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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게 잘 살고자 했던 꿈은 어디로...[로코와 형제들]
"사이좋게 잘 살고자 했던 꿈은 어디로...[로코와 형제들]" 내용보기
1. 어느 때나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잘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피붙이들이 제가 태어난 곳에서 모여 오손도손 사는 일이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 그렇게 놔두지 않으며, 피를 나눈 사람들이지만 생각이 달라 모여 살기가 어렵다.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어버이들만 그런 꿈을 꿀뿐...   이탈리아의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이 1960년에 만든 영화 <로코와 형제들 Rocco e i suoi
"사이좋게 잘 살고자 했던 꿈은 어디로...[로코와 형제들]" 내용보기

1.

어느 때나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잘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피붙이들이 제가 태어난 곳에서 모여 오손도손 사는 일이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 그렇게 놔두지 않으며, 피를 나눈 사람들이지만 생각이 달라 모여 살기가 어렵다.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어버이들만 그런 꿈을 꿀뿐...

 

이탈리아의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이 1960년에 만든 영화 <로코와 형제들 Rocco e i suoi fratelli /

Rocco and His Brothers>도 비슷한 꿈을 꾸는 피붙이들의 삶을 보여준다.

 

고향에서 사이좋게 살고픈 꿈을 꾸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삶.

피붙이는 흩어지고, 사이 좋게 살기는커녕 싸우며, 삶은 고달프고, 고향은 자꾸만 멀어진다.

 

2.

아버지가 사고로 죽자 살던 곳인 남쪽 루카니아에서 북쪽의 밀라노로 옮겨가는 파론디 집안.

농사를 지으며 살던 루카니아보다 공장이 들어선 밀라노가 벌어 먹고 살기가 좋아서 간 것이지만,

엄마 로자리아(카티나 팍시누)가 바라듯 다섯 아들과 같이 즐겁게 사는 건 꿈같은 일이다.

 

맏아들인 빈첸조 파론디(스피로 포카스)는 다른 피붙이보다 먼저 밀라노에 와서 자리를 잡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지네타(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와 같이 사는데 어려움이 많다.

돈을 벌어 집안을 먹여 살려야 하는 맏이가 계집에 빠져 집에서 나가려는 게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둘째인 시모네(레나또 살바토리)는 솜씨가 있어 권투로 돈을 벌어서 잘 살려고 한다.

그런데 제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갈보 나디아(안니 지라르도)에 마음을 빼앗긴 탓에 삶이 꼬인다.

 

셋째인 로코(알랑 들롱)는 가장 믿음직하고 착한 아들이다.

세탁소에서 일할 때나 나중에 권투로 이름이 날 때나 제가 번 돈을 시모네한테 주기도 한다.

그러나 엄마가 꾸는 꿈인 피붙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건 로코한테도 쉽지 않다.

 

넷째인 치로(맥스 카르티에)는 야간 학교를 다닌 뒤 공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 집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

막내인 꼬마 루카는 형들이 고향에 가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저는 이루려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3.

영화 속의 이탈리아도 우리네 1960~70년대와 다를 바가 없다.

맏이는 일찍 돈을 벌어 나머지 아우들을 돌보아 어버이의 짐을 덜어주고,

아우들은 그런 맏이의 도움으로 배움터를 나와 제 삶을 찾아가며,

어버이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피붙이들이 한 집에서 같이 살기를 바라는 꿈.

 

그렇지만 머리가 굵어진 아들들이 어버이 생각대로 살지는 않는다.

게다가 자식이 많으면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던가.

 

맏이인 빈첸조는 지네타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엄마 때문에 아예 집을 나가서 지네타와 살림을 차리고,

시모네는 권투 챔피언이 되어 돈을 많이 벌 수도 있었지만, 여우같은 나디아에 빠져 엇길로 가버린다.

혼자 가면 그나마 낫겠지만, 피붙이를 물고 들어가는 물귀신이 되는 탓에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어버린다.

 

치로가 딴짓 하지 않고 일만 해서 돈을 벌어 집안 살림살이에 도움을 주거나,

로코가 시모네를 위해 돈을 마련하려 오래 하기를 싫어하던 권투를 열 해나 하겠다며 나선 일은,

피붙이 사이에 보기 좋은 일일 수도 있으나, 언 발에 오줌 누기요,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제 삶이 다른 아들들을 일부러 엮어놓으려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조금 지나쳐 보이는 대목이다.

오히려 "아이가 둘이나 되기 때문에 시모네의 많은 빚에 보증을 못선다"고 버티는 빈첸조가 사람답다.

 

꿈은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이 꾸는지도 모른다.

시골에서 올라와 아들들이 모두 번듯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어버이 마음은 그저 꿈일 뿐.

 

4.

어느 나라나, 어느 집안이나 있을 수 있는 일에 살을 붙여 보기 좋게 만든 감독의 솜씨는 놀랍다.

시모네와 로코 사이에서 오가는 나디아의 철없는 사랑이 간을 졸이게 만들고,

돈도 벌고 이름도 날리려는 도구로 권투를 골라 연습하는 장면부터 시합까지 엮어놓아 볼거리가 푸짐하다.

 

어떤 값을 치루더라도 피붙이가 모여 살기를 바라는 로코를 맡은 알랑 들롱은 군복을 입은 모습이 멋있다.

이 때가 우리 나이로 스물여섯 살이고 빼어나게 잘 난 얼굴이므로 같은 사내인 내 눈에도 뿅가는 얼굴이다.

 

내 눈에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나디아로 나온 안니 지라르도다.

처음에는 시모네와 사귀다 나중에는 로코와 사귀게 되는 갈보 노릇을 맡아 소름이 돋을만큼 잘 한다.

갈보라면 어딘지 더럽고 빤질거리는 느낌을 주는데, 나디아는 아름답고 도도한 모습을 보여준다.

화려한 삶을 살고자 비틀대다가도 참사랑을 찾고자 애쓰므로 찬물과 따뜻한 물을 오가는 모습에 안쓰럽다. 

 

그렇지만 사내라면 빠질 수 밖에 없는 여우 노릇을 맛깔스럽게 보여준다.

시모네가 "권투 연습 때문에 바빠서 얼굴 보기가 어려워 힘들지 몰라"며 걱정을 해주자 나디아는 되받는다.

"너하고 내가 결혼한 것은 아니잖아. 그냥 편하게 지내자. 가끔 즐기면서"

시모네한테 돌아가라는 로코의 말에는 대든다. "나는 뭐야.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5.

쉰 해나 지난 흑백 영화라 디브이디는 깨끗하지 못하다.

처음에는 괜찮은 듯한 화면도 보다 보면 빛깔이 번져 보이고 접혀 보이는 대목도 있다.

소리는 나름대로 괜찮다. 그런데 보너스는 예고편마저 없으니 아예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이 영화도 우리말은 좋지 못하다. 글자가 바르게 나오지 않는 곳이 더러 있다.

그래도 2,900원에 176분짜리 영화를 살 수 있다면 바로 사는 게 남는 장사다.



b******g 2011.01.02. 신고 공감 6 댓글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