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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맞게도 ‘에로틱 파리 스케치’라는 부제에 끌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작가 역시 1939년생이니 저보다 무려 15살이나 많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보려 합니다. 길어 보이지만 출판사가 요약한 이 책의 성격을 소개하는 것이 더 쉬울 듯합니다.
“프랑스 여행 및 레스토랑을 소개한 『미슐랭 가이드』와 미국 뉴욕 여성들의 대담한 성 담론의 대명사 <섹스 앤 더 시티>를 합친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의 에세이. 영화, 미술, 문학, 사진 등 온갖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파리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프랑스인의 성 풍속도, 동성애, 사창가, 포르노그래피 예술 등 성과 관련된 주제도 대담하게 다루고 있다.”
1939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난 저자는 시골 마을의 철도국에서 십 년을 일하고서는 사표를 내던지고 영국으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영국 BBC방송국에서 통신원을 거쳐 미국의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평론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일을 믿지 않는 편입니다만, 우연히 10년 전 파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던 연인 마리-도미니크와 보냈던 즐거운 순간을 최면을 통해 되살리면서 그녀와 다시 연결되었고, 결국 그녀를 찾아 파리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역시 사랑의 힘은 크고 위대한 것 같습니다.
파리에 머물면서 필연적으로 열렬한 파리 예찬자가 된 그는 파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면서 틀에 박힌 내용이 아니라 색다른 시각으로 소개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에로틱 파리 스케치’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파리 사람들의 성담론을 가감 없이 소개하겠다는 것입니다. 부제에 크게 기대를 했더라면 이야기의 초반에 크게 실망하고 책읽기를 그만 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다가 후반에는 상당한 수위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을 이야기하면 연인과의 사랑이 열매를 맺어 귀여운 공주를 얻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저자가 시나리오 작업과 영화평론 등의 일을 해왔기 때문에 영화분야에서는 고금을 막론하고 제가 모르는 뒷이야기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남의 뒷담화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제 경우는 파에 머문시간이 불과 4일도 되지 않아서인지 저자가 말하는 ‘파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억제되어 있던 무언가가 해방되고 맘껏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했다.(36쪽)’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되지 않더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수에서 황량한 바람이 불고, 그들이 랍스터 뉴버그에 관해 들었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며 아침마다 나는 시카고란 도시가 주던 으스스한 기운을 느꼈다.(56쪽)”고 한 부분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시카로를 방문했던 적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요리를 대하는 태도만큼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을 좌우하는 잣대도 없다.(70쪽)’고 한 저자의 충고를 마음에 새겨두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제 경우는 먹는 것에 대범한 편입니다.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것을 굳이 찾아다니면서 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는데 필요한 만큼 열량을 얻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테 섬과 생 루이 섬 주위를 가르며 파리를 관통하는 센 강의 곡선은 키스를 하려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약간 젖힌 여인의 얼굴 같다(97쪽)‘고 한 표현은 따로 챙겨두었다가 언젠가는 써먹을 생각입니다. 구글지도를 찾아 배율을 이리저리 바꾸어보아도 전혀 실감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만, 저자처럼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분이 그렇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기획의도라할 성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챙길만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꺼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굳이 파리 사람들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할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책을 읽으면서 무수히 붙여두었던 표시를 그냥 떼어내기는 찜찜한 무엇이 남는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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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파리 스케치라는 자극적인 부제와 붉은 책의 표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치라니. 프랑스 하면 낭만적인 연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 그리고 에로틱한 영화들을 떠올린다면 책에 손이 안갈 수가 없을 것이다. 책에는 작가의 사랑과, 프랑스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랑스의 사랑에서는 작가가 직접 느낀 것과 여러 문학가들의 또는 예술가들의 자극적이고 끈적이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이름을 들어봄직한 여러 예술인들의 이름이 난무하는 가운데 파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로틱함, 끈적거림을 이 책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다. 에로틱한 파리 스케치라더니 맞긴 맞나보다. 그들의 성문화에 대한 생각과 그리고 외부인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을 고스란히 적은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파리를 향한 진한 사랑에 빠져들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의 에로틱함에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다. 파리의 사랑이 모두 한결같이 에로티시즘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단순히 성에 관한 보고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좋아하는 공간 속에서는 나도 그가 느끼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고, 그가 맛보고 있는 와인도 슬쩍 맛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파리에 가고 싶은 욕망을 더더욱 불지르는 책이 아닐 수가 없다! 에로틱하지만 불결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느낌, 그리고 그 곳에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음이 이 책 속에 공존한다. 특히 불청객들의 방문에서 파리의 아름다움이 깨지는 모습을 볼때면 내가 괜히 속상하고 화가 나는 걸 보아하니 나도 작가처럼 단단히 파리에 빠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마냥 파리의 에로틱한 부분만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다. 사실 나는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건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그저 예술가들의 질펀한 성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문학작품 또는 예술 공연 속에서의 에로티시즘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파리 여자 마리도와의 사랑 이야기에 충실 한 것도 아니다.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문학인들과 예술인들의 성 이야기 속에서도 그들이 추구했던 무언가에 대한 것보다는 그들의 문란하다면서 문란할 수 있는 질펀한 성이야기 이외에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파리의 사랑에 대한 어렴풋한 이해를 해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면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 읽으면서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있기도 하지만 아직 어린 내게 이 책에서는 많은 것을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만은 사실이다. 나 역시 파리에서 로맨틱한 사랑에 한 번 빠져보고 싶다는 것. 책을 읽고있노라면 정말 파리에서의 사랑을 동경하게 되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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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하면 어떠한 것이 떠오르는가.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유럽여행의 앙꼬, 그리고 달팽이 요리 등등. 보통 문화, 관광, 패션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떠올릴 때가 많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깊게 들어가면 낭만과 사랑이 넘치는 분위기 있는 도시.... 여기까지 정도? 그래서 보통 파티에 관련한 여행기나 여행 에세이는 위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달해줄 때가 많다. 아니, 지금 시중에 나온 파리에 대한 서적들을 위의 소재들을 다룬 것들이 전부일 것이다. 그 책들은 파리에 가면 여기는 꼭 가보라, 어떠한 음식을 먹어라, 이러한 점은 조심하라 등등 실제 생활과 여행에 필요한 직접적인 것들을 나열해 놓는다. 나도 한때는 유럽여행의 로망을 갖고 그러한 책들을 찾아보았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완벽한 남자를 계속 보면 질린다고나 할까.... 읽다 보니 그 얘기가 그 얘기고, 지루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은 파리에 가서 키스를 훔치라고 조언을 해준다. 가서 관능과 낭만에 빠진 파리를 느끼라 한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더 강렬하게 느껴졌고 읽으면서 파리의 분위기가 몸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졌다.
빨간 표지부터가 강렬하다. 책 자신이 나에게 어서 이리오라고 유혹을 하는 듯하다. 그리고 제목도 그와 어울리게 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치라고 한다. 이 얼마나 므흣한 조화인가. 약간은 설레이는 맘으로 펼쳐본 책의 내용 역시 표지, 제목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한 사람만 보고 파리로 건너온다. 그리고 파리에 취해 살게 되면서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어온 파리 이야기와는 다르다.
레이, 달리, 베이커 등 파리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파리의 관능에 푹 빠졌던 예술가들의 뒷담화, 프랑스의 성문화, 동성애 등 약간은 만나기 어렵고 민망스런 소재들에 대해 대담하게 이야기 해주기도 한다. 그간 접해보지 못했던 이야기 였기에 읽는 동안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만의 매력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방인으로서 파리를 느끼고 그에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자연스레 서술해준다. 카페, 클럽, 헌책방과 같은 파리 겉에 드러난 거시적인 매력이 아닌 그 속에 들어가 숨쉬어봐야만 느낄 수 있는 매력 포인트들을 잘 드러내준다.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프랑스 파리의 매력들과 그저 낭만적이라고만 생각했던 파리가 아닌, 약간은 야하고, 더럽고, 이상하면서도 유혹적이고 매력적인 파리의 모습을 잘 이야기 해준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파리가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그리고 파리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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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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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로멘틱 코미디의 대명사였던 멕 라이언 주연의 '프렌치 키스'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약혼자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케이트(멕 라이언)는 세미나 때문에 파리로 떠났던 애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오직 약혼자를 되찾겠다는 일념하나로 무작정 프랑스로 떠난 케이트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친 뤼크라는 인물과 얽히게 되는데 기차에서 비몽사몽간에 뤼크와 키스하던 장면이 바로 두 사람의 사랑을 암시하는 중요한 장면이라 하겠다. 당시 갓 스무살을 넘긴, 뽀뽀와 키스의 차이조차 몰랐던 순진한 아가씨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근데 '프렌치 키스'가 뭔 뜻이야?"
<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쳐라> 표지부터 참으로 에로틱하다. 붉다고 하기엔 좀 밝은 듯한 주홍색 립스틱을 연상시키는 색깔, 둔감한 독자를 위해 '에로틱 파리 스케치'라는 부제를 달아주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형용사 '프랑스적인'이라는 말에는 섬세하고, 풍부하고, 감칠맛나는 풍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궂이 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예술적이고 고상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프렌치 키스'와 같이 '성적인'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는 동성애가 공공연하게 인정되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동거문화로 유명하다. 서양에서는 결혼전에 동거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긴 하나 프랑스에서 태어난 2명의 신생아중 근 1명이 동거하는 남녀에게서 낳은 아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프랑스인들의 기본 사고방식, 이혼절차의 까다로움등과 맞물려 법적, 제도적으로 동거문화를 자연스럽게 정착시킨 점이 놀라웠다.
흔히 중국의 음식 문화를 이야기할때, "책상 다리 빼고는 다리 네 개 있는 것은 다 먹는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음식이 다양하고, 그 다양성은 음식을 즐길줄 아는 문화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러나, 세계적으로 미식가의 나라를 손꼽으라면 프랑스가 빠질 수 없다. 프랑스 또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의 놀랄만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17세기의 한때는 모든 말과 개, 고양이, 쥐들까지 미식가들의 밥상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이들은 종종 동물원을 급습해서 코끼리 귀, 삶은 들소, 원숭이 스튜등을 즐겼다고 하니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니들도 개 맛을 알어?
거리 청소와 공중 비용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도시가 파리란다. 이유인즉 개들이 하루동안 거리에 쏟아내는 배설물이 일 톤에 이른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두 걸음을 뗄 때마다 마주치는 것이 개 응가라는데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런저런 정책에도, 심지어 대형 공원에 개화장실까지 만들었음에도 개주인들은 자신들의 개가 공원에서 혹은 길에서 실례하도록 방치한다는 점은 더욱 믿어지지 않는다. 1년중 바캉스철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달이상의 긴 휴가를 가져야 하고, 그토록 애지중지 한다는 애완견들이 대책없이 거리에 버려지는 나라, 프랑스인들의 양면성이 아닐 수 없다.
책의 저자인 존 백스터는 호주 출신이며 영화계 인사들의 전기로 유명한 작가이자 영화 평론가이다. 프랑스인 여자친구 마리-도를 따라 프랑스에 정착하는 시점부터 루이즈를 낳고 결혼식을 올리기까지의 일상이 에세이를 이루는 큰 뼈대가 된다. 책의 시작은 분명 에로틱했다. 자유분방한 프랑스인의 삶의 모습과 여유로움, 무엇보다 인생을 즐길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부러웠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의 낯익은 모습과 약간은 쇼킹한 다른 모습도 함께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간혹 프랑스에 대해서 예술적이고 로멘틱한 환상만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는 좀 깬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만큼 신랄한 시선으로 씌여진 부분도 있지만 저자의 기본적인 관점은 변함이 없다. "파리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 전부 러브 스토리다. p.17" 라고 말할만큼 프랑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프랑스를 다녀 온 지인들이 전한다. 세느강은 한강보다 못하고, 몽마르뜨 언덕에 더이상 예술가는 없다고 말이다. 개선문은 사진에서 본 그림과 그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되고, 상제리제 거리는 명동과 흡사하다고... 아놔~ 그렇거나 말거나 그래도 가고싶다고. ㅠ.ㅜ 문득, 에펠탑이 파리가 아닌 다른 도시에 세워졌어도 '명물'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다른 건축물에 비해 예술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모파상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파리의 미관을 해친다는등의 이유로 철거를 주장하였음에도 꿋꿋하게 버티어 온 에펠탑이 아닌가. 그렇다!! 거대한 철근 덩어리도 파리에 서 있으면 무언가 특별한 구조물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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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떠오른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찬미했던 센강과 빵 중에 가장 좋아하는 바게트, 거리의 화가들이 늘어선 몽마르트 언덕, 모나리자로 대표되는 루브르 박물관, 심지어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이나 드라마 <파리의 연인> 등 파리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역시 파리하면 낭만을 빼놓을 수 없다. 도시 전체에서 뿜어내는 낭만적 분위기는 파리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파리에 대한 나의 감상들은 실제로 그곳이 전해주는 이미지라기보다 아마 영화나 드라마, 문학 등으로 포장되고 가공된 이미지들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생각에 더욱 확신을 준다. 낭만만이 가득할 것 같았던 도시, 파리. 작가 존 벡스턴은 그동안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던 파리가 아니라 곳곳에 숨어있는 파리의 모습을 읊는다. 그가 들려주는 파리 이야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개방적인 파리의 성문화다. '에로틱 파리 스케치'라는 부제는 책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타오르듯 붉은 표지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진들도. 호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직장을 다니던 존 백스터는 입사한지 10년이 되던 해에 회사를 관두고 호주를 떠난다. 영국에선 BBC 방송국의 통신원과 책관련 프로그램을 맡았고, 미국에선 영화 평론과 시나리오 작가로 제법 잘 나갔던 그는 어느날 과거에 사랑했었던 옛 연인 마리-도를 다시 만나고, 그녀를 따라 미국에서의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미련없이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사랑하는 그의 연인과 함께 파리에 정착한다. 존 백스터는 파리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고전 문학과 영화 속의 파리를 추억한다. 많은 작가와 배우, 책과 영화 속의 장면과 대사들이 그의 입을 따라 떠돌고 평범하게만 보이던 파리의 그곳은 그의 설명을 지나면 특별한 곳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그는 파리지엔의 개방적인 성문화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데 그 결과 지면의 대부분을 그 주제에 할애한다. 그래서 이 책엔 파리를 스쳐간 유명인들과 그들 사이의 헤프닝들과 파리의 뒷면에 숨어있는 온갖 에로티시즘에 관한 이야기가 들썩인다. 낭만으로 가득할 것 같았던 파리의 숨겨진 모습에 조금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이 에로틱한 이야기로만 채워져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파리에 도착한 이후 파리라는 낯선 공간에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과 문화, 생활 습성들에 대한 느낌이 담겨있다. 파리에서의 그들의 동거가 계속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일상 생활의 한 단면들과 임신, 결혼, 출산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그들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녹아있다. 프랑스식 결혼 풍경과 온갖 엽기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들(이 부분에선 갑자기 우리나라의 개고기 음식문화를 비하했던 프랑스 여배우가 떠오르면서.. 그들이 과연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러워졌다.)도 등장하고, 개를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길거리에 배설되는 개들의 배설물에 대해선 묵과하는 파리의 모습들. 이렇게 파리의 여러 단면을 겪으며 이방인이었던 저자는 점점 파리를 예찬하는 파리지엔이 되어간다. <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쳐라>는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파리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선 눈길이 간다. 포장되고 번지르르한 파리의 겉모습들이 아니라 겹겹이 숨겨진 파리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선 신선했다. 그러나 파리라는 도시에 깔려있는 성문화를 파고드는 작가의 관심은 나랑 코드가 맞지 않아 별다른 재미를 느낄 수 없었고, 파리의 숨겨진 명소들을 돌며 저자가 인용하는 온갖 고전 문학과 영화의 장면들, 작가와 배우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알지 못하는 것들이라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눈으로 확인할 사진조차 내밀지 않으니 저자의 기분에 발맞추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새롭고 에로틱한 파리의 모습, 신선함과 지루함이 교차되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