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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한테 보이든 말든 나는 흰 토끼와 같이 있으면 좋아...<하비>
"남들한테 보이든 말든 나는 흰 토끼와 같이 있으면 좋아...<하비>" 내용보기
1. 발을 딛고 사는 삶에 지치고 내몰린 사람들은 스스로 지어낸 세계에서나마 제 삶을 되찾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이야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꿈을 꾸듯이 살아가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머릿속에서 지어낸 세계에서는 남보란 듯이 어깨를 펴고 살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이 2007년에 만든 <내겐 너무 사랑스
"남들한테 보이든 말든 나는 흰 토끼와 같이 있으면 좋아...<하비>" 내용보기

1.

발을 딛고 사는 삶에 지치고 내몰린 사람들은 스스로 지어낸 세계에서나마 제 삶을 되찾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이야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꿈을 꾸듯이 살아가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머릿속에서 지어낸 세계에서는 남보란 듯이 어깨를 펴고 살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이 2007년에 만든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Lars and the Real Girl>에서는

사람같은 인형과 함께 지내면서 제 뜻대로 안 되는 사랑과 삶을 되돌아보지만,

헨리 코스터 감독이 1950년에 만든 흑백 영화 <하비 Harvey>에서는

다른 사람한테는 안 보이는 큰 토끼와 같이 다니면서 제 삶을 엮어가는 일을 그렸다.

 

2.

엘우드 피 다우드(제임스 스튜어트)는 어머니가 물려주신 큰 집과 돈으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니 일자리도 없고 옆지기도 없이 '찰리스' 술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들한테 술을 사주고,

누구든 집에 불러 저녁을 같이 먹는, 어찌 보면 착한 사람이다. 딱 하나만 빼고는...

 

키가 큰 흰 토끼가 제 동무라며 같이 다닌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웬 도깨비?)

그렇지만 기차표나 극장표는 두 장을 끊어 가고, 어딜 가거나 문을 열 때는 하비가 들어가길 기다린다.

 

한 집에 살면서 아우한테 얹혀사는 누이인 비타 시먼스(조세핀 헐)는 답답하다.

나이가 차버린 딸 머틀 시먼스(빅토리아 혼)를 시집 보내려면 괜찮은 집안의 아낙네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

그러니 집에 불러 잔치도 벌이고 해야 하는데, 엘우드가 토끼 하비와 같이 돌아다니는 것을 알면,

딸을 며느리로 삼으려는 이가 어디 있으랴 싶어 걱정한다. 제 외삼촌이 헛것을 보면서 미쳤다고 생각하면...

 

딸의 앞날을 생각하면 술이나 마시면서 아무한테나 제 명함을 건네고는 집에 오라고 해서 저녁을 먹이는

아우 엘우드를 그냥 둘 수가 없다. (미안한 일이지만 정신병원에 넣는 게 좋겠어...)

 

3.

옛날 켈트족 사이에 내려오는 이야기에 '푸카'라는 요정 이야기가 있단다.

생각 속에 파고들어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나타난다는데, 그게 엘우드한테 생긴 것이라 한다.

 

정신과의사인 샌더슨 박사(찰스 드레이크)나 앙탈을 부리는 이들을 힘으로 잡아 가두는 윌슨이나,

샌더슨을 사랑하지만 눈길도 안 주는 탓에 애가 타는 간호사 켈리(페기 도우)도,

사람좋은 엘우드한테 9-7-7 주사를 놔줘야 할 지 망설인다.

 

"우리를 지탱해주는 것은 바로 꿈이죠...어머니는 돌아가시면서 세상을 슬기롭게 살고,

즐겁게 살라 했어요...저는 하비와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술을 즐기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오히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주는 엘우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우대가 멀쩡한 사내가 장가도 안 가고 술이나 마시면서 지내니 가만히 있을 피붙이가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정신병원으로 보내 꼼짝 못하게 집어 넣을 일은 아닌데...

 

세상을 꿈같이 바라볼 때의 엘우드와 주사를 맞고 차갑고 셈이 바른 모습으로 돌아온 엘우드, 

어느 것이 세상에 더 나을까? 감독이 던지는 말이다.

 

4.

나사 하나가 풀린 듯 살아가는 엘우드를 맡은 제임스 스튜어트의 모습은 능청스럽게 똑같아 

연기에 이골이 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솜씨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제 아우를 사랑하면서도 딸을 생각하는 비타 시먼스 노릇의 조세핀 헐의 연기도 볼만 하다.

딸의 앞날을 생각하면 제 아우를 정신병원이 아니라 어디라도 넣을 생각인데,

이런 모습은 우리 곁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비타 시먼스는 말이 많고 엘우드를 맡기러 갔다가 거꾸로 병원에 잡혀들어가기도 하며, 딸인 머틀 시먼스는

엉뚱하게 사랑을 찾게 되고, 샌더슨과 켈리가 엇갈리는 사랑을 엮어가는 모습은 보기에 즐겁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 라스는 인형 비앙카를 곁에서 떠나보내면서 어른이 되었는데,

<하비>에서 엘우드는 보이지 않는 토끼 하비를 어떻게 하면서 끝이 날까?

 

디브이디 화면은 오래된 영화이지만 그런대로 깨끗하다. 소리도 잘 들리고...

보너스론 예고편밖에 없다. 싼값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는 구석이 있다.

디브이디 껍데기나 예스24에 나오는 상품 소개에는 비타 시먼스가 엘우드의 아우로 나오는데,

거꾸로 되었다. 비타 시먼스는 엘우드의 누나로 나온다. 

b******g 2009.04.09. 신고 공감 1 댓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