날 정치세계가 '수사(修辭, rhetoric)의 전쟁 시대'에서 '행간의 전쟁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 한일합방을 위한 담판 회담이 열릴 때의 일이다. 우리측 사절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고 하는데, 시나리오는 이미 정해진 뒤였다.
회담이 끝나고 와서 국민들 앞에 하는 말, "불가불가(不可^不可)라, 나는 두 번이나 불가하다고 하였다."고 하여 둘러대지만, 정작 그 뜻은  "불가불가(不可不^可)라, 허락하지 아니할 수 없다"였다. 이런 초보적인 수사에서도 프레임이랄 게 보이기는 한다지만, 로크리지 연구소가 주지하는 것은 '행간'을 이용해서 국면을 전환하는 지극히 전략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이다.

프레임에 대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우리의 구조화된 정신적 체계"라고 거창하게 정의했지만, 나는 간단히 '사고의 다발', '수사의 다발', '인지의 다발' 등으로 묶어서 생각하고 싶다. 프레임은 단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1.언어 이전의 관습과 관념 혹은 상식-2.언어적 표현과 상징, 행간 등 언어의 사정거리-3.반복, 후속조치, 몰아세우기 등 언어와 언어에 담긴 의도를 완성하는 일련의 후속조치"라고 해석되는데 개별적으로 분석했을 때 이러한 개념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은 이러한 개념들을 종합하거나 특정한 의도에 맞게 기획하는 관점이다. 두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똑같이 이야기하지만 그 효과가 전혀 다를 때가 있다. 한 사람은 '얼음덩어리'처럼 금방 녹아버릴 수사를 구사하지만, 다른 사람은 마치 '빙산의 일각'과 같다. 철저히 계산된 행위와 언어이며, 심지어 농담까지도 시나리오에 따른다. 정치판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어느 나라를 방문하시든지 간에 그 나라의 정사에 대해서 소상히 들으실 수 있는데, 그것은 공자께서 요청하신 것입니까? 아니면 그 국가가 공자께 정보를 제공한 것입니까?
자공이 대답했다. "공자께서는 온화하고 진정성이 있고 공경하고 검소하고 겸손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실 수 있으신 겁니다. 설령 공자께서 그런 정보를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요청하는 것과는 다른 셈이지요."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
子貢曰:  ?夫子溫? 良? 恭? 儉? 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人之求之與? ?  <논어 학이>


공자가 어느 나라에 가건 그 나라의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의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말 한마디에는 천금의 무게가 담긴 것처럼 진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서 좋은 위치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이 가장 비난하는 지점은 바로 진보주의자들의 매너리즘과 '중도'에 대한 환상이다. 이것은 정동영과 손학규의 지지율이 왜 지지부진한가를 보여준다. 나는 '중도가 환상이다'는 이 책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도는 존재하지만, 매우 쉽지 않은 길일 뿐이다.

천하의 국가를 고르게 다스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높은 직위를 고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심지어 날선 칼을 밟아 지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중용은 이런 모든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도달하기 어렵다.
子曰 天下國家 可 均也 爵祿 可辭也 白刃 可蹈也 中庸 不可能也 <중용 2장>


이런 의미로 따졌을 때, 우리나라의 '중도'란 수학적으로 가운데 있는 점일 뿐이다. "중도통합신당"을 '프레임 전쟁'식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수학적으로 가운데점에 위치한 오합지졸의 정치인들이 급조한 정치집단." 이 책에서는 표층프레임과 심층프레임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빙산의 일각 중 드러난 부분이 표층프레임이며 수면에 담긴 부분이 심층프레임이다. 다만 '빙산'이 존재할 때에만 이 용어는 성립한다. 심층프레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통합신당은 무의미하다. 방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법'은 이를 낱낱이 증명한다. 이들은 비정규보호법에 담겨 있는 '수사'를 신경쓰느라, 이것을 인지하는 '반향'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프레임 실패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아예 프레임이 없는 경우다. 이들이 말하는 '중도'라는 것은 환상일 뿐만 아니라 '반거충이'이다. 드라마에서 가장 비참하게 깨지는 캐릭터가 누구인가. 악한이나 악녀는 나름대로 사랑을 받는다. 천사표 캐릭터는 진부하기는 하지만 '상식'과 통한다. 이 중간에 있는 '반거충이 캐릭터'는 양쪽에서 상식적 지탄을 받는다.

내친 김에 정치 이야기를 더 해보자. 민노당의 한계는 무엇인가? 그들은 프레임을 생산할 능력이 없다.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일단 그들 스스로의 굴레가 너무 지리멸렬하다. 그리고 스타정치인 한두명이나 수사에만 의존하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항상 수세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프레임을 구사할 공간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은 민노당을 외면하게 된다.

미국의 진보주의자들도 이와 다르지 않은데, 이 책을 살펴보다 보면 그들이 지목하는 화자가 '민주당'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화자로 설정한 사람들은 '진보주의적 유권자'들이다. 민주당의 진보세력들 역시 유권자 안에 들어간다. 이 책에 의하면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과 '말꼬리 싸움'을 하다가, 그들이 쳐놓은 프레임에 빠져서 결국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연애를 하든 경쟁을 하든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는 것은 '꾼'들이 피하는 일이다. 어떻게 되었든 분위기를 환기해서 자기쪽에 유리하게 전개하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로 책에 소개된 민주당 오버마의 프레임 생성법을 실습겸 흉내를 내본다.

신자유주의자들과 일반적인 대기업이 추구하는 방식, 그리고 미국 등 강대국이 추구하는 방향은 '우연성'을 가중시킨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자유주의는 사다리를 치워버린 자유주의이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의 돈으로 돈을 벌고, 남의 마당에 폐기물을 버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단규가 말했다. "나는 우임금보다 치수를 더 잘 할 수 있소." 맹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당신의 치적이 아니라 오히려 과오요. 우임금이 치수는 물길을 잘 살폈기 때문에 사해의 구덩이로 물을 고루고루 퍼뜨린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당신이 한 방법은 물을 이웃나라로 돌려놓았으니 이는 물길을 거스른 처사이지요."
白圭曰:  ?丹之治水也愈於禹. ? 
孟子曰:  ?子過矣. 禹之治水, 水之道也. 是故禹以四海爲壑, 今吾子以?國爲壑. 水逆行?  <맹자 고자-하>


자연재해는 우연성이 가중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연성이 많아지는 것은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양극화도 마찬가지이다.



위 그림처럼 자산집중도가 점점 커지는 것은 자유주의자들이 볼 때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르겠지만, 그 수치 아래 깔려 신음하는 사람들의 행간을 읽지 못하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단순히 도의적으로 그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에 심화됨에 따라 '우연성'을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 우연성에서 폭동이나 테러, 여러가지 범죄 등이 태어난다. 어차피 인간은 '소비하는 존재'이다. 소비의 지표가 되는 것이 '엔트로피'인데, 엔트로피 분수령에 이르러서는 활용 가능한 에너지가 고갈되고 예상 불가능한 재해가 찾아올 수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라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 명확한 것은 그것이 결국 '우연성의 총량'이라는 것이다.
긴 길을 돌아서 왔는데, 새로운 것은 없는 책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재치 있는 분석을 보는 일은 유익한 경험이었다.

d*****7 2007.08.18.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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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진리를 담보하는가, 아니면 진리와 별개로 이루어지는가
"정치는 진리를 담보하는가, 아니면 진리와 별개로 이루어지는가 " 내용보기
지난주 토요일자 신문에 소개된 나온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죠지 레이코프라는 미국의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인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로 이미 만난 바 있어 친숙하다. 당시 책의 제목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읽어볼 기회는 없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가 "레이건 행정부 이후 미국의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에게 패하고 있는 이유가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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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자 신문에 소개된 나온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죠지 레이코프라는 미국의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인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로 이미 만난 바 있어 친숙하다. 당시 책의 제목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읽어볼 기회는 없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가 "레이건 행정부 이후 미국의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에게 패하고 있는 이유가 두 가지 가정 모형에 연결된 프레임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 책이라면, <프레임 전쟁>은 진보와 보수의 전반적인 프레임과 진보가 보수에게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설명한 책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되겠다. 

  진보가 보수에게 계속해서 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번역하신 숭실대 철학과 김선욱 교수는 대학 때 학부 강의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정치는 진리를 담보하는가, 아니면 진리와 별개로 이루어지는가? 이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이 김선욱 교수의 <정치와 진리>이고, 그는 정치는 진리와 별개로 이루어진다, 쪽에 무게를 실었다. 죠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전쟁>도 이런 질문을 머리 속에 세워놓은 채 읽어 볼 수 있다. 결론은 잠시 후에 내자.

  진보는 보수의 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좀 더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발언을 함으로써 중간지대에 있는 유권자들을 끌어오려고 한다. 하지만 레이코프는 이건 진보진영의 절대적인 실수라고 지적한다. 중간지대에 있는 그들을 설득할 때에도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며 설득해야 먹힌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레이코프는 '이중개념주의자'라는 개념을 도입하는데, 이념적으로 중도 라는 개념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누구나가 중도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양 극단을 피함으로써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모두 어떻게든 국민들이 자신들을 중도로 인식하게끔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거 아니다. 중도는 없다. 대신 이중개념주의가 있을 뿐이다. 이중개념주의란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진보적임을 의미한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한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으니 이걸 중도라고 표현할 수 없으며, 진보진영이 '겉보기에'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의 진보적 목소리를 자극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전략으로써 레이코프는 '프레임'을 끌고 나온다.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우리의 구조화된 정신적 체계로, 프레임을 장악한다는 것은 그 세력이 우리 세계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레임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비유되고 은유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 책의 4장 '가정으로서의 국가' 부분을 보면, '나의 조국' '모국 러시아' '혁명의 딸' 등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 국가를 하나의 가정에 비유를 하게 되는데, 이는 곧 "국민에 대한 정부의 의무는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의무"이며, "부모가 자녀들을 보호하듯이 정부는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진영에서 사용하는 모든 단어는 이와 같은 비유와 은유를 통해서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파고든다. 진보진영 역시 이와 같은 프레임을 사용함으로써 유권자를 확보할 수 있다. 

  레이코프는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에게 먹힐만한 프레임을 재구성하고 "가치와 원리에 집중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을 사람들에게 말하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한국의 진보를 보면 너무 순진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순수한 의미에서 진보라하기에는 뭣하지만 노무현 정부를 큰 범주 안에서 진보라고 했을 때 - 상대적으로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과 비교해보면 -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은 레이코프의 프레임 정치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진보적 색채를 띠고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내리치고 있다. 애초 한나라당의 후보를 찍었던 이들보다 그에게 표를 던졌던 이들이 더욱 심하게 비판하고 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그럴까.

  노무현 정부는 프레임 정치에 완전히 실패했다. 당선 이후 반대진영의 국민들을 껴안기 위해 중도적 목소리를 냈고, 보수보다 더욱 보수적인 발언, 우익보다 더욱 우익적인 정치를 함으로써, 자신을 지지했던 이들을 등 뒤로 돌렸다. 신자유주의, 한미FTA, 노동자, 교육 등의 모든 문제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는 어설픈 중도에서 더 나아가 보수적 색깔을 띠었고, 결국 어느쪽에서도 지지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가치와 원리에 집중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을 사람들에게 말하라"는 레이코프의 조언을 받아들인다면, 최초 당선 시절로 돌아가 정책에 있어 진보적 색채를 띠는 것이 옳다. 자신을 지지했던 이들 뿐 아니라 중간지대에 있는 이들에게까지도 이러한 목소리가 먹힌다는 것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니 포기하고, 다음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진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티비 연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 "국민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진보진영이 구성해야 할 프레임은, '함께 삶'이다. 지난 대전 때 권영길 후보의 저 발언은 '함께 삶'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었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라는 말 속엔 나는 당신의 삶을 걱정하고 있고, 나 또한 당신과 같은 살림살이를 하는 국민 중 한명이라는 메세지가 담겨있다. 더불어 진보진영은, 옮긴이도 후기를 통해 지적했지만, 경제발전과 진보적 가치가 결코 배타적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경제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알고 있는데, 국민이 느끼는 이 간극을 줄여줄 수 있는 프레임 구성이 절실하다.

  자, 결론 내려보자. 정치는 진리를 담보하는가, 아니면 진리와 별개로 이루어지는가. 이때 '진리'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내리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만, 레이코프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인간존중과 자유와 평등 등의 가치를 강조해야 함을, 이러한 가치를 담은 프레임을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고, 또 진리가 이러한 가치들을 의미한다면, 정치는 진리를 담보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김선욱 교수의 결론인 "정치와 진리는 별개로 이루어진다"는 다른 차원에서 내려졌지만, 우리는 같은 질문을 던지고 또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정치와 진리는 관련있다고 결론 내릴 수도 있겠다. 진보진영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인 자유와 평등, 인권, 함께 삶을 보수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어설프게 넓은 범위의 유권자를 껴안으려 하지 말고,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할 것이다. 그러면 진보진영이 어설프게 껴안으려 했던 유권자까지도 자연스럽게 지지자로 변신할 것이다.
 

*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국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미국인 노엄 촘스키의 제자라고 한다. 제자이지만 언어학에 있어서는 촘스키의 생성문법이론에 비판적이며, 하지만 현실 정치에 깊이 참여하고 꾸준히 발언한다는 점에서는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옮긴이는 뒤에 '옮긴이의 말'을 통해, 촘스키의 현실비판이 그의 언어학 이론과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반면에, 레이코프의 현실비판은 그의 인지언어학에 토대를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을 했다. 어찌되었건 두 사람 모두 미국의 진보진영에서 - 당파성을 넘어 -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이다.
  

* 같은 텍스트를 놓고서도 읽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책은 다르게 읽히고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 나는 "정치는 진리를 담보하는가, 아니면 진리와 별개로 이루어지는가" 라는 물음을 갖고 이 책에 접근했다.


 

 

 

d*****t 2007.08.16.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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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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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Lakoff, Thinking Points:Communicating Our American Values and Vision / 2006   프레임 전쟁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창비        프레임은 우리말로 '틀'이다. 창틀, 문틀, 사진틀--. 그 틀을 통해서 세상을 보면 틀 안에 있는 것만 보인다.  그 틀을 통해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는 건 유한한 인간으로선 불가피한 건지 모른다.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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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Lakoff, Thinking Points:Communicating Our American Values and Vision / 2006

 

프레임 전쟁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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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임은 우리말로 '틀'이다. 창틀, 문틀, 사진틀--.

그 틀을 통해서 세상을 보면 틀 안에 있는 것만 보인다. 

그 틀을 통해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는 건 유한한 인간으로선 불가피한 건지 모른다.

 

우리의 고정관념이나 편견, 경험등에 의해 우리가 보는 세상은 굴절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로 그리스 시대이래 지금까지 지식인을 사로잡아 왔다.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태양이 강력한 요즘, 어떤 색깔의 선글라스를 끼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그런 게 프레임이다.

 

'프레임전쟁'은 언어인지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의 진보진영을 위한 전략적 지침서다.

 

 미국 사회에서 '보수의 시대'에 맥을 못추고 있는 진보주의자,

공화당에 죽쑤고 있는 민주당의 전략을 새롭게 짜기위해

돌아보야 할 다양한 사고의 문제(Thinking Points)를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레비가 1년동안 미국 구석구석을 돌아 본뒤 지난해 출간 한 

'아메리칸 버티고(American Vertigo)'를 보면 이런 귀절이 나온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이렇게 말해 왔다.

"우리(민주당)에겐 이념이 있고 공화당은 돈이 있다. 공화당이 이기는 이유는 그래서다." 

 

그런데 레비가 실제로 미국사회를 둘러 보니까 

"오늘날 문득 서로의 위치가 뒤바뀐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역사의 간책일까?

돈 정당인 우파는 20년동안 이념의 저장고를 혁신하여

이념을 가진 우파(보수/광화당)가 되었고,

좌파(진보/민주당)은 재정 영역에서의 경쟁에 힘쓰다가

이념의 영역에서 뒤지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이념과 돈 두 영역 모두 뒤지고 있는 중이다."라고 썼다.

 

30여년에 걸쳐 이념의 저장고를 채우는 일에 몰두해온 보수 우파, 즉 공화당은

이제 미국 사회의 담론을 장악한 것이다.

 

반면 '입으로 먹고 사는' 진보진영, 민주당은 돈 버는데 몰두해 오는 동안

보수 공화당은 헤리티지 재단을 비롯한 수십 개의 정책연구소와

교육기관, 언론기관등을 장악하면서 거대한 우파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수 우파 논리를 설파할 학자를 양성하고

좌파들보다 훨씬 많은 책을 써냈으며

훨씬 더 많이 언론에 등장해 자신들의 이념을 뿌려댔다.

 

보수 우파의 진보 좌파의 이념을 뒤엎기 위한 수십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

드디어 미국의 보수우파는 돈과 이념을 모두 장악해 버린 것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부제 이름)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레이코프의 프레임전쟁이다.

 

예를 들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부시 정부의 표현은

민주당에의해서도 여과 없이 그대로 수용됨으로써 

진보 진영 역시 보수진영이 제시한 ‘악에 대한 징벌’이라는 가치를

암묵적으로 수용한 셈이 됐다.

 

레이코프는 ‘전쟁’ 대신 ‘점령’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진보진영의 이라크 철군 주장은 보다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을 본다.

악에 대한 전쟁이란 프레임과

전쟁은 이미 끝났는데, 이라크에 들어가 점령하고

점령에 반대하는 현지인과 싸우는

점령 프레임으로 보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로

다른 문제해결책을 가져 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떤 부분은 고개가 끄덕여 지고

어떤 부분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요즘에야 미국에선 민주당 후보 경선이 실제 대선처럼 여겨지고 있는 형편이니'보수와 맞서는 진보진영의 성공전략'이라는 게 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진보의 핵심가치로 감정이입과 책임감을 꼽은 것은 그럴듯 하다.

약자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한 그들의 입장 이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

 

 

1997년과 2002년 한국에서의 대선은 유권자들과의 감정이입에서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2007년 지금 한국의 진보진영은 책임감의 부재에 대한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있는 중일 것이다.

핵심가치를 지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진보진영의 프레임설정은?

다시 감정이입과 땅에 떨어진 책임감을 끌어 올리는 데 촛점이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

 

 

 그럼 보수 우파진영의 프레임 설정은?

 지난 10년 동안 설정해 온 '무능한 진보' 프레임을 강화해 나가야~~

유권자들이 원하는 가치가 뭘까?

따뜻한 보수? 국가 안보, 경쟁의 중요성,---

 

진보나 보수나,

누가 전혀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와 부동층을 쓸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철이니 아마 '프레임'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서로 프레임을 선점하기 위한 다툼도 치열해 질 것이다.

한번 읽어 두는 게 어떨런지---.

 

 

<George Lakoff>

  UC 버클리 언어학과 교수

  MIT서 노엄 촘스키밑에서 수학

k*****n 2007.08.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정직 - 그리고 진정성 이 최선의 방책이다
"정직 - 그리고 진정성 이 최선의 방책이다" 내용보기
슬로건이 효과를 미칠 수 있으려면, 먼저 진보주의 가치와 원리들 - 심층적인 프레임 -이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보수주의 슬로건이 성공적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수십년 동안 자신의 심층 프레임을 전달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이미지를 먼저 선점하라가 아닐까 예를들면 책에서 하나를 빌려보자 '진실에만 근거해서 주장한다면 아무도 그 주장에 귀
"정직 - 그리고 진정성 이 최선의 방책이다" 내용보기

슬로건이 효과를 미칠 수 있으려면, 먼저 진보주의 가치와 원리들 - 심층적인 프레임 -이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보수주의 슬로건이 성공적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수십년 동안 자신의 심층 프레임을 전달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이미지를 먼저 선점하라가 아닐까

예를들면 책에서 하나를 빌려보자 '진실에만 근거해서 주장한다면 아무도 그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진실은 오직 어떤 맥락이 주어질 때만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읽었다는 책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이다.

읽으니 읽을만한 책이고 이 책도 예전에 12분의 진보학자들의 토론에서 거론되었기에 몇년동안 사려고 벼르다 이번에 샀는데 뭐랄까 정치뿐 아니라 실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개인의 신념과 그 신념을 전달하는 기재를 함축한 말들이었다.

만일 당신이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을 완수하려고 한다면 먼저 당신 자신을 살펴보아야 한다. - 좋은 말이다.

우리는 말을 많이 한다. 말을 하는 것은 쉽다.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더더욱 어렵고 그 행동을 대중과 공감하기는 정말 난해할 정도로 어렵다.

미국의 공화당은 아놀드슈왈제너거의 이미지 같은 엄한 아버지 모델이고 민주당의 이미지는 자상한 부모님이다.

이 책은 고전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제대로된 슬로건을 제시하며 민주당이 기사회생하기를 바라는 학자의 고견이 담뿍담겨있는 노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입은 다름 사람과 유대를 맺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느끼며,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상상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가족적 친밀감을 느끼는 능력이다.

시장의 실패를 보자

 30년전에는 가장 부유한 1%가 미국부의 1/5이하를 소유했다. 연방준비이사회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현재는 가장 부유한1%가 미국 부의 1/3을 소유하고 있다.

코르테스시절의 에스파니아도 25의 귀족이 95%의 부를 소유했으니 파레토의 법칙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나보다.

거대한 부는 다른 사람들의 돈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결코 축적할 수 없다. 거대한 부는 납세자들이 비용을 부담한 기반시설, 납세자로부터 당신에게로 직접적인 부의 이전 정부보조금, 기업비용의 탕감, 세제상 특혜, 무입찰 계약등을 통해서 축적되었다.

만일, 당신이 거대한 부를 축적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기반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비용을 다시 내어놓을 책임이 있다. 부동산세가 부를 환원한 가장 쉬운 방법이다.

사고활동이 실천의 첫걸음이다.

저자의 고견이 마음에 와닿는 아주 좋은 책이다.공감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6 2014.10.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까다로운 유권자들에겐 어떤 프레임이 좋을까?
"까다로운 유권자들에겐 어떤 프레임이 좋을까?" 내용보기
프레임은 세상을 보는 창이다. 최근 동명의 책이 독자의 관심을 끌면서 프레임이라는 용어가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유용한 도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프레임은 단순히 어떤 물체의 뼈대를 지칭하거나 카메라 촬영에 쓰이는 전문 용어 정도로 인식되었다. 이제 프레임은 개인과 사회가 어떤 프레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것이 투사하는 현실과 비전이 상당 부분
"까다로운 유권자들에겐 어떤 프레임이 좋을까?" 내용보기

프레임은 세상을 보는 창이다. 최근 동명의 책이 독자의 관심을 끌면서 프레임이라는 용어가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유용한 도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프레임은 단순히 어떤 물체의 뼈대를 지칭하거나 카메라 촬영에 쓰이는 전문 용어 정도로 인식되었다. 이제 프레임은 개인과 사회가 어떤 프레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것이 투사하는 현실과 비전이 상당 부분 달라질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죠지 레이코프와 로크리지 연구소가 공저한 『프레임 전쟁』 또한 그런 일련의 흐름 위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정계를 분석대상으로 삼아 공화당이 만들어낸 대 국민 이미지가 어떻게 민주당에 앞서 국민들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수십 년만에 쟁취한 권력을 일거에 공화당에 헌납한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이 주장하는 논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난 잠시 이 책이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 전략'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유가 그런 현실의 반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이 그렇다고 민주당이 과연 진보적인지에 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혁신적인 정책을 그래도 자주 내놓는다는 점엔 동의하기로 했다.

 

정당을 권력 획득을 목표로 부단히 자당의 정강 정책과 이상에 동조하는 현재적 또는 잠재적 유권자를 포섭하는 집단이라고 한다면 정치 구조와 토대가 다르다고 해서 외부적으로 발현되는 양태마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을 우리 정치 현실에 대입해도 크게 무리가 없겠다는 점 또한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독법을 세우고 나자 보다 자유롭게 이 책을 응시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추측하는 것과 달리 유권자는 감성적으로 파고드는 캐치프레이즈와 쉽게 되뇔 수 있는 정책을 선호한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선 수긍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정교한 논리를 갖춘 탁월한 정책이라도 유권자들이 그것에 이물감을 느낀다면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집행도 하기 전에 사장되는 정책이라면 굳이 그런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정책이 나중에 때아닌 빛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논리에도 맹점은 있다. 인기 영합적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에 정당의 고민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은 '이것 아니면 저것',  하는 식의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추구하는 정책과 그것을 지지하는 유권자라는 쌍두마차를 순조롭게 몰아갈 과제는 결국 정당의 몫이다.

 

미국의 양당 뿐 아니라 우리의 여야 제 정당들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수동적인 입장에서 정당이 주장하는 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유권자는 없다. 꼼꼼히 따지는 유권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호소력 높은 정당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유권자들의 수 또한 늘고 있다.

 

선택은 하나. "정교한 정책을  만들어내되 그것이 유권자들 속을 파고 들도록 하라." 쉽지 않다. 이 책 또한 '어떻'게 라는 방법론에 있어선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k*****9 2007.12.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