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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게 웬일이지. 작년까지만 해도 억새풀만 있던 언덕에 못 보던 노란꽃이 보인다. 이게 무슨 식물일까. 어른들이 말하길 독풀이라고 한다. 진짜 독이 든 건 아니지만, 꽃가루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와 폐병을 일으킨단다. 오, 저런. 어서 싹을 도려내야겠군.
‘쿠와바라’라는 시골 마을에 ‘나고야’에서 몇 명의 학생이 전학 온다. 쿠와바라 아이들은 도시에서 온 전학생을 따돌린다. 시골 사람들은 외지인에게 쉽게 적개심을 품는 법. 폐쇄적인 그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손 내밀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니, 그거 거짓말이야. 선생님도 거짓말을 했어. 양미역취는 원래 북아메리카에서 자라는 풀이야. 그런데 사람들이 멋대로 옮겨 온 거야. 이 풀은 번식력이 엄청나게 강해.” “정말로 독이 없어?” “없어. 한마디로 억울한 누명이지. 어른들은 양미역취의 엄청난 번식력이 싫은 거야.” “왜?” “외부에서 온 거니까......”
쿠와바라 출신의 켄지와 아끼라, 나고야에서 전학 온 가쯔미. 아끼라는 학교의 짱이며 켄지의 친구다. 아끼라가 아이들에게 내린 규율 중 하나는 외부인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것. 그런데 켄지는 아끼라 몰래 가쯔미와 친분을 쌓는다.
“좋고 싫고의 문제와 친하고 안 친하고의 문제는 좀 다르거든. 아무리 좋아해도 좀처럼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도 있으니까.” ‘켄지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난감했다. 같은 친구라도 누구는 좋고 누구는 싫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친구 앞에서 대놓고, 난 네가 좋아, 라고 말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기 마음을 보여 주는 것도,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참 어려워. 불편한 것 같아.”
아끼라와 가쯔미 둘 다 켄지를 좋아하지만 각자 표현 방식은 다르다. 결국 아끼라는 켄지와 가쯔미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아끼라는 켄지를 가쯔미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구속할 수도 없다. 더구나 학교 짱으로서 자신이 만든 규율을 어긴 켄지를 모두의 앞에서 벌까지 내려야 하는 난처한 상황.
“네가 누구랑 친하게 지내든 그건 네 마음이잖아. 그걸 두고 내가 이러쿵저러쿵할 권리는 없어. 난 그냥 지금까지처럼 너랑 같이 놀 수 있으면 돼.”
한편, 가쯔미는 자신이 따돌림 당하는 불리한 상황이면서도 켄지의 입장을 잘 헤아린다. 가쯔미는 켄지가 아끼라와 멀어지지 않도록 배려한다. 심지어 켄지가 친구들 사이에서 불편해지지 않도록 이런저런 훈수마저 두는 냉철한 지성의 아이.
켄지는 여름 방학 동안 열심히 ‘양다리’ 생활을 한다. 오전에는 가쯔미와 단둘이 낚시를 하고, 오후에는 아끼라 일행과 숲의 비밀기지에서 전투놀이를 즐긴다. 비밀기지는 쿠와바라 아이들의 중요 아지트다. 특히 아끼라는 학교 짱으로서, 켄지의 친구로서 이 장소에 애착을 많이 가진다.
드디어, 독풀이라 불리는 양미역취를 근절하기 위해 마을 어른들은 숲에 불을 놓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세 아이는 이에 반대한다. 셋 다 서로 다른 이유로 반대하지만, 그 이유는 각자에게 절실하다.
‘그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켄지와 아끼라가 동시에 일어선 것이다.’ “아끼라는 참억새 들판이 사라지는 게 싫은 거야. 여름 내내 만든 비밀 기지가 불타는 게 싫은 거야.” “켄지. 마녀 사냥이라고, 알아? 옛날 유럽 사람들은 마녀 사냥을 했어. 아무 죄도 없는 여자를 마녀로 몰아서 얼마나 많이 불태워 죽였는지 몰라. (...) 사람들의 목적은 마녀를 물리치는 게 아니라 화형을 즐기는 거였으니까. 똑같지 않아? 양미역취를 불태우는 거 말이야. 꼭 마녀 사냥 같잖아.” ‘난생 처음으로 선생님 말을 거스르려 한다. (...) 켄지는 그것이 자랑스러웠다. 겁쟁이인 자기가 스스로의 의지로 일어섰다는 것. 그 사소한 일이 더없이 자랑스러웠다.’
[보이지 않는 적]은 십대들의 고민 갈등, 은밀히 드러나는 폭력성, 인간 관계에 존재하는 묘한 힘겨루기와 경쟁의식, 어른 세계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상실감 등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압축하면 ‘성장통’이다. 여기서 세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 적’은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그 정체가 무엇이냐보다는 그것에 맞서고 극복하려는 과정이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물방개나 물맴이 같은 것을 수생 곤충이라고 하지. 물에서 사는 벌레라는 뜻인데, 이것들이 처음부터 물에서 산 건 아니란다. (...) 뭍의 생존 경쟁에서 져서 물속으로 들어갔다는 뜻이지.” “그럼, 얘들은 겁쟁이네요?” “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 뭍에서 달아났다 해도 물속 생활에 새롭게 도전한 거니까. 생각해 보면 그건 쉬운 일이 아니야.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
하지만 그 용기의 끝은 화형식이었다. 세 아이는 끝내 불타는 숲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전에 말했지. 이건 마녀 사냥이라고. 먼 옛날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되풀이될 거야. 마녀 사냥도, 전쟁도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아. 사람들은 그런 이상한 짓을 절대로 그만두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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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지를 비롯한 소년들이 그들만의 규율과 놀이를 즐기며 성장해 가는 모습 안에서 갈등케 되는 여러 문제들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어울림에 있어서의 고민과 갈등은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부당하고 불편한 상황으로 인해 폭력과 따돌림을 경험해야 하는 것들은 딱히 가르침이 없어도 누군가를 누르고 앞서야 한다는 본능과도 같은 것처럼 느껴져 온다. 그러한 것에 대한 반발을 하기 보다는 그저 따를 수 밖에 없는 소심함과 억지스러움에 대한 자책과 반성을 하면서도 은연중에 그와같은 모습을 행사하기도 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움을 느끼게도 된다.
자신들에 대한 긍지와 자부로 미사또에 사는 전학생을 아예 취급하려 들지 않는 아끼라, 마사아끼 그리고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아이들. 그들만의 놀이와 이야기를 통해 돈독함을 즐기고 누리면서도 무언가 새로움을 추구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으로 문제를 만들어 간다. 그러한 가운데서 눈치를 보아가며 가쯔미와 친구가 되고, 그러함으로 인해 상처와 우정을 다지게 되는 켄지. 그렇게 아이들 마음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느낄만하면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고 그러한 되풀이를 통해 성장해 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비밀기지를 만든 참억새 들판에 낯설게 자라난 양미역취로 인해 구제 활동을 하려들고 그 일을 계기로 해서 확인케 되는 켄지와 가쯔미 그리고 아끼라의 반대행동. 자신의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싫은 아이와 자기를 대하듯 아무런 이유없이 없애 버리려 하는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리고 둘의 마음을 알것만 같은 켄지는 그러함으로 인해 반대를 하게 되지만...., 아끼라의 소동을 뒤로한채 들판의 양미역취는 불타 버리게 된다.
자신들의 꿈과 놀이가 있는 장소가 어른들의 결정으로 사라지게 되고 그러한 모습을 보며 가쯔미가 던지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 먼 옛날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되풀이될 거야. 마녀 사냥도, 전쟁도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아. 사람들은 그런 이상한 짓을 절대로 그만두지 않아." 라고 했던 말뜻을 되새겨 보게 된다. 조금더 헤아리면 알 수 있을 것들을 성급히 마무리 지으려 했던 것들로 인한 상처와 실수들에 대해......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가슴에 깊은 자리를 차지하게 될 우리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조심하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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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11페이지, 22줄, 25자.
일종의 성장소설입니다. 시기상으로는 여름 방학을 전후로 한 시간대인데 6학년인 주인공 켄지와 동네대장인 아끼라, 전학생인 가쯔미 등을 주축으로 한 이야기의 진행입니다. 단편적이지만 유기적인 연결을 갖고 있습니다. 작은 지역에 살다 보니 생기는 학년간의 위계질서, 동급생끼리의 서열, 텃세와 외부인/외래종에 대한 반감, 특정 사물/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사고방식의 차이 등이 전개됩니다.
가치 있는 것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등장인물에게는 문화적인 충격으로도 다가옵니다.
보이지 않는 적은 무슨 뜻일까요? 본문에 나오는 것처럼 그냥 임의로 설정한 가상의 적일까요, 아니면 나(우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상대(너-적)일까요, 아니면 구체적인 것을 적시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본문처럼 겁쟁이여서) 은근히 설정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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