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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강렬한 잿빛과 흑빛의 강렬한 색채에 눈이 머문다. 그리고 내 삶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분명한 초점의 눈과 마주친다.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한편 너무나 소외시켜왔던 고양이 이야기,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방랑고양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애완용으로 동물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있다. 그만큼 이 사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가족의 해체가 이루어져왔고, 지금도 핵가족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보니 사람들의 정서가 메마르게 되고 이젠 함께 소통하는 사람;사람 보다 옆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애닳은 반려동물들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듯 하다.
반려동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동물이 개(dog)이다. 그만큼 익숙하고 가장 친숙하면서 모진 사람의 성정과 다르기에 의지하는 듯 하다. 개와 함께 골목골목 가장 많이 눈에 띄이는 동물이 '고양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개만큼 친근하지도 특별히 가까이 하기도 쉽지 않은것 같다. 민첩하고 날카로운 듯 하기도 하지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좀처럼 누그러뜨리지 않는 예민함 때문에 더욱 그렇겠지. 사람의 친구로 치면 조금은 까탈스러운 듯 보이기에 쉽게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다가오지도 못하는 그런 관계라면 이해가 빠를 듯 싶다.
한해 수만 마리의 고양이들이 태어나지만 그 중 30%는 딱히 길러주는 집도 주인도 못 만난 야생 고양이, 즉 방랑 고양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70%가 다 분양이 되는것도 아닌 우여곡절 사연 끝에 생명을 달리하는 고양이들이 부지기수라고 하니... 생명의 애절함과 삶의 비참함이 여기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보게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방랑 고양이는 늘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듯 보였다. 차고 음습한 곳, 인적이 드문 곳..... 공터나 차의 바퀴 아래, 보일러실, 수도 계량기가 길게 연결된 담틈 구멍 사이, 하수관 아래, 시멘 지붕 틈 사이, 전봇대 쓰레기 봉지 쌓인 곳.......... 이때까지 보아 온 고양이들의 아지트였다. 항상 경계하는 듯한 눈빛은 보기만해도 차가우면서 안타까울만큼 힘겨워보였다. 이렇게 마주친 고양이들과는 어떤 교감이나 소통이 필요할까? 책을 접하기까지 고양이를 반려동물처럼 키울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흑색의 종이 사진틀에 나타난 고양이들을 본 순간 그들의 작고 사소한 행동과 경계하는 듯한 눈빛 속에는 모두 사연들이 담겨져 있음을 느끼게되는 듯 하다.
삐까뻔쩍한 도시 이면의 삶이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도시의 그늘에 가려진 고양이들, 즉 버려진 고양이들의 사진에 애처로움이 묻어난다. 버려진 고양이가 홀연히 사라지고 어느 날 갑작스레 끔직하게 죽음을 맞이한 채 발견되어진다는 이야기. 그리고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그들 속에서도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그나마 위로로 다가온다.
책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방랑고양이>에서의 사진작가와 글쓴이는 방랑고양이들이 주 행동 거류지인 뒷골목의 방랑 고양이들을 한명씩 소개하거나, 그 가족들을 소개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사랑과 관심을 주었을때 무덤덤하고 아무 표정없던 고양이들이 그 손을 결국 잡게 되는것은 이 세상도 소통하는 또다른 작은 세상임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리고 다른 애완동물들처럼 이런 뒷골목의 방랑고양이들에게도 작은 손을 내밀고 마음 한구석을 내주기를 소망한다.
"나는 오랫동안 뒷골목 고양이들을 지켜보고 또 보살펴주었다. 하지만 나 역시 그들에게서 다정한 보살핌을 받아왔다. 도시에 어둠과 외로움이 찾아오면 우리는 함께 시간을 나누었다. 온 세상이 밤의 정적에 젖어들면 나는 고양이들과 함께 가로등 불빛 아래 쪼그린 채 앉아있곤 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 무릎 위에 앉은 고양이들의 작은 심장박동이 그들을 쓰다듬는 내 손을 타고 전달되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도시의 짙은 그림자가 우리를 둘러싼다. 밤이 더 깊어지면 아직 나를 신뢰하지 않는 고양이들도 하나 둘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 했다.
당신이 우리를 위해 여기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우리 역시 당신을 위해 여기에 있는거예요. 우리에게는 당신의 따스한 마음과 존중이 필요하답니다" (본문중에서)
지금 도시는 너무 춥다.
계절탓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보내는 어쩌면 별로 따뜻하지 못한 시선들 때문이겠지. 어디에 있든 이들이 건강하게 차디찬 겨울을 잘 견디며 따뜻한 봄들을 맞이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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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하세요?
아, 정말 예쁜 고양이 사진집을 만났다. 평소에 외출을 별로 안 하다보니, 온라인 서점을 애용하고, 오프라인 서점은 1년에 몇 번 갈까말까인데, 추석 때 만난 친구와 들른 서점에서, 이 책에 파악 꽂혀버렸다. 온라인 서점이었으면, 사진집 같은 건 지나쳤을 거다. 그날도, 서점에서 한참 이 책을 들여다보며, 조금 망설였다. 책 속 사진은 정말정말 예쁘지만, 글이 조금밖에 없다보니, 평소 사진집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던 탓이다. 서서 이 책을 몇 번 넘겨보면서, 결국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아 데리고 왔다. 아, 잘했군, 잘했어! 요즘 이 고양이 사진들 덕분에,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간질간질 해질 수 있었다.
우리 동네에도 '길냥이'들이 많이 산다. 언젠가는 이제 겨우 젖을 뗐을 것 같은 아가를 겨우 구슬려서(아가지만, 경계심 만큼은 여느 길냥이 만큼...) 우리 집에 데리고 와 며칠 보살핀 뒤 잘 키워주겠다는 분께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어렸을 때, 집에서 고양이를 몇 번 키우기도 했고,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보니, 지나가다 길냥이를 만나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춰진다. 하지만, 자기 앞에 멈추는 나를 발견하면 후다닥 도망가고 마는 아이들. 가끔 멀찍이서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어 보기도 하지만, 그 아이들을 찍는 건 여간 힘들지 않다. 사람들이 그 아이들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걸까? 사람을 향한 경계심은 그 아이들의 발톱만큼 날카롭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속 아이들이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방랑 고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렌즈를 향한 아이들의 눈빛에 적대심이나 경계심 같은 건 조금도 담겨져 있지 않다. 오히려, 마치 제 주인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뛰어노는 것 같거나, 한없이 평온한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들이다. 어떤 사진들은, 렌즈 너머에 있을 사람의 눈동자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예쁘게 찍어주실 거죠?" 라고 하는 걸까?
사진집 맨 뒷부분에 십여 페이지 가량 실린 글을 읽어보면서, 이 고양이들이 '길냥이' 같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이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민 사람은, 나처럼 지나가다 호기심에 그들 앞에 멈춘 사람이 아니라, 그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관심과 사랑을 나눠준,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진이 더욱 따스하고 정다워보인다.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 생긴 신뢰가, 사진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일테지.
처음에는 글이 많지 않아 구입을 망설였지만, 나중에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며, 오히려 글이 적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설명글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사진으로만 감상을 하니, 내 감정과 느낌에 충만할 수 있었다. 내키면, 사진 속 고양이들에게 상상의 말풍선을 달아주고, 내 맘대로 대화도 시도해보고 말이다. 예쁜 사진은 보고 또 봐도 좋고, 볼 때마다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요즘, 이 아이들의 사진이, 가라앉은 내 마음을 살금살금 간질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