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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을 걷어내고 본 그리스인들의 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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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이성적이었다고 칭송받는 그리스인들. 모든 철학과 과학의 뿌리를 찾다보면 결국에는 그리스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역설적으로 '이성적'이라는 단어 자체에 '서양적' 혹은 '그리스적'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리스 인들이 그 당시의 중동과 유럽을 포함한 지중해 문명권은 물론이고 인도와 중국까지 같이 놓고 본다고 해도 상당히 특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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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이성적이었다고 칭송받는 그리스인들. 모든 철학과 과학의 뿌리를 찾다보면 결국에는 그리스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역설적으로 '이성적'이라는 단어 자체에 '서양적' 혹은 '그리스적'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리스 인들이 그 당시의 중동과 유럽을 포함한 지중해 문명권은 물론이고 인도와 중국까지 같이 놓고 본다고 해도 상당히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졌던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로 인해서 오늘날 그리스인들에게는 원시인들에 정복당한 비운의 문명인들과 같은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의 민주주의가 현대 민주주의의 초석이며 그것을 넘어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이루었다는 지나친 명예를 얻고 있는 것도 그 한 단면이다. 어떻게 보면 당시의 그리스인들은 이성의 정수만을 모아 가지고 있던, 현대인들보다도 오히려 더 이성적인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그리스인의 특징을 뿌리채 부정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당시의 그리스인들도 주변의 여러 민족들과 문명들이 가지고 있던 비이성적인 특징들 - 원시적인 희생제의와 같은 것들 - 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대표적인 그리스인으로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사람들은 오히려 당시의 그리스인들에게는 이방인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플라톤과 같은 철학의 선구자도 당시 그리스인들을 짓누르고 있던 비이성이라는 문화적 배경에서는 전혀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사상을 찬찬히 뜯어보면 외부적으로 또 내부적으로 가미된 비이성의 측면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그리스인은 곧 이성적이라는 단순한 원리는 크레타인은 모두 거짓말장이라는 논리만큼이나 허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단순한 사고방식이 역사학이나 희랍 철학을 비롯한 각종 학문에 끼쳐온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리스인에게서 발견되는 비이성적인 측면은 언제나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여겨지기 일쑤였다. 그런 학문의 풍토하에서 학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 중립성을 잃지 않고 그리스인의 이성적인 측면과 비이성적인 측면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낸 저자의 노력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며, 그로 인해 오히려 그리스인들이 가지고 있던 이성적인 측면들을 더욱 생동감있게 느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교양서적이라기보다는 학술논문에 더 가깝게 서술되었다. 저자의 논거들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지식이 엄청난 것은 물론이고 저자의 주장도 명확하고 단순하기 보다는 당시의 주류 학계의 반대 의견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다. 나 같은 비전공자들은 그냥 맛보기 이상의 재미를 느끼기가 힘들다. 게다가 책의 절반에 달하는 분량의 각주가 해당페이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책 뒤편에 한꺼번에 수록되어 있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을 더욱 힘들게 했다. 물론 각주의 절반정도는 단순히 참고문헌을 표시하는 것이라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부분적으로나마 책의 내용을 보완하고 있어 가뜩이나 부족한 사전지식을 보충하는데는 필요한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책을 앞뒤로 넘겨가며 각주를 참고하는 것을 반복했지만 결국에는 포기하고 본문을 읽는데 만족해야 했다. 좋은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좀 이른 책이 아니었나 싶다.
f******0 2003.07.04.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