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심자를 위한 문학> 7강. 아베 고보 <상자 남>
아베 고보란 작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되어 그의 작품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읽기 시작했다. 나중에 찾아 보니 아베 고보는 <제4 간빙기> 같은 SF 풍 소설도 쓴 작가였다. 그런 정보 하나도 없이 읽었기에 소설 처음 부분에서 도쿄에서 부랑자 일제 검거 소탕, 부랑자들에게 다시는 부랑자 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으나 몇 시간 뒤에 그들은 다시 부랑자로 돌아갔다는 신문 기사가 등장했을 땐 이 소설은 노숙자 문제에 대한 사회비판적인 소설이 아닌가 추측했었다. 그런데 상자 남이 상자 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그들이 상자 속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상자 안이 어떤 구조인지 묘사가 치밀해지고, 특정한 한 상자 남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자신이 진짜 상자 남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중심이라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뒤집어쓰면 허리 부분까지 닿을 정도 크기인 골판지 상자를 뒤집어쓰고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있음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존재가 됨은 어떤 느낌일까. 상자 속에서 다양한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돌아다니는데 무겁지 않을 정도로 갖추고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나는 어렸을 때 <집 없는 소녀> 이야길 읽었을 때도 그 소녀가 어떻게 그 고난을 벗어나 행복하게 사는가엔 관심없었고 오두막에서 소녀 마음대로 사는 부분이 더 흥미로웠었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나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마음대로 꾸미고 내가 익숙한 물건들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어쩌면 나도 상자 남의 기질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상자 남 생활에 대한 정체모를 향수를 느끼면서 어떤 상자 남을 총으로 쏘는 남자 부분까진 한참 흥미롭게 읽었는데 아무리 봐도 주인공과 커플을 맺을 히로인일 한 여인네가 등장해 이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지 염려스러워졌다. 주인공-도대체 누가 주인공인가?- 상자 남에게 그 상자를 벗고 건네준다면, 그리고 상자 남이 더 이상 상자 남으로 있지 않는다면 얼마간의 돈을 주겠다며 거래를 제안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다리가 눈에 띄는 여인-그 사람이 여자라는 건 뒤에 알게 된다.-이 나타나면서 주인공 상자 남은 열심히 고민한다. 그리고 그 여인을 쫓아 한 저택으로 숨어들어 가 집안을 훔쳐 보는 과정에서 로맨스 혐오증이 살짝 도지려는 느낌이 들어 불안했으나 다행스럽게도 뒤의 전개는 그쪽으로 막 흘러가진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 여인이 등장하고서 얼마 지나 알고 보니 그 여인 정체는 간호사라니 이거 미연시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가 떠오르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사실 그 여인이 등장해 `나`와 `나`와 모종의 거래를 하려는 의사 사이에서 알 수 없는 갈등을 연출할 땐 좀 괴로웠다. 다행스럽게도 그 이상은 연애 노선으로 가지 않고 상자 남의 정체성 문제로 이야기가 흘러가 즐겁고 편안하게 읽었다. 정말 진짜 상자 남은 누구인가? 누가 의사이고 누가 카메라맨인가. 상자 남을 총으로 쏜 사람은 그 자신도 상자남이 되었을까? 누가 주인공인지도 헷갈리게 주인공이라 할 상자 남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심한다. 그리고 왜 그는-혹은 그들은- 상자 남인 자신의 정체성을 꼭 유지하고 싶어할까. 어쨰서 자신이 유일한 진짜 상자 남이란 걸 증명하고 싶을까, 궁금하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읽으면서 이번엔 도표에 그들의 행동을 꼼꼼히 메모하고 확인해 봐야 할 듯하다. |